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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아동문학인협회
2017년 4/4분기 우수작품상 선정 발표
2017년도 마지막 4/4분기 우수작품상이 선정되어 발표합니다.
협회 회보를 통해 이미 공지가 되었고,
최종 감수본을 카페에 올립니다.
미리 올려드리지 못한점 양해부탁드립니다.
♣ 심사 위원 및 시상 계획 ♣
* 예심 위원: 강지인, 김진광, 김종일, 손수자
* 본심 위원: 구옥순, 안미란
* 시상 내용: 상패와 기념품
* 시상식: 2018년 1월 6일, 정기총회 시
♣ 심사 경위 ♣
2017년 4/4분기 우수 작품상 심사는 『시와 동화』 가을호, 『아동문예』 9・10월호, 『아동문예』 11・12월호, 『아동문학평론』 가을호, 『어린이와 문학』 9월호, 『어린이와 문학』 10월호, 『어린이와 문학』 11월호, 『어린이책이야기』 가을호, 『열린아동문학』 가을호, 『월간문학』 9월호, 『월간문학』 10월호, 『월간문학』 11월호, 『창비어린이』 가을호에 실린 회원 작품을 심사 대상으로 하였다 . 2017년 4/4분기는 동시 심사 대상 작품이 56편이었고, 동화는 32편이었다. 예심을 통해 동시 6편, 동화 5편이 본심에 올라오게 되었다. 이번에는 동시에서만 중복 추천이 있었다 .
우수 작품상 운영진은 심사 위원 심사를 전적으로 존중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 바쁘신 중에도 심사 마감일 전에 결과를 보내주신 예심, 본심 심사 위원님들께 고개 숙여 정중히 감사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우수 작품상 선정이 공정하게 우수 작품을 뽑아 기쁨을 주는 상이 되도록 더욱더 노력하겠다.
♣ 심사평 ♣
[동시부문]
포근한 모성애로 따뜻한 세상이 되었으면
본심에 올라온 6편 모두 좋은 작품이었지만 마음에 먼저 가는 작품은 이성자 선생님의 「엄마의 가슴에도」입니다. 달리기를 하다 금이 간 아이의 발가락을 깁스하고 잠재우는 과정에서 안타까운 엄마의심정을 표현한 시입니다.
소재 자체는 별로 새롭지 않지만 늘 겪는 평범한 일상에서 얻어지는 가슴 뭉클한 동시라 별 어려움 없이 뽑을 수 있었습니다. 상처를 통해 딸과 엄마와의 교감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습에서 모성애가 얼마나 위대한지 새삼 느끼게 해줍니다 .
햇볕이 들지 않는 텃밭에서는 모종이 잘 자라지 않습니다. 환한 햇볕에 옮겨 놓았을 때 비로소 늦게나마 자라기 시작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이 고픈 아이들이 학교나 사회에서 저도 남도 힘들게 하는 세상입니다. 가정에서 엄마의 사랑이 넘쳐야 세상이 따뜻해질 것 같습니다.
- 심사 위원 구옥순 -
[동화부문]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
나의 습작 시절, 막연히 가졌던 ‘동화’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깨준 작품이 있었다. 그 작품을 교본 삼아 문학 공부를 했던 사람에게 그 사람의 작품을 심사하라고 하다니, 고문이나 마찬가지다! 스승을 제자더러 평가하라는 꼴이랄까.
「기다려 봐, 친구야」는 까맹이를 유기견으로 오해한 할머니의 선의가 불러일으킨 소동이다. 아름다운 이야기이지만 까맹이의 믿음에 화답할 개연성이 충분한가 싶다. 「공룡알」도 혼자 사는 할머니와 낯선 곳으로 이사 온 아이의 교감을 다룬 좋은 이야기지만 산뜻한 반전이 없어 아쉬웠다. 「구슬 팔찌」는 자신을 외가에 맡기고 간 부모를 기다리며 일어나는 내밀한 심리 변화를 탁월하게 묘사하였다. 그리움이 기대로, 다시 좌절과 원망, 분노까지 치닫는 주인공의 감정에 오롯이 공감되
어 거듭 읽게 된다. 「도깨비를 만난 할머니」는 기억을 잃어 가는 노부부와 존재 이유를 찾아야 하는 도깨비 일가의 조우가 환상적이면서 유머러스하다. 동화의 본령에 충실한 작품이구나 싶었다.
