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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9일
일본의 원자력정책과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
이수철(메이죠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작년3월에 발생한 일본의 후쿠시마원전사고는 원자력발전의 안전성에대한 일본국민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은 계기가 되었다. 이 사고는 국제적으로도 엄청난 충격과 파장을 몰고왔다. 일본 정부는 사고 이전까지는 원전을 기후변화대책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인식하여 원자력에너지의 의존도를 높여갈 것을 천명해왔다. 그러나 이 사고로 인하여 일본은 원자력 확장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 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되었다.
일본의 원전정책과 원전 상황
일본은 1966년에 원자력발전(이하, 원전)의 상업용 이용을 개시한 이래 원전개발과 이용확대를 국책으로서 추진해왔다. 그 결과 전체 발전량 중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후쿠시마 사고 전까지는25~30%를 유지해 왔으며 설비용량으로는 미국과 프랑스에 이어서 세계 제 3위를 차지하게되었다. 현재 일본에는 전국 17개 지역에 54기의 원자력 발전소(발전 용량 48.96GW)가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일본 경제산업성의 장기에너지 수급전망에 따르면 원전의 전체 발전량에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에 약 40%, 2030년에 약50%로 늘어날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원전의 가동율은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도 지진 등으로 인한 사고와 정기점검 등의 영향으로 60%대에 머물렀으며 한국과 미국의 90%대, 독일의 80%대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는 철저한 안전대책을 원하는 지역시민들의 원전가동반대로 가동율이 극도로 저하되어 2012년 4월 5일 현재 홋까이도의 도마리 발전소 단 1기만이 가동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 원전사업자 측은 발전단가를 낮출 목적으로 그동안 원전 재가동의 움직임을 보여왔다. 4월7일 일본의 각 매스컴은 간사이전력의 오오이 발전소의 재가동을 정부가 승인하려는 움직을 보이고 있다는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앞으로 철저한 리스크대책이 부족한 채로 안이하게 재가동을 추진하려는 정부 관계자 및 전력회사와 이를 저지하려는 지역 시민과의 갈등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의 신뢰성
작년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논외로 하더라도 그간 일본의 원전관련 크고 작은 사고와 사건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예를들어 1999년의 도까이무라 핵연료 가공시설에서의 임계사고(작업원 2명 사망), 2002년의 동경전력의 검사데이터 변조 사건, 2004년의 간사이전력 미하마발전소의 배관 파괴사고(수증기에의한 열상으로 적업원 5명 사망), 2007년의 니이가타 지진으로 인한 가시와자키 발전소의 변압기화재사고(2007) 등을 들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의 필요성과 안전성에대한 정부와 전력회사의 지속적인 대국민홍보와 원전주변지역에대한 대규모의 재정자금 투입 등으로 일반 국민의 원전에대한 생각은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예를들어 2009년에 내각부에서 조사한 원전에대한 국민의식 조사에서는 조사대상의 59.6%가 원전이 앞으로 더욱 필요한 에너지인 것으로 대답하였으며 18.8%가 현상유지가 좋다라고 대답하여 전체의 78.4%가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반면 위험하여 필요없는 에너지다라고 대답한 사람은 16.2%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NHK가 2012년 3월16일~18일에 전국의 20세이상 남녀 2,603명(회답수 1,5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원자력발전과 에너지에관한 의식조사결과에 의하면 원전에대해서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가 1.7%,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가 21.3%, 줄여야한다가 42.8%, 바로 폐지하여야한다가 28.4%로 부정적인 여론이 전체의 71.2%를 차지하였다. 후쿠시마 사고이후 일본 국민들의 원전에 대한 의식이 크게 변화하였슴을 알 수 있다.
일본의 에너지원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 정부는 현재의 에너지정책에 대한 재 검토의사를 표명하고 있으나 원전사업자, 원전관련 산업, 원전관련 정치가와 관료들은 원전축소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이 원자력정책을 국책으로 추진해온 명분은 에너지자급율이 4%에 불과한 일본으로서 에너지 안전보장의 확보문제와 원전이 다른 발전 에너지원에 비해 경제적이라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의 재생가능에너지의 전체 일차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수력포함)정도에 지나지않으며 발전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수력을 제외하면 1%에 불과하고 수력을 포함해도 7~8%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유럽의 경우 2020년까지 재생가능에너지가 전체 일차에너지에 차지하는 비중을 20%로 늘일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덴마크와 같은나라는 2050년에 전체 에너지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할 것을 선언했다.
