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희철이의 결혼식이다.
그 아이가 열 셋이고 내 아이가 스물 여섯이었을 때, 선생님과 학생으로 맺어진 인연이 참 오래도 이어졌다. 우리반 응원단장이었던 귀여운 그 아이가 벌써 서른 넷이란다.
2주 전, 희철이에게 메일이 한 통 왔다. 청첩카드를 클릭해서 들어가 보니, 둘의 만남과 사랑이야기를 곱게 써내려간 글도 있었고 둘에게 편지를 올리는 공간도 있었다.
이름을 쓰고 편지를 몇 줄 올렸다. 마지막에는 이렇게 썼다.
"너는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랑의 사람이니, 꼭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리라 믿는다."
희철이는 나에게 어떤 제자였는지 잠시 생각해 잠겼다. 내 학생이었을 때는 우리반을 웃음바다로 만드는 행복쟁이였고, 졸업 후 우리 집에 놀러와서는 내 아이들과 재미있게 잘 놀아주는 형이며 오빠였다. 또한 내가 아플 때는 나를 위로해 주는 친구였고, 자기가 잘 안다는 유명한 한의원에 나를 태우고 갈 때는 나의 보호자가 되어 주었다.
결혼식에 아이를 데리고 온 제자 부부들을 보며 많이 행복했다. 그 아이들은 나에게 '너, 그래도 괜찮게 살았구나.'하는 성적표처럼 나를 자주 기쁘게 하는 존재들이다. 작년에 동시로 등단한 책자를 10권 챙겨서 제자들에게 주었다. 내 제자 중 유일한 커플인 지은이의 눈시울이 금방 붉어졌다. 몸이 약한 선생님을 늘 안쓰러워하던 언니같은 제자였다.
남편과 막내를 데리고 결혼식을 다녀오며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등대처럼 나를 늘 이끌어주신 아버지에 대해, 가족에 대해, 귀한 인연에 대해, 문학에 대해...
어제처럼 오늘도, 오늘처럼 내일도 난 내게 다가온 하루에 감사하며 살아갈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되도록 정성스럽게 수를 놓듯이 그렇게 삶을 만들어 가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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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이를 아주 행복하게 하는 글^^
제자는, 스승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제자는 도로 스승이지요. 그러기에 그 길을 계속 가는 거고. 늘 부끄럽게 살다가도 반듯하게 사는 제자를 보면 참으로 뿌듯하지요. 좋은 스승의 모습, 참 보기 좋습니다.
선생님도 초등학교 선생님이시군요.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
그러고 보니 두 분 선생님이 초등학교 근무를 하시네요. 물론 채수아 선생님은 그만 두셨답니다만.
네...^^
인정스럽게 잘 자란 제자를 바라보는 선생님의 사랑이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차분하게 내려 앉은 여운이 이 새벽과 참 잘 어울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참 저는 중학교에 근무합니다. 울산에 있는 현대청운중학교입니다.
네,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