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호와 은주는 사랑을 노래하며 거닐었던 바닷가를 뒤로한 채,
모처럼 만의 즐겁고 달콤한 시간 속을 빠져 나와 창원을 향해 부지런히 달려오고 있었다...
차창 넘어 멀어져 가는 창밖에 풍경들과 어디론지 바삐 걷고 있는 거리에 사람들 모습들이
오늘 따라 왠지 정겨워 보이고 낯설지가 안아 보인다.
태호는 자신의 승용차 옆자리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은주의 한쪽 손을 잡아
기어 변속을 위하여 자신이 잡고 있는 스틱 위에 살며시
서로의 손을 잡아 올려놓고 달리면서,
행복한 표정으로 가끔 한번씩 자신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상큼한 웃음으로 사랑을 전해 오는 그녀의 미소를 바라보며,
카세트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조용하고 감미로운 재즈 연주의 선율에 따라
가볍게 자신의 머리와 몸을 흔들어 대면서 창원을 향해 부지런히 달려오고 있었다....
태호와 그녀가 부지런히 달려와 도착 한곳은
창원 시내 번화가에 위치한 하늘을 향해 제법 높게 솟아 있는,
높다란 건물 이층 옆에 커다란 글씨로 간판에 새겨져 있는 꿈이라는 레스토랑 앞이었다.
태호와 은주가 손을 잡고 레스토랑의 문을 열고 들어선다......
어서 오세요, 이쪽으로 오세요 라며 반갑게 맞아 주며 그들을 반기는
연미복 비슷한 옷차림에 단정해 보이는 웨이터를 따라
그가 안내하는 레스토랑 구석진 곳으로 태호와 은주는 나란히 자리를 하고 앉는다.
태호와 은주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샹드리아 조명등과
이국적이면서도 이색적인 실내장식이 잘 어울려서, 다른 레스토랑들보다는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해 내는 레스토랑 실내 이곳 저곳을 둘러본다...
규모가 제법 큰 실내 공간 이곳 저곳에서는
조용하게 흘러나오는 프랑스 풍의 샹송 음악을 들으며
늦은 오후 주말 밤을 즐기려 몰려나온 젊은이들로 인하여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청춘 남녀들이 각자의 일행들과 소곤거리며
무엇인지 모를 즐거운 대화들을 나누고 있는가 하면,
굳은 표정으로 탁자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한 채 앉아
무슨 내용인지 모를 심각한 대화를 나누며
연신 담배를 태워 가며 한숨 짓고 있는 서로 다른 남녀들의 모습들로 인하여
레스토랑 안은 담배 연기와 젊음에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어느 사이인가 웨이터가 메뉴 철을 들고 와 태호와 은주 옆에 서 있었다...
태호는 웨이터에게 정중한 표정과 말투로, 수고하십니다 아저씨,
이 집에서 제일 맛있고 값비싼 음식이 무엇인가요?, 라며 묻는다.
웨이터는 친절하게 웃으면서 들고 있던 메뉴 철을 태호 앞에 펼쳐 보이며
태호에게 친절한 말투로 자신에 가게에서 만들고 있는 메뉴들을 설명하여 준다...
저희 집 에서는 생선 스프와,
싱싱한 해산물로 만든 라비올리(저며서 양념한 고기에 얇은 가루 반죽을 한 요리)요리가
손님들에게 반응도 좋고, 맛 또한 그만입니다 손님, 하며
친절하고 상냥한 말투로 태호에게 권하면서 은주를 바라본다.
태호는 은주를 바라보며....
은주?, 그럼 이 음식으로 할까?, 하며 물어 보고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은주의 동의를 얻고서 웨이터에게 음식을 주문을 한다.
웨이터가 주문을 받아 들고 주방 쪽으로 사라지자 태호는,
"은주, 이집 분위기 괜찮지?, 나, 전에 여기 한번 왔었어
우리 팀들하고 수정이 일행들하고 말이야....,"
"어머, 그러셨어요?, 분위기가 참 좋으내요...,
대구에도 이렇게 분위기 좋고 시설 좋은 데는 별로 흔치 않아요....,"
"아마 그럴 거야, 대구에는 땅값도 비싸고 건물 세도 무척 비싸서 말야..."
태호와 은주는 레스토랑 안에 젊고 생기 넘치는 분이기와
이국적인 색채가 묻어 나는 실내장식과 난생 처음 먹어 보는 음식 맛을 함께 음미하면서
서로가 못 다한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태호가 마시던 커피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은주에게 묻는다.
"그런데 은주?, 오늘밤은 어떻게 할거야?,
나하고 같이 클럽에 가 있을 래?."
"아니라예, 조금 후에 수정이 하고 만나기로 했다 아닙니꺼,
"수정이 하고 오랜만에 같이 시내나 쇼핑하고,
태호씨 연주 마칠 때쯤에 클럽으로 갈게요 제가....,"
"아참, 그러면 되겠네..., 요즘 수정이 얼굴 본지도 몇 일 되었고 하니까,
나중에 수정이 하고 함께 클럽으로 와,
나는 오픈 할 시간이 다 되어서 이만 가 봐야 되겠어 은주, 혼자 있어도 괜찬겠어?"
