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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1. 04.
<요약>
-닛산자동차가 지난달 8일 공개한 최신 전기차 ‘아리아’ 공장, 장인(匠人)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도장품질 검사 등 다양한 공정의 100% 생산 자동화에 성공
-자동차공장이 전기차로 바뀌면, 라인의 자동화와 단순화에 따라 생산직 필요 인원 극단적으로 줄어
-EV(전기차) 시프트가 자동차산업을 노동집약형에서 지식집약형으로 완전히 바꾸게 될 것... 미래 자동차 인력 공급도 이에 맞춰 완전히 달라져야
-GM 본사 수뇌부 방한 이후의 한국GM 미래도 EV와 노동환경 변화 대응에 달려... 대응 못하면 대규모 구조조정 불가피할 수도
-한국 노동환경이 EV시프트에 대응 못 하면 전기차 시대 한국의 전기차 생산 경쟁력 불투명
▲ 닛산이 지난달 8일 발표한 신형 전기차 '아리아' 공장. 일본 도치기현에 위치해 있다. 장인의 영역이라 여겨져 왔던 ‘도장 후 외관검사’와 ‘최종 종합검사’를 로봇이 100% 대체하는 등 고도의 자동화를 달성해 품질은 높이고 비용은 크게 줄였다. 사진은 로봇이 페인팅이 끝난 차량 표면에 LED 조명을 쏘고 카메라로 흠집을 찾아내는 장면. / 닛산 동영상 캡처
지난 글에선 미래 승용차가 전기차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3가지로 말씀드렸습니다. 파워트레인에 그치지 않고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좌우되는 산업으로 바뀌는 것이 자동차산업 변화의 핵심이라고 설명 드렸죠.
CASE(커넥티드·자율주행·차량공유·전기차)를 전제조건으로 전기차 대량생산이 진행 중이고, 여기에서 누가 뛰어난 차를 저렴하게 많이 빨리 보급하는가가 자동차회사의 생존을 가르게 될 텐데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전기차발(發) 자동차 제조혁명, 전기차 생산의 경쟁력 그리고 한국이 전기차배터리 등에서 시장을 선점하긴 했지만 EV시프트라는 거대한 산업 흐름에서 의의로 대응이 느리고 뒤처질 수 있다는 점을 몇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전기차로 바뀌면서 자동차 제조부문의 상식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죠. 결론부터 말하면 EV시프트로 인해 자동차산업이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지식·기술집약적 산업으로 급격히 변모해가면서, 고용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조립인력에서 개발·서비스인력 중심으로 바뀌고 있죠.
지금까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자동차산업은 제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생산직을 보유하고 있죠. 또 그 생산직을 각 회사마다 내재화하고 있는 흔치 않은 산업입니다.
완성차 공장 1곳당 수천 명의 조립인력이 필요하고요. 매년 수백만대 이상 파는 글로벌 자동차회사라면, 조립인력만 10만명 이상, 부품 조립을 포함한 관련 인력을 모두 포함하면 백만명 단위의 인력이 관여한다고 봐도 될 겁니다.
그런데 이런 구조가 EV시프트로 완전히 무너지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최신 뉴스를 포함한 5가지 포인트로 풀어보겠습니다.
▲ 닛산의 신형 전기차 공장은 '도장 후 외관검사’에서 지름 0.3mm까지의 티끌을 100% 잡아낼 수 있다. 기존의 닛산 도장검사 장인은 95%까지 잡아낼 수 있었다. 발견된 티끌은 즉시 인간 작업자의 스마트기기로 전달돼 수정 조치할 수 있도록 했다. / 닛산 동영상 캡처
◇ 1. 닛산 신형 전기차 공장의 로봇 생산
자동차 생산의 주류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뀌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EV시프트를 생산 관점에서만 볼 때 가장 큰 변화는 획기적인 자동화입니다. 지금까지 자동차를 만들 때 아주 많이 필요했던 조립인력이 거의 필요 없어진다는 뜻입니다.
