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를 내조한 여인들
모세는 구약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신약의 중심인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이며 독생자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이 땅에 왔기 때문에 특별한 교육이나 수련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인간인 모세는 리더로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어 가기에 합당한 수련이 필요하였다. 그의 일생을 구분하여 살펴보면 이집트 왕궁에서 왕자로 40년, 미디안에서 목자로 40년, 도합 80년간 교육을 받고 수련하였으며, 광야에서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지도자로 40년간 사역하였다. 그가 한 민족의 지도자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섭리가운데 인도된 바이겠지만 그를 도운 가족, 네 명의 여인이 있었음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첫째는 그의 생모인 요게벳이다. 둘째는 생모의 분신과도 같은 누이 미리암이고 셋째는 양모인 이집트 바로왕의 공주로 모세가 당대 최고의 학문을 수학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은 믿음생활의 동반자인 아내 십보라 이다. 그들이 어떻게 모세를 도와주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1. 기도의 어머니 요게벳
모세의 모친 요게벳은 그 이름이 “여호와는 영광이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성경에서 그에 관한 기록을 보면
아므람은 그들의 아버지의 누이 요게벳을 아내로 맞이하였고 그는 아론과 모세를 낳았으며(출6:20)
아므람의 처의 이름은 요게벳이니 레위의 딸이요 애굽에서 레위에게서 난 자라 그가 아므람에게서 아론과 모세와 그의 누이 미리암을 낳았고 (민26:59)
모세가 태어나 바로의 궁전에 들어가게 되는 과정에 모친 요게벳에 관하여 (출2:1-10)에 구체적으로 잘 나타나 있다.
모세의 어머니 요게벳은 태어나는 모든 사내아이를 죽이려는 애굽왕 바로의 히브리인들에 대한 박해를 피할 수 없음을 알고 3개월 된 아기 모세를 갈대로 만든 바구니 상자에 담아 나일강에 띄워 그의 앞날을 하나님께 맡기게 된다. 모세 보다 15세 손위인 누이 미리암은 어머니 요게벳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녀가 물에 띄운 모세의 운명을 숨어서 살펴보는 가운데 바로의 공주가 연민의 마음으로 아기 모세를 구하게 되자 미리암은 공주에게 접근하여 모친을 유모로 소개하였다. 이러한 놀라운 하나님의 계획으로 요게벳은 아들 모세에게 직접 젖을 먹여 키웠을 뿐만이 아니라 더욱 중요한 것은 8세(12세 라는 설도 있음)까지 그와 접촉하며 대화하고 교육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어린 모세의 생사가 걸린 갈대상자 작전과 양육 기간의 간절한 기도는 보통 어머니들의 기도와는 달랐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분명 애절한 기도가 함께하는 단기 집중 교육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애굽인이 아닌 히브리인의 자식이라는 혈통을 주입시켰을 것이다. 여호와를 잊지 않고 민족을 이끌어가는 큰 인물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을 것이다. 친어머니의 모유를 먹으며 자랐고 노예가 아닌 왕자의 신분으로 당대 최고의 학문과 지도자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인도한 하나님의 계획은 경이롭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요게벳의 어머니로서의 모세를 위한 값진 기도는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선지자 사무엘을 위하여 한나가 기도하였고, 성 어거스틴을 위하여 모니카가 기도한 어머니들의 기도와 더불어 모세를 위한 요게벳의 기도는 오늘날 어머니들이 자식들의 장래를 위하여 해야 될 기도의 본이다.
요게벳은 모세는 물론 누이 미리암과 세 살 손위의 형 아론의 3남매를 훌륭하게 키웠고 히브리인들의 자녀 교육에 본이 되었다. 오늘날에도 이스라엘 인들의 어머니들이 자녀교육에 매우 헌신적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들은 성경과 탈무드와 모세의 어머니 요게벳이 함께하는 자녀교육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2. 어머니의 분신 미리암
미리암은 모세의 어린시절부터 지척에서 맴돌며 도움의 손길을 준 헌신적인 누이이다. 모세의 출애굽에서도 형 아론과 누이 미리암이 빼 놓을 수 없는 역할을 맡고 있다. 미리암은 이스라엘 최초의 여 선지자로 능력이 뛰어난 여인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모세에게 있어서 미리암은 또 다른 어머니의 분신이다.
(출2:4- 7)에서 보면 나일강 물에 띄운 모세가 바로 공주의 손에 구출되는 과정에서 미리암은 어머니 요게벳의 기도를 실천에 옮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머니가 직접 나설 수 없는 한계를 넘어서 재치있게 처리해내고 있음을 본다. 미리암은 과감하게 공주에게 접근하여 유모로 어머니 요게벳을 추천하였고 모세는 친모의 모유를 먹으며 자랄 수 있었다. 짐작하건데 미리암은 성장기의 두 동생 아론과 모세에게 어머니의 손과 발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미리암은 어머니의 역할을 뛰어넘어 선지자로서 모세의 측근에서 아론과 함께 보필하였다. 애굽의 병사들을 수장하고 이스라엘 민족이 홍해를 건넜을 때(출15:20-21) 미리암이 이끌던 여인들과 소고춤은 이스라엘 민족의 최대 명절인 유월절 행사의 근간이 되었다고 한다. 아말렉과의 전투에서 모세가 기도할 때 아론과 함께 팔을 붙들어 주었던 훌은 미리암의 남편이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그러나 영적인 교만의 우월감에 빠진 미리암은(민12) 모세가 구스의 여인을 취한 것을 비방하며 모세를 무시함으로 그 오만함에 대하여 하나님의 벌을 받고 문둥병에 걸려 고통을 당하였다. 모세가 간구하여 일주일간 진영 밖에서 근신하고 나음을 받았지만 하나님이 세운 지도자를 비방하며 과소평가함에 대한 처벌의 엄함을 볼 수 있었다.
