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황대권(생명평화운동가)
물건의 혼
“와우, 아저씨, 이것 정말 멋져요! 이거 다 아저씨가 만든 거예요?”
“그렇고말고. 지금 이렇게 만들고 있잖아.”
“아저씨, 이것 얼마예요?”
“그건 돈 받고 파는 게 아니다.”
“뭐라고요?”
“지금은 멋져 보여서 돈을 주고 사고 싶겠지만, 집에 가져가서 며칠만 지나면 괜히 샀다고 그럴 거다. 내가 돈을 받고 팔지 않는 이유는 돈을 받는 순간 이 물건에 깃든 나의 혼이 사라지기 때문이지. 그렇게 되면 아가씨는 혼이 빠진 물건을 들고 갈 것이고, 시간이 흘러 그 물건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지고 나면 쓰레기통에 버리고 말걸. 이제 내가 왜 돈을 받고 팔지 않는지 알겠니?”
“돈으로 살 수 없다면 어떻게 하면 제가 하나 가질 수 있나요?”
“음, 내가 하나 선물하면 되지.”
“적어도 선물을 하게 되면 물건 속에 깃든 나의 혼은 사라지지 않거든. 그러나 이 경우도 아가씨가 선물을 한 사람의 정성과 마음을 기억하는 한이지. 나중에 내가 미워지거나 관심조차 없어지면 이 물건은 역시 쓰레기통 신세가 될 거야.”
“가장 좋은 방법은 아가씨가 스스로 이것을 만드는 것이야. 나는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만드는 방법을 보여 주고, 또 때에 따라서는 선물하기 위해 물건을 만드는 거야. 자기가 직접 만들어 쓰면 그 안에 자신의 혼과 정신이 들어 있는데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함부로 버리겠니? 자신의 분신이나 다름없는데.”
“아휴, 아저씨 되게 복잡하네. 아무튼 아저씨, 나는 무조건 하나 갖고 싶어요. 팔지 않으신다니까 하나 그냥 주면 안 돼요?”
“선물하라고? 흠, 선물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나는 아가씨가 누구인지 모르고, 아가씨도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데 선물이 되겠나? 혼이 들고 안 들고를 떠나서 그렇게 서로 모르는 채 주고받는 물건은 마치 바다에 돌멩이 하나 던지는 것과 같아. 차라리 슈퍼마켓에 가서 사렴.”
“헐! 슈퍼에는 이런 게 없잖아요, 아저씨.”
“알긴 아는구먼. 그러나 지금은 주고 싶지가 않아. 아가씨가 공부를 더 해서 물건에 깃든 혼을 이해할 수 있을 때 오면 내가 열 개라도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