자동차의 생산은 4가지 단계로 구분되는데요. 프레스, 차체(용접), 도장(페인팅), 의장(차량의 내·외장 조립)입니다. 금속판을 틀에 넣고 엄청난 압력으로 찍어 필요한 크기·모양대로 만들어내는 것을 프레스작업, 그렇게 만들어진 금속판을 용접·접착 등으로 이어붙이는 것을 차체작업, 그렇게 만들어진 차체에 칠을 하는 것을 도장작업, 칠까지 마친 차체에 엔진·변속기(혹은 모터·배터리), 시트·콕핏모듈(운전대와 계기반·대시보드 등이 합쳐진 부품), 각종 배선류 등을 끼워넣는 일을 의장작업이라고 합니다.
이 4가지 가운데 프레스·차체·도장은 이미 대부분 자동화돼 있습니다. 사람이 거의 필요하지 않아요.
그런데도 자동차공장 한 곳당 수천 명의 인력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의장라인’ 때문입니다. 자동차공장 자료화면을 보면, 컨베이어 벨트 위에 얹힌 차체가 천천히 움직이고, 그 위에서 사람들이 뭔가를 끼워넣고 공구로 조이는 모습을 볼 수 있죠. 이게 바로 의장작업인데요. 의장의 많은 부분에서 완전 자동화가 어려웠던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지난달 8일 일본 닛산자동차가 공개한 전기차 공장(일본 도치기현 소재 닛산 인텔리전트 팩토리)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닛산의 최신 전기차 ‘아리아’를 앞으로 생산하게 될 공장인데요. 충격을 받은 이유는 자동화 수준이 너무 높았기 때문입니다.
닛산은 전통적인 자동차회사, 그것도 내연기관 중심의 레거시코스트가 강하게 남아있는 일본 회사입니다. 어떤 분은 이미 자동차산업을 보는 눈이 테슬라나 애플 등 저 먼 곳으로 가 있으실 테고, “닛산? 이제 망해가는 회사 아니야”라고 하실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 회사의 신형 전기차 공장 관련 발표행사를 보니 전혀 망할 것 같지 않더군요. 망하기는커녕 과거 ‘리프’에서 실패했던 전기차 도전이 이번에는 성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기차 전용라인을 이미 가동하고 이런 놀라운 자동화를 완성했다는 것이 곧 이 회사 경쟁력을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전기차 기획·개발, 생산기술(차량이 설계된 대로 생산될 수 있도록 설비를 구축하는 것)·생산(차량이 설계대로 조립될 수 있도록 하는 것), 로봇과 장인의 협업, 인간 노하우의 로봇 이전에 대한 연구 등을 아주 오래 전부터 깊이 해왔다는 것을 의미할 테니까요.
닛산의 신형 전기차 공장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도장 후 외관검사’와 ‘최종 종합검사’를 로봇이 100% 대체한 것이었습니다.
외관검사는 차체에 페인트를 칠한 뒤 도장품질을 검사하는 일입니다. 도장 결함은 소비자 만족을 해치는 결정적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공장에서 매우 중시하는 부분이고요. 특히 도장 면에 작은 흠이나 얼룩이라도 있는지 ‘매의 눈’으로 잡아내는 ‘인간’ 검사원의 실력이 매우 중시되는 공정이었습니다.
도장 전문가들이 하는 얘기가 있는데요. 도장 검사원의 실력은 경력 1년과 5년이 다르고, 5년과 10년이 다르고, 10년과 20년이 다르다는 겁니다. 숙련도에 따라 퍼포먼스가 미세하게 갈리는 고도의 작업이라는 뜻이죠. 전문 검사원들은 시각과 촉각을 총동원해 결함을 잡아내고, 또 그 결함을 현장에서 바로잡도록 하고, 또 바로 시정이 어려운 경우와 아예 폐기돼야 하는 경우 등을 판단하는 아주 중요한 일을 합니다. 시간과 비용이 크게 좌우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닛산의 신형 전기차 공장에서 도장품질을 검사하는 장면을 보니 참 놀랍더군요. 로봇 팔에 설치된 넓은 LED 조명 판이 차체를 이리저리 훑으며 다양한 각도로 빛을 비추고요. 조명 판 옆에 달린 카메라가 차체의 도장 표면을 구석구석 촬영해 지름 0.3mm의 미세한 흠집까지 100% 잡아냅니다.