「용정의 별 헤는 밤」은 중국 동포인 도우미 아줌마와 소년의 우정을 그리고 있다. 윤동주의 시를 소재로 현시대 상황을 새롭게 해석해 낸 점이 신선하였으며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전개와 공력을 들인 문장이 돋보였다.
「용정의 별 헤는 밤」을 우수 작품상으로 추천하며,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은 순전히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 가득 찬 “아무 걱정 없이” 헤일 듯한 “별”들의 탓으로 돌리겠다 .
- 심사 위원 안미란 -
♣ 2017년 4/4분기 우수 작품상 수상작 ♣
[동시부문]
엄마의 가슴에도
이성자
축구를 하다가 넘어졌는데
의사 선생님이
오른쪽 엄지발가락에 금이 갔대.
무서워서 벌벌 떨고 있는데
-괜찮아, 괜찮아!
엄마가 위로해 주었어.
한밤중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떠 보니
-우리 딸, 얼마나 아팠을까?
엄마가 깁스 한 내 발가락에
입을 맞추며 눈물 그렁그렁
보이지 않지만
엄마의 가슴에도
천 갈래 만 갈래 금이 간 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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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소감]
지난 여름 큰딸이 엄지발가락을 다쳐 깁스를 했어요. 작년에 다친 발가락을 또 다친 거예요. 평생 어미인 내 가슴을 아프게 하며 자란 딸인데, 어쩌자고 이런 일이 자꾸 생기는 것인지. 잠든 딸의 얼굴을 내려다보는데 불쌍하고 짠해서 왈칵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다음날 새벽 청탁받은 동시를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어요. 머리가 텅 비어 버린 것처럼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어요. 멍청하게 앉아 있는데, 딸이 “엄마, 내 발가락에 대해서 써 봐.” 하는 거예요. 순간, 손끝에 찌르르 전기가 전해지더라고요. 지우고 쓰기를 몇 번 하다가 완성된 동시를 딸에게 보여줬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천사처럼 웃었어요.
며칠 전에는 글쎄 딸이 똥통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꿈을 꿨어요. 딸에게 또 무슨 일이 생기려나? 긴장하면서도 똥꿈은 좋다던데, 하며 위안을 삼았죠. 그런데 12월 9일 늦은 오후에 회장님으로부터 4/4분기 우수 작품상 당선 통보를 받았어요. 나보다도 딸이 더 기뻐하더라고요. 우리는 두 손을 마주잡고 눈물까지 글썽였지요.
“엄마, 내가 부족한 딸로 태어나서 미안해.”라며 늘 나를 위로하던 딸. 그래도 덕분에 좋은 동시 쓰고 우수 작품상 당선 통보까지 받았으니, 효녀 중에 으뜸 효녀지요. 지금은 딸과 함께 문학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답니다. 가슴 찡한 보람을 안겨 주신 심사 위원님들께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 이성자 ♥
아동문학평론신인상과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동시집 『피었다 활짝 피었다』, 동화집 『펭귄날다』, 그림책 『넌 멋쟁이야』 등을 출간했으며 방정환문학상, 눈높이아동문학상, 우리나라좋은동시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등을 받았다.
초등학교 6-1학기 국어 읽기에 동시 「송두리째 다 내놓았어」, 국어 1~2학년 활동 3-가에 동화 「넌 멋쟁이야」, 중학교(특수) 국어 나에 동시 「혼자 밥 먹는 날」 전문이 수록되었다. 현재 광주교육대학교 대학원에 출강하고 있다.
