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을 감상한다면서 교향곡(symphony)을 안 듣는다는 것은 마치 음악의 진수를 전혀 맛보지 않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음악감상의 마지막 코스는, 식사로 비유한다면 주요 요리(main course)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교향곡이기 때문이다.
교향곡은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도록 만들어진 소나타>라는 정의(定義)가 있듯이 기악곡 중에서 그 규모나 구성이 크고 당당하다. 또 그 내용이나 용량 면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엄청나기 때문에 작곡자 자신이 내면 속에 있는 모든 것을 송두리째 들어내 전력 추구해야만 작곡을 할 수 있다.
더욱이 작곡자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작곡한 교향곡이라면 그의 인생 전부가 그 곡에 투입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곡은 보통 그의 대표작, 최고의 걸작품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고, 또 그 곡을 듣는 사람들에겐 무한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공교롭게도 베토벤 이후, L. v. Beethoven(1770~1827)을 비롯해서 F. Schubert(1797~1828), A. Bruckner(1824~1896), A. Dvorak(1841~1904). G. Mahler(1860~1911)와 같은 거장들의 마지막 교향곡이 제9번으로 끝나고 있다. 교향곡을 15곡이나 작곡한 쇼스타코비치(1906~1975)의 경우는 예외지만, 인간의 능력으로 교향곡을 그 이상 작곡한다는 것은 아마도 무리인 모양이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작곡가들의 마지막 교향곡 제9번을 중심으로 그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베토벤 교향곡 제9번 D단조 <합창> 작품125
이 곡을 듣다보면 <음악은 종교와 철학보다 위대하다>라는 베토벤 자신의 말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게 된다.
신비적인 미지의 세계에서 들려오는 듯한 곡으로 시작되는 제1악장, 쾌활한 스케르쪼의 제 2악장, 천국의 안식과도 같이 평온함을 자아내는 제 3악장, 거센 폭풍우를 연상시키는 도입부로 시작되는 제 4악장 - 이윽고 바리톤 가수가 낭랑한 목소리로, <벗이여, 이 노래가 아니라 더 좋은 기쁨의 노래를 부르자!>라고 외치듯이 노래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합창단이 이어서 유명한 쉴러의 <환희의 노래>를 일제히 부르기 시작한다. 또 4인의 독창자가 차례차례로 <모든 사람이여, 서로 손을 잡고 온 누리의 축복을 받자!>라는 웅대한 사상을 내포한 가슴을 찌르는 노래를 부른다.
이 곡의 초연은 1824년 5월 7일, 빈에서 베토벤 자신의 지휘로 이루어졌다.
* 슈베르트 교향곡 제9번 C장조 <The Great>
교향곡 제8번 B단조 <미완성>으로 너무나도 유명한 슈베르트가 살아 생전 마지막으로 쓴 대작 기악곡이다. 따라서 이 곡<더 그레이트>는 슈베르트가 살아 생전에는 연주되지 못했고, 사후 10년이 지난 1839년 3월 21일에 멘델스존의 지휘로 라이프찌히에서 초연되었다.
슈만 같은 대가도 이 곡을 듣고 <천국과도 같은 아름다움이 영원히 계속되는 것 같다>고 평할 정도로 선율이 넘쳐흐르는 아름다운 곡이다.
* 브르크너 교향곡 제9번 D단조
브르크너의 마지막 곡, 즉 <백조의 노래>이다. 브르크너 역시 제9의 징크스를 깨뜨리지 못하고 제 3악장까지만 끝내고(제 4악장은 쓰지 못하고) 타계했다. 브르크너의 다른 교향곡과 마찬가지로 스케일이 크고, 서사적인 분위기가 풍기면서 극적인 선율이 인상적인 곡이다.
* 드보르작 교향곡 제9번 E단조 <신세계> 작품 95
드보르작 최고의 걸작품인 이 곡은 그가 미국에 초빙되어 뉴욕 음악학교 교장으로 있던 1893년에 작곡됐다.
<신세계>란 곧 미국을 말하는데, 이 곡 속엔 흑인 사이에 불리우는 민요나 조국 보히미아의 선율과 그 정취를 띤 분방한 리듬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그의 인생처럼 슬픔과 열정이 어울려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곡이다.
* 말러 교향곡 제 9번 D장조(1909-1910)
말러는 "교향곡은 하나의 세계와 같이 모든 것을 포함해야 한다"는 생각에 따라 교향곡을 작곡하였고, 교향곡의 길이와 우주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시야 모두에 있어서 교향곡을 새로운 발전의 단계로 올려 놓은 작곡가다. 그는 교향곡 제 8번 내림 E단조<천인 교향곡>을 작곡한 이후, 교향곡이면서 연가곡이라고 할 수있는 <대지의 노래>를 작곡하였는데 교향곡으로 번호 붙이기를 꺼려했다, 이는 9번의 저주에 대한 미신적인 두려움 때문이었다. 따라서 <대지의 노래>이후 작곡한 교향곡 D장조가 제 9번이되었고 이것이 그의 마지막 교향곡이 되었다. (제10번 교향곡을 작곡하려고 시도하였으나 얼마 쓰지못하고 빈에서 심장병으로 사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