일본도 태양광, 풍력, 지열 등 분산형 재생가능에너지의 잠재량이 많은 국가이므로 그간 원자력이나 화력 등에 투자한 재정자금의 일부를 재생가능에너지의 육성으로 돌릴 경우 원전의 대체 에너지원으로서의 역활이 충분이 기대된다. 예를들어 2011년도 정부의 에너지개발, 보급에대한 지원예산은 원자력이 3,193억엔으로 압도적으로 많으며 재생가능에너지는 최근들어 많은 배려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804억엔, 풍력 508억엔, 바이오매스 204억엔, 지열43억엔 등으로 상대적으로 여전히 적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도표1 참조). 원전이 막대한 방사성리스크를 안고 있는 에너지임과 동시에 고갈성에너지임을 고려하면 에너지안전보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향후 원전보다는 재생가능에너지의 개발보급에 역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생각된다.
참고로 일본은 일차에너지에서 차지하는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을 2020년 까지10%까지 늘일 계획으로 있으나 원자력지원 재정자금의 일부를 재생가능 에너지 지원으로 돌릴 경우 유럽수준의 15~20%까지도 늘일 수 있다고 본다. 단순 산술적 계산으로는 2020년까지 현수준보다 에너지절약을 10%하고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늘릴 경우 원전없이도 에너지수요의 충당이 가능하다고 본다.
또한 후쿠시마사고이후 원전의 가동율이 극히 낮았슴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에너지 절약노력과 수요조절로 별 문제없이 지난 여름의 전력피크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이는 일본 국민들에게 원전없이도 일상생활을 큰 불편없이 영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원전의 경제성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전에는 정부에서 발표한 원전의 발전단가는 5.9엔/kWh(자본비 2.5엔/kWh, 운전유지비 3.1엔/kWh,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비 1.4엔/kWh )으로 석탄5.7엔/kWh, LNG 6.2kWh 석유16.5kWh (각각 가동년수 40년, 설비이용율 80%를 상정, 계통접속비용과 송전비용은 제외) 등 화석에너지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는 에너지로서 널리 인식 되어왔다. 원전의 발전단가5.9엔/kWh는 2004년에 정부 측의 발표가 있은 이후로 후쿠시마 사고 전까지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이러한 비용 산정의 근거에대해 비판의 소리가 높자 정부 주도하에 내각부에 코스트검정위원회를 설치하여 원자력을 포함한 각종 에너지원의 발전단가를 재 산정하도록 하였다. 동 위원회에서는 원전에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왔던 연구자도 다수 참여케 하도록 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동 위원회에서는 지금까지 발전단가에 포함되지 않았던 원전의 비용을 크게 3가지로 분류하여 이들을 단가에 추가 계상하도록 하였다(도표2참조). 첫째는 위에서 이미 말했 것과 같이 원전에대한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이다. 소위 정책비용이라고 하는 동 비용은 2009년의 원전에대한 정부지원예산 3182.9억엔으로 계상하여 이를 익년도 총발전량(2,722억kWh; 2010년도 총발전량 2,882억kWh에서 후쿠시마 발전소1~4호기의 발전량 160억kWh을 제외한 량) 으로 나눈 수치 즉 1.1엔/kWh를 추가적인 발전단가로 계상하였다.