[동화부문]
용정의 별 헤는 밤
박마루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오마니, 오마니이!”
아줌마가 고무장갑 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러자 설거지통의 물이 사방으로 마구 튕겨 나갔다.
“풋!”
나는 웃음을 삼키며 신발을 신었다.
“아줌마, 학원 갔다 올게요.”
아무 대답이 없다. 아줌마는 지금 시를 외우느라 내 목소리 같은 건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모양이다.
“땡!”
승강기가 도착하자 나는 곧바로 그 안으로 들어갔다. 바로 그때 현관문이 열리면서 허겁지겁 아줌마가 달려 나오는 게 보였다 .
“가면 간다 해야지? 모를 뻔했잖아.”
‘어유, 못 들은 게 누군데!’
승강기 문을 사이에 두고 나랑 아줌마의 눈이 딱 마주쳤다. 바로 이때다 싶어 나는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리고 몸을 부르르 떨며 소리쳤다.
“오마니이, 오마니이이!”
아줌마는 잠시 어리둥절해 하더니 자기를 놀리는 걸 알아채고는 발을 동동동 굴렀다.
“야 은호 너! 너…….”
“크크큭.”
배를 잡고 웃어대는 내 앞으로 승강기 문이 스르르 닫혔다.
요즘 아줌마는 윤동주 시에 푹 빠져 있다. 아줌마가 그렇게 된 건 얼마 전 국어 수업이 있던 날부터다. 그날 학교에서 돌아온 나는 부랴부랴 아줌마를 찾았다.
“아줌마, 중국 용정이 고향이라고 했죠?”
“그건 와 묻나?”
아줌마는 뜬금없다는 듯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았다.
“그럼 윤동주도 알겠네요?”
“윤동주? 그게 누구가?”
“아이참, 시인 윤동주요. 아줌마는 같은 고향이라면서 그것도 모르세요?”
아줌마가 우리 집에 온 건 일 년 전, 4학년 겨울방학 때였다. 회사에 다니는 엄마를 대신해 나도 돌봐 주고 집안일도 돕기 위해서였다 .
그때 아줌마가 중국 용정에서 왔다고 한 게 어렴풋이 떠올랐다.
“아줌마, 여기 좀 보세요.”
나는 교과서를 펼쳐 아줌마에게 보였다.
“책이 참 예쁘고 곱구만…….”
“이 글을 쓴 사람이 윤동주라는 시인인데요.”
나는 서둘러 말을 잘랐다. 그렇지 않으면 또 이야기가 어디로 샐지 몰랐다. 아줌마와 얘기를 하다 보면 그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분은 국민 시인인데요.”
“국민 시인?”
아줌마가 눈을 껌벅거렸다. 처음 들어 보는 눈치였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분의 시 한 편 정도는 안다는 말이죠.”
“그래? 그렇게 훌륭한 분을 어케 나는…….”
“뭐 그야 아줌마는 중국 사람!”
나는 재빨리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리고 아줌마를 힐끔 쳐다봤다. 아니나 다를까 아줌마의 표정이 금세 굳어졌다.
아줌마의 할아버지는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만주로 가셨다고 한다. 그래서 아줌마는 누가 중국 사람이라고 하는 걸 엄청 싫어한다. 지금도 내가 한 말에 그만 기분이 팍 상해 버린 것이다.
“아줌마, 화났어요? 내가 그렇게 말한 건…….”
애써 변명을 해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아줌마는 얘기를 하다 말고 쌩하니 부엌으로 가 버렸다.
그러더니 며칠 뒤, 느닷없이 아줌마가 윤동주 시를 외우기 시작한 것이다.
“두고 보라. 윤동주 선생의 시라면 싹 다 외우갔어!”
이렇게 큰소리까지 뻥뻥 치면서 말이다.
학원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아줌마가 안 보였다. 대신 엄마가 일찍 와 있었다. 모처럼 엄마랑 있다 보니 아줌마가 궁금해진 건 밤이 다 되어서였다.