담당자에 따르면, 사람 눈에 의한 ‘장인의 기술’로 흠을 찾아내는 종래 방식으로는 95%밖에 잡아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인간이 하는 일이다 보니 피로누적이나 실수가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카메라를 통해 검출하도록 완전 자동화함에 따라, 단 1%의 페인트 결함도 놓치지 않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죠. 여기서 놀라운 것은 이런 일본 장인의 기술을 로봇으로 옮기기 위해 했을 데이터 축적과 그간의 개발에 대한 것입니다. 오랜 기간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를 거쳐 성공에 이르렀을 겁니다.
닛산의 도장품질 검사 완전 자동화는 현대자동차의 도장라인 사람들이 보면 깜짝 놀랄 겁니다. 현대차도 대부분의 조립 완성도는 톱클래스이지만, 도장품질만큼은 독일·일본차 수준에 다소 미치지 못하고 있거든요. 지금까지 사람이 페인트 흠집을 찾아내는 것만 해도, 냉정히 말해 일본의 ‘장인’ 수준에 한국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본은 페인트 검사만 10년 20년 하면서 기술을 축적한 이들이 많지만, 한국은 인력이 수시로 바뀌는데다 프로세스가 급하게 처리되는 경우도 있어, 심한 경우 아주 큰 흠집이 아니면 알고도 현장에서 넘어가는 경우도 없다 할 수 없지요.
도장품질 검사뿐이 아닙니다. 닛산은 신형 전기차 라인에 한정해 최종 종합검사 단계도 완전 자동화를 했는데요. 최종 종합검사는 차량이 전부 조립돼 출고되기 직전에 차량마다 요구되는 사양으로 적절히 조립됐는지, (이전 외관검사에서 도장품질을 검사하긴 했지만) 조립과정에서 도장 면에 미세 흠집이 나지는 않았는지 등을 검사하는 작업입니다.
자동차는 차마다 사양이 조금씩 다르고, 또 그 차량이 내수용인지, 혹은 다른 어떤 나라에 수출하는지에 따라 부착물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조립과정에서 실수가 나지 않도록 많은 방지장치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조립하다 보니, 다른 부품이 부착된다든지 거꾸로 달린다든지 하는 황당한 실수가 일어나기도 하죠. 그래서 이런 오류를 막기 위해 차량조립이 완료된 상태에서 출고 직전에 이를 한꺼번에 잡아내는 겁니다. 검사는 카메라가 달린 로봇이 100% 담당하고, 결함 발견 부위의 수정만 사람이 하는 식으로 거의 완벽한 자동화를 이뤘다는 겁니다.
지금 말씀드린 부분의 자동화가 특히 충격적인 것은, 이 공정들이 자동차공장의 조립과정 중에서도 ‘장인의 기술’이라고 여겨져 왔던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알던 자동차 상식으로는 완전자동화가 쉽지 않다고 봤던 부분들이 속속 로봇에 의한 100% 자동화로 바뀌어 가는 겁니다.
흥미로운 예는 이외에도 아주 많았는데요. 이를테면 차량 내부의 천장에 해당하는 ‘헤드라이닝’ 조립의 100% 자동화입니다. 헤드라이닝처럼 말랑말랑한 재질에 넓고 평평한 형태의 부품을 금속 지붕 안쪽에 부착하는 것은 로봇이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작업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닛산이 결국 완전 자동화를 성공시켰더군요.
