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은 혼자서 / 이만섭
유약하나 저 예리한 자태는
손 하나 까닥 않고도
문창호지에 시누대나무 수묵으로 쳐놓고
다스리는 고요가 호젓하다
누구일까 마중하는 이,
오래전부터 이쪽을 향해 끊임없이 추파를 던지며
꽃밥을 짓듯 무연히
열 손마디 저렇게 가지런한 것은,
신명이다,
적요하고도 예스럽다
어둠에 닿는 족족 연두처럼 새날이 되어 깨어나는,
돌아보면 그리움은
더할수록 얼마나 모자랐던가,
밤이 이슥하도록 우려내는 모과향 한 자락
창가에 은은히 번져오는데
저 눈을 뜨기까지 시리도록 기다린 가슴이
마침내 견디기 어렵게 뿌듯하다
이 밤의 숨결 새근거리며 잠겨갔으면,
나는 언젠가부터
이만섭 시인의 <달빛은 혼자서>를
내 인생 최고의 시라고 말한다.
그만큼 내 마음과 영혼이
이 시에
풍덩 빠졌다고나 할까?
이 시는 내가 올린 저 작가 미상의 영상과
함께 해야 더욱 잘 어울린다.
영상과 그림은 마치 몸은 둘이되, 영혼은
하나인 것처럼 금상첨화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저 영상의 주인을 알지
못한다. 주인을 찾으려고 여러 사이트에
들어가 검색해 봤지만 아직까지 작가 미상
이다.
- 얇고 질긴 창호지!
달빛에 비친 창호지 속 대나무는 수묵화
한 점이군요. 달밤이면 밖에서 추파를
던지는 열 손가락을 고요 속에 지켜보네
요. 바람이라도 마중나오면 적요는 금세
일렁이는 파도에 부서지는 물거품처럼
되겠어요. 시린 가슴에 몰아치는 파고는
어찌 견디려나요~
좋은 그림과 고요 속에 강렬함을 품은 시
잘 보았습니다. 그림(사진?)이 열일했네
요. 혹시 진짜 수묵화일까요?
- 저 영상과 시가 잘 어울립니다.
저 영상을 보면서 시를 읽으니
이만섭 시인의 시를 더 이상 해석할 필
요조차 없겠다 싶어요.
특히 '밤이 이슥하도록 우려내는 모과향
한 자락 창가에 은은히 번져오는데' 라는
구절은 이 시를 한층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 오랜만에 한국적인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시를 읽었습니다. 저는 이만섭이라는
시인을 오늘 처음 만났는데 시가 정말 좋
으네요. 서점에 나갈 일 있으면 이만섭 시
인의 시집 몇 권 사와야겠어요.
- 달빛이 그린 대나무...
이런 아름다운 시와 그림이
우리나라 말고 다른 곳에도 존재할까요?
저는 이 시와, 이 그림이
너무나 마음을 스치웁니다.
우리 선생님들의 말씀처럼
이 시는 우리의 한시절을 그리고
있는 듯 여겨질 뿐 아니라
깊은 사유의 숲을 거닐게도
하는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시는 줌으로 우리를 초대해 주신
위선생 님의 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