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날이면!
김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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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서기가
사는 거문산(검은산)에 밤새 눈이 내렸어요.
아침에 일어나니
보송보송한 눈이 마당에 가득 쌓였어요.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었어요.
“오늘은 눈썰매를 탈 수 있겠다!”
똥서기는 아침을 먹으면서 동생들과 이야기했어요.
“형!
나도 탈 거야.
“오빠!
나도 탈 거야.”
똥서기와 동생들은 아침밥 먹는 속도가 빨라졌어요.
산골짜기에 눈 내리는 날이면
산길이나 묘지가 온통 놀이터가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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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에서 비료포대를 찾아봐!”
똥서기는 동생들에게 말하고 마당에 쌓인 눈을 치웠어요.
눈이 많이 내려
빗자루로 쓸기도 힘들었어요.
마당에 눈도 치우지 않고
똥서기와 동생들은 눈썰매 탈 생각만 했어요.
“오빠!
비료포대 4개 있어.”
“모두 가지고 와!”
“알았어!”
“장화를 신어야 해!”
똥서기와 동생들은 비료포대를 들고 제각을 지나 묘지가 많은 꼭대기로 올라갔어요.
옆집 사는
봉수도 동생들과 함께 비료포대를 들고 왔어요.
순서대로 비료포대를 타고 묘지 꼭대기에서 내려갔어요.
동그란 묘지를 넘을 때는 속도가 있어서 점프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야호!
신난다.”
똥서기와 동생들은 모두 신나게 눈썰매를 탔어요.
여동생들은 눈을 뭉쳐 눈사람을 만들었어요.
“오빠!
도와줘.”
여동생 경자가 오빠를 불렀어요.
눈 뭉치가 너무 커서 눈사람을 만들기 어려웠어요.
“알았어!”
똥서기는 여동생에게 달려가 눈 뭉치를 올려주었어요.
“세상에서
제일 큰 눈사람이 되겠다!”
“맞아!”
여동생도 눈 뭉치를 올려놓고 좋아했어요.
세상에서 제일 큰 눈사람처럼 보였어요.
“오빠가 소나무 꺾어다 줄게!”
똥서기는 묘지 끝자락에 있는 소나무에서 가지 몇 개를 꺾어다 여동생에게 주었어요.
“멋지게 완성해봐!”
“알았어!”
여동생은 소나무 잎으로 눈사람 머리카락과 눈썹을 만들어 주었어요.
똥서기는
다시 눈썰매를 타기 위해서 묘지 꼭대기로 올가 갔어요.
“누가 빠른 가 시합할까?”
동생들에게 똥서기가 물었어요.
“좋아! 좋아!”
똥서기와 동생들은 묘지 꼭대기에 한 줄로 서서 출발 준비를 했어요.
“하나, 둘, 셋, 출발!”
똥서기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모두 비료포대를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야호! 신난다.”
모두 신나게 내려갔어요.
“넘어진다!”
희석이도 범석도 모두 넘어졌어요.
봉수도 넘어지고 경순이도 경례도 넘어졌어요.
똥서기도 끝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서 넘어지고 말았어요.
“그래도 재미있어!”
동생들은 모두 눈 위를 뒹굴며 내려왔어요.
..
막내 여동생이
만든 눈사람은 정말 멋졌어요.
“우리도 눈사람 만들자!”
모두 눈을 굴리기 시작했어요.
“누가 제일 크게 만들까 시합하자!”
“좋아! 좋아!”
제각 앞 호수 끝자락에는 눈사람이 하나 둘 완성되어 갔어요.
“와!
봉수 형은 거인 눈사람을 만들었다.”
“뚱보 눈사람이다!”
희석이가 만든 눈사람은 정말 뚱보 같았어요.
“이건
외국인 같아!”
“맞아!
외국인이야.”
“오빠!
이름은 뭐라고 지을 거야?”
여동생 경순이가 물었어요.
“이건
소크라테스! 저건 셰익스피어!”
똥서기가 만든 두 개의 눈사람은
책에 나오는 소크라테스와 셰익스피어였어요.
“나는 산타 할아버지 눈사람을 만들어야지!”
막내 범석이가 눈을 굴렸어요.
똥서기는
산타할아버지 얼굴만 한 눈덩이를 굴러 막내 동생에게 주었어요.
“산타할아버지다!”
막내는 눈사람을 만들더니 크게 외쳤어요.
“희석아!
목도리 줘봐!”
똥서기는 희석이에게 빨간 목도리를 받아서 막내가 만든 눈사람 목에 칭칭 감아주었어요.
“정말 산타할아버지 같아!”
여동생들이 말했어요.
거문산 기슭에 사는 똥서기와 동생들은
눈이 오면 이렇게 재미있게 눈썰매를 타고 눈사람을 만들며 놀았어요.
그림 나오미 G
..
“형!
어디 갈 거야?”
장갑을 챙기는 형을 보고 희석이가 물었어요.
“산토끼 잡으러!”
“정말!”
“응.”
“오늘 저녁에 산토끼 고기 먹는 거야?”
막내 범석이는 침을 꿀꺽 삼키며 형에게 물었어요.
“잡아야 먹지!”
아직 산에도 오르지 않은 형에게
동생들은 벌써 산토끼 고기를 먹게 해 달라는 눈치였어요.
“형!
나도 따라갈게.”
바로 아래 동생 희석이가 따라나섰어요.
“형! 나도.”
막내 범석이가 따라나섰어요.
“넌 아직 어리니까 집에 있어.
눈 내린 산은 위험하니까!”
“따라가고 싶은데!”
막내 범석이가 형을 졸랐어요.
“안 돼! 산은 위험해.”
똥서기는 희석이만 데리고 산토끼를 잡으러 갔어요.
산에는 토끼 발자국이 많았어요.
“형!
여기 봐봐!
토끼 발자국이야.”
희석이가 말했어요.
“산토끼가 이곳을 지나갔구나!”
똥서기와 희석이는 산토끼 발자국을 따라서 걷고 또 걸었어요.
하지만 산토끼는 보이지 않았어요.
“형!
너무 멀리 온 것 같아.”
“그래.
돌아가자!”
똥서기와 희석이는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어요.
산토끼 발자국만 보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어요.
..
오후가 되자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어요.
“눈이 많이 올 것 같다.”
엄마가 밖을 내다보더니 말했어요.
거문산에 눈이 많이 내리면 집에서 할 일이 없었어요.
“형!
덫을 놓을 거야?”
희석이는 산토끼 발자국을 보고 온 뒤로 철사를 가지고 덫을 만들었어요.
“그래.
덫을 놓자!”
똥서기와 희석이는 덫을 들고 다시 산으로 갔어요.
산토끼 발자국이 있는 곳에 덫을 놨어요.
“형!
산토끼가 잡히면 좋겠다.”
“잡힐 거야!”
똥서기와 희석이는 산에 덫을 놓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저녁이 되자 눈은 더 많이 내렸어요.
“덫이 눈 속에 묻히겠는데!”
똥서기는 창문으로 밖을 보면서 걱정했어요.
동생들은
벌써 코를 골며 꿈나라로 갔어요.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이야.”
봄 여름 가을꽃이 피고
겨울에도 눈꽃이 피는 곳이야말로 무릉도원이 이었어요.
똥서기는
책에서 읽은 무릉도원이 생각났어요.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이야말로 무릉도원인 것 같았어요.
“산토끼! 산토끼!”
하고 외치던 똥서기도 스르르 잠이 들었어요.
내일 아침
산토끼는 덫에 걸려 있을지 모르겠어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