이뿐 아니라 기계가 도와주더라도 5~6명이 달라붙어 상당한 숙련도와 힘을 발휘해 부착해야 했던 파워트레인(구동장치) 장착도 100% 자동화했습니다. 특히 이 시스템은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신형 전기차뿐 아니라, 내연기관·하이브리드 등을 가리지 않고 모터·엔진·배터리 등의 27가지 부품 편성에 유연하게 대응한다고 합니다. 파워트레인 장착은 매우 중요하고 섬세한 작업이기 때문에, 자동화가 되더라도 1~2명의 사람은 꼭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모든 형태의 파워트레인 장착이 100% 자동화로 바뀐 겁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우선 닛산 같은 전통 자동차회사도 획기적 자동화를 이뤄가고 있다는 겁니다. 앞서 설명한 공정의 완전 자동화는 전기차뿐 아니라 내연기관차에도 대부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닛산의 국내외 공장이 차례로 높은 수준의 자동화를 이루게 되겠죠. 게다가 이번 발표에서 자세히 언급되진 않았지만, 전기차의 경우 부품 수가 내연차보다 30~40% 적고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생산라인도 더 짧아지고 단순해집니다. 즉 닛산이 선보인 고도의 자동화기술과 전기차 전용 생산공정이 만날 경우, 필요한 조립인력 수는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전기차 전용라인의 경우는 생산기술 발전이 이제부터 시작일 뿐입니다.
전기차 생산이 늘어남에 따라, 결국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혼류생산이 아니라 전기차 전용생산으로 가지 않으면 안될 텐데요. 어차피 전기차 공장을 새로 짓는 마당에 최신 기술을 총동원해 자동화를 극한까지 밀어붙인 사례가 이미 나오고 있다는 것이죠. 닛산이 도입했는데 도요타나 혼다는 안 할까요? 폴크스바겐이 GM은 이런 자동화를 안 하고 있을까요?
전기차는 그 자체로 자동화에 최적화된 제품입니다. 내연기관차는 엔진·변속기·배기계통 등이 들어가 복잡하죠. 전기차는 단순합니다. 게다가 내연기관차에 비해 배리에이션도 몇 개 안 됩니다. 특히 전기차는 테슬라에서 볼 수 있듯, 전장계통을 일단 전부 집어넣고 그레이드에 따라 기능을 활성·비활성화하는 방식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하드웨어는 다 넣어주고, 소프트웨어적으로 기능을 쓸지 말지 정해주는 방식입니다. 다시 말해 제조 단계에선 몇 가지 사양으로만 만들면 된다는 뜻이죠.
이런 자동화와 공정의 단순화, 라인의 단축화는 필연적으로 조립인력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닛산 신공장 사례에서 보듯, 단순조립공은 말할 것도 없고, 대체가 어려울 것으로 봤던 숙련공조차 로봇으로 대체가 가능하다는게 심각한 일이죠. 전기차의 개발·제조 기술은 더 발전할 것이고, 그에 따라 닛산의 이번 신공장 자동화 수준보다 더 획기적인 자동화가 이뤄지게 되겠죠. 근미래에는 완벽에 가까운 무인화 공장이 실현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닛산은 신형 전기차 공장에서 기계가 도와주더라도 5~6명이 달라붙어 상당한 숙련도와 힘을 발휘해 부착해야 했던 파워트레인(구동장치) 장착도 100% 자동화했다. EV, HV, 엔진차의 구동 장치에 따라 모터, 엔진, 배터리 등의 27가지 부품 편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 닛산 동영상 캡처
◇ 2. 노동집약형에서 지식집약형 산업으로의 대전환
EV시프트에 따른 획기적인 공장 자동화를 고용 관점에서 본다면 어떨까요?
최근까지 자동차산업은 기술집약적이라기보다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이었습니다. 제조업 가운데 압도적으로 많은 고용인원을 자랑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 숫자로 일이 돌아간다는 의미였지요. 엔지니어보다 조립인력이 훨씬 많은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연구소에서 일하는 엔지니어가 1만명이라면, 공장에서 차량을 조립하는 인력이 5만명쯤 필요한 식이었죠.
여기에서 알 수 있듯, 내연기관 자동차산업은 하이테크라기보다는 엄밀히 말해 로우테크산업에 더 가까웠습니다. 엔진·변속기·차체 등의 형태는 대부분 자동차산업 100년 역사에서 그대로 전수돼 온 것들이죠. 지금까지 자동차회사들은 이를 개선해 왔을 뿐입니다. 따라서 자동차회사들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정해져 있는 기술과 부품으로, 얼마나 믿을만한 품질과 낮은 가격의 차를 만들 수 있느냐였지요.