둘째는 후쿠시마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전의 안전대책의 강화로인한 추가적 경비를 발전소 당 194억엔으로 계상하여 이로인한 발전단가 상승분을 0.2엔/kWh (194억엔/발전소당 평균 약970억kWh)으로 산정하였다. 그리고 세번째는 사고 리스크에대한 대응 비용이다. 즉 원전관련 사고가 발생했을시 그 피해복구와 보상에 소요되는 경비이다. 지금까지는 이런한 비용이 원전 발전단가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추가되었다. 발전단가는 (손해비용(円) ÷모델기간(40년))÷년간발전량(kWh) 을 반영하였다. 즉 원전사업자가 모델기간 중(40년) 일어날 손해비용을 발전량으로 나눈 수치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예를 들면 최저액 기준으로 추가적인 폐로비용이 약1.2조엔, 손해배상 및 오염제거비용이 일시불 약2.6조엔, 초년도분 1.9조엔, 2년도 이후분이 약0.9조엔으로 시산 되어 합계 약5.8조엔으로 추정되었다. 이를 모델기간(40년)으로 나눈액(즉 연간 손해비용액)을 다시 연간 발전량(2722kWh)으로 나누면 0.5엔/kWh이 된다. 그런데 손해액이 1조엔 늘어나면 사고리스크 대응비용은 약0.1엔/ kWh가 증가하게된다. 따라서 손해액이 10조엔일 경우 0.9엔/kWh, 20조엔일 경우에는 1.8엔/kWh이 발전단가로 추가되게된다. 이상의 추가 비용요인 분을 반영하여 동 위원회는 원전의 발전단가를 최저 8.9엔/kWh로 재 산정하였다. 하지만 특히 방사능에 피해에의한 손해배상과 국토훼손(오염제거비용) 등 원자력사고에대한 비용산정이 과소평가되었다는 비판이 연구자들로부터 강하게 제기되고있다. 어째든 작년말의 코스트검정위원회의 시산을 계기로 원전이 타 에너지원보다 경제성이 뛰어나는 환상은 깨어지게 되었다.
아울러 동 위원회는 재생가능에너지원에 의한 발전단가도 재 산정하였다(도표3참조). 예를들어 주택용 태양광발전의 단가는 현재(2010년기준) 33.4~38.3엔/kWh, 육상 풍력발전의 단가는 9.9~17.3엔/kWh 이나 앞으로 기술혁신 속도가 뻘라져 2030년에는 태양광 이9.9엔/kWh, 풍력은 8.8엔/kWh까지 떨어져 원자력 발전단가와 동등 혹은 그보다 싸질 수도 있다는 시산이 나왔다.
원자력정책의 재검토
에너지를 원전에 의존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현세대의 편의(욕망)를 위해 차세대에 방사성 리스크라는 부(마이너스)의 유산을 물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전자체의 사고위험은 차치하고서라도 원전 가동으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의 처분장 조차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 등 다수의 나라에서 지역주민의 반대 등으로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정하였다고 해도 방사성의 반감기가 수만년에 해당하는 물질이 포함되어있는 고준위 폐기물을 아무 발언권도 없고 아무 수혜도 받지못하게될 후손에게 떠넘기는 세대간 불공평 혹은 비윤리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러한 원전에대해 국민과의 충분한 컨센서스가 없이 막대한 재정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처럼 전력의 거의 40%를 의존하고 있고 원전관련 막대한 인프라투자를 해온 상황에서 바로 원전의 불을 끈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원전문제는 정책결정과 원전관련 비용 및 안전성 등에대한 정부의 투명한 정보공개와 원전 정책에있어서 국민과의 컨센서스를 중시하는 등 보다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 한다.
이를위해 먼저 원전에대한 재정자금지원의 축소를 통해 발전사업자 들이 공정한 시장경쟁하에서 에너지원을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여야한다. 여기서 주의해야할 사항은 원자력 손해배상이라던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계획 등도 정부개입을 줄이고 발전사업자 책임주도하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 점이다. 즉 원전의 강제적 퇴출보다는 시장경쟁에의한 자연스러운 퇴장을 유도하는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원전은 연료비가 적게 들어 가동의 한계비용(한단위 가동율 상승에 따라 추가적으로 드는 비용)이 다른 에너지원보다 싸므로 원전사업자에게는 다소의 트러블이나 사고는 은폐하면서라도 무리한 가동을 하려는 유인이 존재하게된다. 원전가동의 리스크나 방사성폐기물의 배출 등을 고려한다면 이를 근거로하여 원전의 발전량에 따른 과세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원전의 리스크를 줄이는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그동안 상대적으로 지원이 미흡했던 환경친화적이며 분산형에너지로서 지역의 경제활력에도 기여를하는 재생가능 에너지에대한 보급에 보다 많은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는 에너지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해주며 장래에 원자력에너지의 유력한 대안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올해부터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에 역활이 미흡하였던 RPS(재생가능에너지 전력의 일정량을 발전사업자 등에게 의무적으로 구입토록 하는 제도)를 폐지하고 유럽 등에서 보급확대에 큰 실적을 올린 발전차액지원제도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을 일정 수준이상의 고정가격으로 무제한 매입해주는 제도)를 도입하였다. 우리나라가 올해부터 역으로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폐지하고 RPS제도로 전환하게된 것은 원전확장과 재생가능에너지의 축소를 시사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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