"내가 머 어린애인가요, 걱정하지 말고 어서 가보 세요, 이러다가 늦겠네 예....,
내는 여기서 조금 더 있다가, 시간이 다되면 나갈 거라 예." 라며
태호 에게 걱정 말라는 듯이 웃어 보이고는,
심란한 표정으로 자리에 않아 있는
태호의 팔은 잡아끌다 시피 자리에서 일으켜 세운다.
태호는 그곳에 홀로 남아 있는 은주가 걱정된다는 듯이 은주와 시계를 번갈아 바라보며
아쉬운 듯 한참 동안 망설이다 하는 수 없이 은주를 뒤로 한 채 레스토랑에 문을 나선다.....
은주는 태호와 헤어진 레스토랑에서 태호를 생각하며 잠시 감상에 젖어 있다 말고,
수정이와 약속한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었음에 그곳을 나와서,
무작정 지나가는 여학생들에게
수정이와 약속한 장소를 물어 큰길가 모퉁이에 있는 커피숍을 찾아내곤,
커피숍에 먼저 나와서 기다리고 있는 수정이와 함께 자리를 마주하고 앉아 있다....
수정이가 먼저 투정을 하듯 은주에게 핀잔을 늘어놓는다....
"야이 기지배야, 니 그럴 수 있는 기가?,
태호씨 한 테 미쳐 가지고, 내한태 는 연락 한번 안하고 말이다,
그렇게도 태호씨가 좋더나 가시내야 으이?....,"
"미안타 수정아, 니가 이해해라..., 그케서 니 볼라꼬 여기에 온거 아이가...,"
"머라꼬, 저 가스나 말하는 거 좀 보소,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 켓 다꼬....,
입에 침이나 바르고 그짓말 해라 이 가시내야,
니가 지금 내 보러 온기가?, 태호씨 보러 온기제, 내참 어이가 엄고만은...,"
"미안타 수정아...., 마, 내가 미안타꼬 안그카나, 호호호호호,"
"가시내야 웃지 마라, 그래도 지가 잘몬 한걸, 알긴 아는 모양이네, 웃기는....,"
"그카는 니는 기지배야, 내한태 니가 먼저 전화하면 손꾸락이 뿔아 진다 더나?,
아니면, 동전이 엄어서 몬한 기가?,
사돈 남 말하고 있네, 기지배가....., 호호호호호."
"호호호호호"
"그런데 수정아?, 니 지금 하는 일은 잘 되어 가고 있는 기가?
어떻터노, 그 일이 싫증은 안나더나?,"
"싫증은 무신 싫증..., 마 내한테는 미장원 일이 딱 맞아떨어진다 아이가, 마 천직 인기라....,"
그랬다.
수정이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떨어지자 마 자 곧바로 평상시 자기가 하고 싶었던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이년 정도 남에 밑에서 열심히 기술을 연마하여서
지금은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에다가 미용 실 을 개업하여 운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건 그렇고 은주야?, 니 태호씨 하고는 잘 되어 가제?,
음악 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예술가랍시고
신경이 무척 예민하고 섬세하면서 자존심도 엄청 강한 기라,
그카고 성격들이 하도 별나가, 억수로 까다롭기도 하고,
마 애들같이 금새 어디로 튈지도 모르는 종잡을 수 없는 얼라들 가트이끼네,
은주 니가 태호씨 성격을 빨리 파악해서 잘 마차 가야 댄데이, 알긋나?."
수정이는 아직도 은주가 걱정스럽고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인지,
음악 하는 사람들에 습관과 성격들은 자신이 잘 알고 잇다는 듯이
은주에게 신신 당부를 하였다....
은주와 수정이는 그렇게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움을 나누면서,
그 동안 못다 했던 이런 저런 이야기들과 수정 이가 사귀고 있는
태호 팀에 민제(기타)의 성격에 장단점과 음악 하는 사람들이 지닌 이상한 습관들과,
자신들이 사랑하고 있는 남자에 대한 특징과 성격들을 서로 비교하여 가면서
연신 키득거리며 한참 동안 그곳에서 즐겁게 이야기들을 나누고는
약속된 쇼핑을 즐기기 위하여 서둘러서 커피숍을 빠져 나왔다.
오색 찬란한 내온 싸인 불빛들이 환하게 밝혀 주는
창원 시내 번화가인 밤거리를 수많은 젊은이들이 오고가고 있었다....
은주와 수정이는 서로에 팔짱을 끼고 밤거리를 거닐면서
옷가게며 악세 사리 가게, 신발 가게들을 고루 들리면서
각자 마음에 드는 물건들을 고르고 사면서
모처럼 만에 둘만의 우정에 신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태호는 오픈 시간 몇 분전에야 허겁지겁 달려와 겨우 가까스로 지각을 면하고
첫 번째 연주를 마치고 대기실에 들어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쇼파에 앉아서 담배 한 개피를 꺼내어 입에 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