반면 전기차, 그리고 전기차를 기반으로 한 SDV(Software Defined Vehicle·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는 지식·기술집약적 회사입니다. 기존의 자동차회사가 엔지니어 1만명에 조립인력이 5만명이었다면, 엔지니어 5만명에 조립인력 1만명인 구조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반도체 업계의 팹리스(설계전문업체)처럼 생산은 외부의 파운드리(반도체수탁생산업체)에 맡기는 자동차 버전의 팹리스가 대거 출현할 수도 있습니다.
전기차 회사는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장착해 달리는 전기차를 만드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특히 소프트웨어적으로 이를 세밀하게 운용하는데 고급 엔지니어들이 아주 수백·수천 명 단위로 투입됩니다. 전기차에 탑재(테슬라는 이미 탑재, 타사는 탑재 계획)되는 통합 전자제어플랫폼은 고도의 AI반도체, 그리고 통합제어를 위한 고도의 소프트웨어 운영체제가 들어갑니다. 또 이를 바탕으로 결국에는 모빌리티서비스를 개발하고 보급해 부가가치를 내야 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전기차(인 동시에 SDV) 회사는 완벽하게 엔지니어 중심의 회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생산에서도 단순 조립인력은 지금의 5분의 1, 10분의 1로 줄어도 문제가 없게 될 겁니다. 물론 뛰어난 조립인력의 가치는 앞으로도 높을 것이고 꼭 필요하겠지만, 문제는 필요한 숫자가 많이 줄어든다는 것이죠.
그리고 자동차 제조 부분이라 할지라도, 제조인력의 성격이 앞으로 달라질 겁니다. 생산에 직접 투입되는 인력보다 로봇의 유지보수·개선에 관여하는 인력의 비중이 더 높아질 수도 있고요. 자동화에 필요한 생산기술(차량이 설계된 대로 생산될 수 있도록 설비를 구축하는 것)·생산(차량이 설계대로 조립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엔지니어, 그리고 생산에 필요한 소재·공정 혁신을 이뤄내는 일류 엔지니어들은 더 많이 필요해지겠죠. 앞서 닛산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이런 일이 미래가 아니고 당장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겁니다.
▲ 닛산은 신형 전기차 공장에서 차량 내부의 천장에 해당하는 ‘헤드라이닝’ 조립을 100% 자동화했다. 헤드라이닝처럼 말랑말랑한 재질에 넓고 평평한 형태의 부품을 금속 지붕 안쪽에 부착하는 것은 로봇이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작업으로 여겨져 왔다. / 닛산 동영상 캡처
◇ 3. GM 2인자의 방한과 한국GM의 미래
여기에서 국내 현안을 언급해 봅니다. ‘전기차에 따른 자동화’ ‘제조인력 수요의 급감’ ‘지식집약으로 완전히 바뀌는 자동차산업’이라는 트렌드와 관련해서 말입니다.