3. 길러준 양모 바로의 공주
나일강에서 시녀들과 목욕을 즐기던 바로궁의 공주 하셉수트는 왕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의 신분 위치에 있었다. 그녀는 모세가 히브리인의 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버려진 모세에게 호감과 연민을 느끼게 되어 양자로 삼았다(출2:5-10). 그녀는 “물에서 건져 올리다”의 뜻으로 “모세”라 이름 짓고 모세는 노예에서 왕자의 신분으로 바뀌어 당대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았다. 태생이 준수한 용모에 탁월한 두뇌로 양질의 교육이 더하니 일취월장의 청소년기를 보내며 인정을 받았을 것이다. 양모에 의해 철저히 히브리인 태생의 신분이 감추어진 채 왕위계승의 적임자로 거론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체성이 드러나면서 모세는 애굽의 왕자나 왕위와 결별하고 양모의 간청과 위협을 뿌리치며 민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히11:24-25)
믿음으로 모세는 장성하여 바로의 공주의 아들이라 칭함 받기를 거절하고
도리어 하나님의 백성과 함께 고난 받기를 잠시 죄악의 낙을 누리는 것보다 더 좋아하고
인간중심의 시각에서 보면 길러준 어머니는 중요하기 때문에 모세가 양모의 손을 뿌리친 것은 매정한 일로 생각되어 질 수 있다. 그러나 모세가 애급의 왕자로 지도자 수업을 받은 것은 하나님의 계획으로 하나님 중심에서 보면 모세와 양모의 이별은 당연한 것이다. 모세를 위하여 정성을 다한 양모의 40년 세월은 모세가 지도자로 나가는 기본 수련과정 이었으며 바로 공주의 역할은 그것으로 충분했던 것이다. 그럼으로 공주는 자기의 역할을 훌륭히 해 내었으며 물론 모세가 그녀를 떠난 일에 전혀 잘 못은 없는 것이다. 말리며 붙잡는 손이나 뿌리치며 떠나는 손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야 될 일이다.
4. 내조의 아내 십보라
자신이 히브리인이라는 정체성을 깨닫고 살인자로 도망자가 되어 애굽의 왕궁을 떠나 미디안광야에서 목자로 양을 치는 일을 하며 보낸 40년의 세월은 하나님의 일꾼이 되기 위한 연단의 과정이다. 애굽의 왕관을 쓸 수도 있었던 왕자의 옷을 벗어 던지고 양지기의 옷을 입고 양떼를 모는 모세의 변신은 한 인간이 몰락한 모습처럼 보인다. 그러나 하나님이 원하는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을 이끌어 갈 지도자는 나약한 왕자는 아니었다. 목자로, 가장 낮은 자로 40년을 수련하고 비로소 큰일을 맡기신 것이다.
외톨이의 젊은 모세에게는 가정이라는 안정된 울타리와 아내의 내조가 무엇보다 필요했을 것이다. 아내가 된 십보라는 살인한 도망자이며 몸둥이 밖에 가진 것없는 내쫒긴 왕자 모세가 이역 미디안 광야에서 몸을 의탁한 미디안족의 족장 이드로의 일곱 명의 딸 중 맏이다 (출2:15-21). 십보라는 조용한 내조자 아내로 흔히 알려져 있다. 그들에게는 게르솜과 엘리에셀의 두 아들을 주셨고(출18:3-4) 십보라는 아이들이 모세의 사역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특히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이라는 막중한 사명을 띄고 가족과 함께 애굽 땅으로 돌아가는 길에 숙소에서 하나님은 모세를 죽이고자 하였다. 이 때에 십보라는 둘째 아들 엘리에셀을 할례시키고 모세를 피남편이라고 고백함으로서 남편을 구하였다(출4:24-26). 혹자는 십보라가 둔하여 모세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주었다고 하였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아내의 역할을 훌륭히 해낸 사모의 자격을 갖추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또 모세가 민족을 이끌고 광야를 지날 때에 장인 이드로의 많은 도움을 받았고(출18) 아말렉과 다름없이 거칠은 미디안 족과 화평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십보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와 미디안족은 처음에는 바알을 섬기었지만 점차 여호와를 섬기며 개종을 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평화 외교와 전도자의 역할로 모세와 믿음의 동반을 한 것이다.
모세가 구스의 여인을 취한 것은 그녀가 사망한 후라고 보통 말하지만 혹자는 구스의 여인은 바로 십보라였다고 주장한다. 구스의 여인은 이디오피아의 공주였다는 의견이고 십보라는 흑인이었기 때문에 동일 인물로 간주되었는지도 모른다. 미디안과 아론이 모세를 정죄했던 구스의 여인을 취한 일은 십보라 또는 전반 부의 십보라가 구스의 여인과는 비교가 되는 양처의 모습으로 부각된다.
모세에게 십보라는 외롭고 고달픈 시기에 안식처가 되었고 그녀의 내조가 함께 함으로 모세에게 힘이 되었다. “작은 새”라는 의미를 가진 십보라의 이름은 결코 작지 않은 이미지로 살아남을 것이다.
이스라엘 민족의 걸출한 지도자 모세를 만들어낸 여자들의 각기 다른 역할을 통하여 인물이 저절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았다. 모세는 운이 좋아서 곁에 좋은 여인들이 함께하고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본인의 자질이 중요하고 돕는 손길도 필요한 일이지만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함께하는 일이라고 결론짓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