한 아이가 죽었다. 고등학교 2학년, 그 학급의 짱이었다. 언제나 친구들에게 군림하는 듯했으나, 엄마도 없이 가끔 보는 아빠와 외롭게 사는 아이 기태. 그가 죽은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장례식에 삼총사처럼 친했던 두 아이가 오지 않았다. 희준이는 전학을 갔고, 중학시절부터 단짝이던 동윤이는 자퇴했다. 이에 이상하게 여긴 기태의 아버지는 뒤늦게서야 아들의 일에 관심을 갖고 죽음의 원인을 추적한다. 그 과정이 플래시백과 더불어 담담하게 과장없이 진행된다. 아이들의 일상도 자연스럽게 표현되어 마치 다큐같은 느낌을 준다.
기태는 늘 희준이를 꼬붕처럼 여기며 괴롭히는 느낌을 주지만, 실은 마음 깊은 정이 있다. 예쁜 여자친구가 사랑을 고백해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그 여친을 희준이 좋아하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희준은 오히려 오해하여 기태를 멀리하려 한다. 이에 기태는 애정을 표현할 줄을 몰라 역으로 화를 냈다가 폭력을 썼다가 사과하기를 반복한다. 그 사이에서 동윤 역시 기태가 희준을 괴롭히는 걸로 오해하여 둘 사이마저 위태롭게 된다. 결국 희준은 기태에게 말의 비수를 꽂고는 전학을 가고, 며칠 뒤 기태는 희준을 찾아가 자신이 가장 아끼는 야구공을 툭 던져주고 이별을 고한다. 이제 남은 건 동윤뿐인데, 동윤의 여자 친구가 음독을 시도하자 그것이 기태의 농간인 걸로 오해한 동윤은 기태와 싸움을 벌인다. 기태는 사실 자기는 무슨 일이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고, 오해라고 하지만, 그 말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기태는 결국 마음의 정처를 잃고 생을 마감하고 만다. 기태가 남긴 공을 희준에게 받은 동윤은 그들의 늘 뛰놀며 야구를 하던 기찻길에서야 기태의 진심을 이해한다. 그러나 기태는 돌아올 수 없고....
왼쪽부터 기태, 동윤, 희준이다. 아이들의 연기가 자연스럽고, 특히 기태의 연기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완벽했다. 거칠지만, 여린 내면을 소유하였고, 그 내면을 표현할 줄 몰라 애달파하는 연기가 일품이었다.
문제는 소통이었다. 아직 순수한 소년들이고, 이렇게 친한 사이임에도, 진심이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 진심을 제대로 표현하기가 어렵고, 그것을 말했을 때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우리 사회의 단면이고, 인간의 단면이어서 슬프고 아팠다. 그리고 그들을 지켜부어야 할 파수꾼인 어른들은 그들에게 무관심하고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자기 표현에 서툴고 막혀 있는지를 여실하게 보여주었다. 언어를 다루는 작가로서 더욱 통탄하지 않을 수 없는 영화였다. 나 역시 이 사회와 독자와 소통하고자 하나, 그 진심이 통하지 않을 때가 너무 많다는 걸 수시로 느끼며 살고 있으니.
첫댓글 영화제에 오셨던 동화작가이시자 건대 동화미디어과 교수님이신 박윤규 선생님의 영화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