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대에 이런 말을 하면
참 꼰대 같은 소리라 하겠지만
적어도 그땐...
(그때가 대략 20에서 30년은 지난 것 같다..그래서 나도 꼰대 소리 듣는 나이가 되긴 했다)
실제 그랬다
신문 오피니언란(그땐 이런 단어도 없었다)에서
드라마의 가족 간 호칭이 문제라고 문제 삼았는데
남편을 오빠라 부르는 걸 문제 삼았고
남편을 형이라 부르는 것도 문제 삼았고
시누이를 고모라 부르고 시동생을 삼촌이라 부르는 것도 문제 삼으며
전통적인지 정통적인지 암튼 우리의 미풍양속을 헤치는 문제다..로까지 확대하며
작가와 피디의 자질을 문제 삼았다
그러한 표현들이 귀에 거슬리고 어색했던 모양이지만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은
원래 있었던 양 거부감 없는 호칭으로 쓰이고 있다
언어는 시대에 따라 변하고 달라지고 생겨나고 사라져간다
너무 좋다 너무 이쁘다 너무 맛있다처럼 너무란 단어를 너무 많이 쓰는데
너무 안 좋다 너무 못났다 너무 맛없다처럼 본래 부정의 뜻으로 쓰였지만
의식없이 너무 많이 쓰는 까닭에
국어 표준연구소인지 한글 지킴 보존회인지 그런 곳에서도
몇 번의 지적을 하다가
지금은 손들고 긍정이든 부정이든 간에 쓰고 싶은 대로 써라 한다
언어는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본래 뜻을 달리하기도 하고 상황과 장소에 따라
당사자 간 원활한 소통을 한다
식당에서 일하는 아줌마를 언젠가부터는 이모라 부른다
엄마의 여형제를 칭하는 이모란 말속에 담긴 뉘앙스는 정겹고 따스하고 친근하다
그래서 식당 아줌마들은
아줌마를 아줌마라 부르지 않음에 관한 불만과 반감 없이 손님에게 호응한다
며칠 전 유모차를 몰고 온 고객에게
언니 이렇게 요렇게 해서 가격은 총 얼마입니다 했는데
레이저를 쏘며 노려 보길래 우리가 무엇을 잘 못 했나 물었다
왜 자기한테 언니라 하느냐
언니는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을 부르는 소리 아니냐..며 무척 불쾌해 했다
잠시 당황하기도 했지만 우린 언니 말고도 아니 고객님 말고도
다른 분한테도 흔히 언니라 부르는데
그게 기분 나빴다면 우리 잘못이라며 사과했다
그때 빵을 고르던 한 고객께서 그럼 뭐라 하지? 하며 반문했다
우리가 친근함의 뜻으로 부른 언니란 호칭이
그 고객한테 거슬렸다면 이유 물문하고 우리 잘못이다
돈 주는 고객을 깍듯이 대접 못했으니 달리할 말이 없다
나중에 이 말은 들은 지인은
그 사람이 어쩌면 식당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고
그때 언니란 말에 트라우마가 생겼을 수도 있지 않았겠냐 란
진단을 내리자 옆에 있던 또 다른 지인은
그 사람이 어릴 적부터 유교식 가정교육을 받았는데
나이 많은 사람한테
나이 어린 사람이 언니란 소리를 듣다니 이건 정말
장유유서의 의미가 퇴색되는 호칭이라 판단해서
곧장 잘못을 바로 세우려 그런 반격을 했을 것 같다고도 했다
그러자 막 마지막 커피를 넘긴 또 다른 지인은 경험담이라며
자기 집은 아파트 꼭대기 층인데
볼일이 급해 막 현관문을 들어서는 사람을 본체만체 하고
엘베에 급히 올라탔다며 분명 그 사람은 자기 욕을 몇 바가지로 했을 테지만
긴박했던 순간이라 매너고 뭐고 다 필요없었다 했다
그래서 자기 말의 포인트는 그 사람의 입장이 돼 보지 않고선 그를 이상하게 보면 안 되는거다 라며
얼음이 녹아내린 컵을 다시 들었다
묘하게 그때 상황이랑 핀트가 맞는 것 같기도 안 맞는것 같기도 했지만
나를 위한 가르침의 자세이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그 고객한테 당혹감과 불쾌감이 믹스된 미안함이었지만
지인들의 말을 듣고 절대적 미안함으로 바뀌었다
시대에 따라 언어가 변하고 호칭도 변한 다지만 그 변화를 모두가 받아들이는 건 아니지 않은가..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