“아줌마 시장 간 거야?”
“신림동 아저씨한테 가셨어.”
신림동 아저씨는 아줌마의 남편이다. 아줌마 말에 의하면 아저씨는 겨우 한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좁디좁은 방에서 지낸다고 했다. 그래도 아줌마는 토요일마다 아저씨를 만나러 신림동에 갔다.
“오늘은 토요일도 아니잖아?”
나는 이상하다는 듯 머리를 갸우뚱했다.
“실은 아저씨가 많이 다쳤나 봐. 아빠가 갔으니까 곧 알 수 있을 거야.”
나도 아저씨를 딱 한 번 본 적이 있다. 아줌마의 부탁으로 중국에 있는 아들에게 보낼 게임기를 사러 갔을 때였다. 물건을 고르는 데는 10분도 안 걸렸는데 아저씨는 내가 내미는 물건마다 비싸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 바람에 계산을 다 마쳤을 때는 이미 해가 어둑해지고 배까지 고파 왔다. 하지만 구두쇠 아저씨가 맛있는 걸 사 줄 리가 만무했다. 터벅터벅 집으로 가는데 분식점 앞을 지나던 아저씨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은호, 혹시 저런 거 먹을 줄 아네?”
“그럼요.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나는 어찌나 배가 고팠던지 아저씨와 아줌마가 라면을 먹는 사이, 떡볶이 2인분을 혼자 다 먹어치웠다. 그날 이후 떡볶기만 보면 아저씨 생각이 절로 났다.
밤이 늦어서야 아빠가 돌아왔다. 공장에서 철판이 무너지는 사고가 생겼는데 아저씨가 그만 그 밑에 깔렸다는 것이다. 다행히 아저씨의 의식은 돌아왔지만 다시 걸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된다고 했다.
아줌마가 간 지 일주일쯤 되는 날이었다. 혼자 집에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
“은호니? 나야 아줌마야!”
나는 하마터면 전화기에 대고 엉엉 울 뻔했다. 아줌마는 밥은 잘 먹느냐 어쩌느냐 한참 동안 안부를 묻더니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 닌……, 말이야.”
지난번에 산 게임기를 말하는 것 같았다.
“닌텐도요. 그건 왜요?”
“암만 해도 여기 일이 언제 끝날지 몰라서 말이야.”
내가 대신 좀 보내 줬으면 하는 말이었다. 전에도 아줌마를 대신해 중국으로 소포를 보내본 적 있었기 때문에 그리 어려운 부탁도 아니었다.
우체국 가는 길 내내 엠피스리를 귀에 꽂고 갔다. 기분이 계속 우울했는데 신나는 가요를 듣고 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었다. 갑자기 아줌마의 아들이 떠오른 것이다.
‘나도 이런데 엄마도 없고 아빠까지 다쳤으니 애는 얼마나 속상할까…….’
바로 그 순간 나는 꽂고 있던 엠피스리를 빼서 게임기와 함께 상자 안에 집어넣었다.
그날 밤 모처럼 아빠가 일찍 들어왔다.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아무래도 걷기는 어려울 것 같죠?”
엄마가 신림동 아저씨에 대해 물었다. 아빠는 그래도 그게 어디냐며 말꼬리를 흐렸다 .
“그럼 아줌마 중국으로 가야 돼요?”
걱정이 되어 묻는 말에 엄마는 대답은커녕 나의 질문을 싹둑 잘라먹었다.
“은호 너, 숙제는 다한 거야?”
묻는 말에 얼토당토 않는 대답을 하는 건 아줌마의 주특기다. 그런데 엄마까지 이럴 줄이야!
“네, 사모님!”
나도 보란 듯이 아줌마 말투로 넙죽 받아넘겼다. 그러자 엄마와 아빠가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처음에는 나도 함께 웃었지만 곧 시들해졌다. 아저씨가 그렇게 되었는데 생각 없이 웃고 있는 게 왠지 부끄럽고 미안했다.
오늘은 중간고사를 위해 특별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학원은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은호, 은호!”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보니 아줌마였다. 마치 물살에 떠밀려 가는 나뭇잎처럼 아줌마는 아이들 틈에 간신히 버티고 서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줌마!”
나는 정신없이 달려가 아줌마 품에 덥석 안겼다. 못 보던 사이 아줌마는 눈도 움푹 들어가고 양쪽 입가의 주름도 깊게 패여 한눈에 봐도 고생한 티가 팍팍 났다.
“이제 다시 온 거죠?”
아줌마는 대답은 하지 않고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나를 이리저리 살폈다.
“으잉? 얼굴이 와 이러나? 한 달은 굶은 사람 같구만.”
역시 아줌마다. 얼굴만 봐도 내 마음을 단박에 알아낸다. 나는 아줌마의 팔을 잡아당기며 어리광을 부렸다.
“아잉, 아줌마. 나 배고파잉.”
“근데 이거 어카나! 나랑 어디 좀 들러야겠는데?”
아줌마가 상가 쪽을 가리켰다. 또 중국에 보낼 물건을 고를 모양이다. 까짓 거 아줌마도 왔는데 배고픈 것쯤이야, 나는 아줌마를 보며 턱을 쭉 내밀었다.
“이번엔 뭘 살 건데요?”
“운동화를 샀으면 해서리…….”
아줌마는 보자마자 부탁부터 하는 게 좀 미안했던지 내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뭐, 운동화야 금방 고를 수 있다. 나는 아줌마와 함께 가까운 신발 가게로 들어갔다.
“이게 요즘 완전 짱이에요. 우리 반 아이들도 다 신고 다녀요.”
실은 내가 신고 싶던 운동화였다. 하지만 지금 것도 멀쩡한데 무슨 소리냐며 엄마한테 야단을 맞고서는 포기하고 있었다.
“그래? 어디 한번 신어 보라.”
아줌마는 내 발을 여기저기 꾹꾹 누르고 걸어 봐라 뒤로 돌아 봐라 이것저것 주문했다. 그때마다 나는 마치 모델이라도 된 것처럼 아줌마가 하라는 대로 움직였다.
한참 동안 운동화를 요리조리 뜯어보던 아줌마는 결심이 섰는지 계산대로 갔다.
“이 신발 똑같은 걸로 두 개 주시라요.”
아무리 유행도 좋지만 같은 걸 두 개씩이나 사다니!
나는 그럴 거라면 차라리 다른 디자인을 골라 보자고 부득부득 말렸다. 하지만 기어코 계산을 다 마친 아줌마는 그 중 하나를 나에게 내밀었다.
“이건 내일 중국에 가져갈 거고, 요건 은호 네 거야.”
“아줌마?”
“받으라. 아줌마가 이별 선물로다 특별히 주는 거야. 팔 떨어지갔어.”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정말 가야 돼요? 안 가면 안 돼요?”
“걷지도 못하는 아저씨를 어케 혼자 보내겠어.”
조금 전만 해도 눈물이 그렁그렁하던 아줌마가 별안간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엠파스진 뭔지 말이야?”
깜짝 놀란 나는 서둘러 손등으로 눈물을 쓱 닦았다.
“왜요? 쓰던 거 줬다고 뭐라 그래요?”
“무슨 소리! 아주 신났지. 우리 아들이 고맙다면서 꼭 갚겠다고 전해 달랬어. 암! 갚아야지. 고럼!”
아줌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 어깨가 휘청했다.
“아앗! 그렇게 세게 잡으면 어떡해요?”
“너야말로 사나이가 고렇게 엄살을 떨어서 어떡하나?”
“아이참, 아줌마가 너무 세게 눌렀잖아요.”
아줌마와 내가 옥신각신 하는 사이 어느새 거리는 별빛보다 환한 불빛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나는 슬그머니 아줌마의 손을 잡았다.
“전에 윤동주 시 외우기로 했던 거요.”
아줌마 손이 움찔했다.
“아! 그, 그거 말이야. 은호도 알다시피 이 아줌마가 좀 바, 바빴어야 말이지.”
말까지 버벅대는 걸 보니 은근 당황한 모양이다. 그럴수록 나는 시치미를 뚝 뗐다.
“아, 뭐예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국민 시인의 시 정도는 외워야죠.”
우리나라를 말할 땐 일부러 더 세게 힘을 주었다.
“아, 알았어. 외우갔어. 외우면 되잖아.”
마침내 아줌마가 큰소리를 뻥뻥 쳤다. 이제야 본래 아줌마로 돌아온 것 같았다. 그런데 큰소리만 쳤을 뿐 또다시 잠잠했다. 답답해서 고개를 드는데 더듬더듬 아줌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네다. ……, 나는 아무 걱정 없이 별들을 다 헤일 듯합네다. …… 별들이 아스라이 멀 듯이 오마님, 당신은 저 멀리 북간도에 계십네다.”
비록 손은 들거나 고함을 치지 않았지만 아줌마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힘이 느껴졌다.
아줌마의 시는 공원을 지나 길을 건너 다시 신호등 앞에 섰을 때까지 이어졌다. 나는 문득 아줌마의 시가 메아리 같다고 생각했다.
내를 넘어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그리고 마침내 저 멀리 용정의 밤하늘까지도 닿을 것만 같은 그런 메아리. ⊙
✽ 윤동주 동시 「새로운 길」 중에서.
[수상 소감]
지난 성큼, 한 걸음 더!
성품도 말씨도 시원시원하고 거침없었던 조선족 아줌마가 고향 연변으로 돌아간다고 했을 때, 아이는 몇 날 며칠을 울며불며 가지 말라고 매달렸습니다. 단순히 고용인의 관계로만 지켜봐 온 어른들로선 그런 아이의 반응은 좀 뜻밖이라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의 이별이란 것이 본디 저 아이의 마음 같은 것. 지금은 계산에 맞춰 만남과 이별에 익숙해져 버렸지만 한때 우리에게도 저런 말랑말랑함으로 흘러넘치던 때가 있었다는 게 떠올랐어요. 그러자 아이의 마음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었습니다.
「용정의 별 헤는 밤」은 바로 그 아름다운 이별 의식을 보여 준 제 조카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만든 이야기입니다.
작품을 읽어 주시고 선정해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랫동안 책 만드는 일에만 전념하다 뒤늦게 동화의 세계에 입문하였습니다. 갈 길이 바쁜 줄 알면서도 자주 머뭇거리고 생각 없이 갈팡질팡하는 것을 용케도 아시고 격려와 용기를 주셨습니다. 쭈삣거리지 말고 성큼 더 들어와도 좋다는 명분을 얻은 거 같아 무엇보다 큰 힘이 되고 가슴 뿌듯합니다.
♥ 박마루 ♥
2005년 『미네르바』 가을호에 시 「산을 오르며」 외 2편, 2013년 『아동문학평론』 봄호에 동화 「웅덩
이」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nirvanam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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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구옥순선생님, 안미란 선생님!
심사하시느라 수고많으셨습니다.
이성자 선생님, 박마루 선생님!
좋은 글 보게 되어 기쁩니다.
왕축하드립니다.
심사하신 선생님들 애 쓰셨습니다.
이성자 선생님, 박마루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이성자 선생님, 박그루 선생님,
우수작품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성자 선생님, 박그루 선생님, 감동있는 작품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이성자선생님, 박마루선생님 축하드립니다~!!!
2018년에도 대박나셔요♡♡♡
이성자 선생님, 감동적인 작품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성자님, 박마루님, 우수상 수상 축하합니다
축하해주신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
2018년에는 더 좋은 작품 쓰십시오.
두 분의 좋은 글 읽게 되어 반갑습니다. 수상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