미국 자동차 업계의 여걸 메리 바라에 이어 미국 GM 본사의 2인자라는 스티브 키퍼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GMI) 사장이 오는 8일 한국을 방문합니다. 지난달 28일 한국GM 노동조합과 업계 등에 따르면 키퍼 사장은 4박5일 일정으로 방한해 부평·창원에의 한국GM 공장을 둘러보고, 정부 그리고 한국GM의 2대주주인 산업은행 인사와 만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업계 안팎에선 키퍼 사장이 신차·전기차 등 미래차 일감 배정에 대해 어떤 언급을 할지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GM은 현재 전기차(그리고 결국엔 SDV) 업체로의 변신을 선언하고, 2025년까지 전기차와 자율주행 차량 분야에 350억 달러를 투자해 30종 이상의 새로운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힌 상태죠. 그리고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만든 배터리 플랫폼을 무기로 내년부터 대량생산에 돌입하는데요. 반면 한국GM에 투입될 후속차종은 2023년부터 창원공장에서 만드는 차세대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비클)가 유일합니다. 그 외의 후속차량 계획은 미정이고 한국GM이 GM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을지조차 아직 모릅니다. 추가 투입이 없다면 한국GM 공장의 미래는 불투명하죠. 이 때문에 한국GM 노조는 GM 본사에 전기차 등 미래차 물량을 한국에 배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GM은 매년 이어지는 노조 파업 등을 우려하며 노사협력이 미래차 일감 배정에 필수 조건이란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알려진 사실이고요. 그럼 이 문제가 EV시프트, 그에 따른 공장 자동화와 연결해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생각해보겠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키퍼 사장은 본인 뿐 아니라 GM의 기술·품질 핵심임원들과 팀으로 온다고 합니다. 제가 키퍼 사장 팀이 어떤 미션을 갖고 오는지, 와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대해 내부정보를 아는 것은 없습니다만, 그들의 협의 방향은 한정돼 있을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추정은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부평·창원 공장 중 한 곳, 혹은 일부 조립라인을 GM의 전기차 전용으로 바꾼다고 가정해보죠. 기존만큼의 조립인력이 필요할까요? 답은 얘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획기적인 자동화를 할 것이고, 그에 따른 조립인력 수요의 대폭 감소가 불가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GM 사장이 정부·산은·노조 관계자를 만나 내놓을 수 있는 말은 아마도 한 가지일 것입니다. ‘당신들은 선택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전기차 즉 미래 일감을 원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원활한 노사관계는 물론, ‘구조조정’이 필수라고 말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에 당장 방문해서 공개적으로 논의하지 않더라도 생산직(전기차 개발에 필요한 엔지니어를 제외한 일부 관리직 포함) 인력감축을 생각하고 한국을 방문할 것이 분명합니다.
한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 한국GM 생산인력 8000명 가운데 최소 30%의 감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최소’라는 것입니다. 앞서 닛산의 전기차 신공장 자동화 수준에서 보셨듯, 현재의 전기차 생산기술로도 로봇·센서·AI 기술을 바탕으로 완전자동화에 근접한 수준을 구현할 수 있고요. 향후 4~5년 내에 일부 첨단 전기차 공장에 한해서는 무인화에 근접한 수준의 공장도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GM은 한국 정부와 노조 양쪽에 전기차라는 미래 일감도 얻고 지금의 생산직 인력과 대우도 유지하는, 즉 두 가지를 모두 취할 수는 없다고 압박할 것입니다. GM 입장에서는 이게 말이 되는 게, GM 스스로가 테슬라를 잡아야 자신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정을 봐줄 계제가 아닌 것이죠.
GM이 마음먹고 한국에 전기차 생산라인을 만든다고 한다면, 각종 첨단 자동화기술이 총망라될 것이고, 시설 투자에 2000억~3000억원은 들겠죠. 그럼 투자비 회수를 생각할 때, 그리고 첨단 전기차 라인에는 조립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구조조정 카드를 들고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커 보입니다.
이번에 방한하는 GM팀은 또 한국 정부에 이런 점을 물을지 모릅니다. 전기차 대량생산 라인을 한국에 만든다면, 생산의 상당량을 한국시장이 소화해줄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한국 정부에 전기차 제조·보급 기반과 계획이 마련돼 있는지를 말입니다. 특히 지금 인력에서 구조조정을 최소화하려면 대신 전기차 생산량을 크게 늘려야 할텐데요. 한국 내수에서 이를 소화할 수 없다면 구조조정 최소화와 전기차 물량 유치를 동시에 얻는 것은 불가능할 겁니다. 또 GM은 한국에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재생에너지 조달이 가능한지, 저렴하고 뛰어난 전기차 부품을 조달할 수 있을지도 알고 싶겠죠. 이것 역시 한국 정부와 협의하는게 쉽지 않을 겁니다.
만약 이런 것에 확신을 갖지 못한다면 GM은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겠죠. “우리는 한국GM에 전기차 일감을 주고 싶었지만 조건이 불확실해 어쩔 수 없었다. 중국의 GM 공장에 전기차를 더 몰아주고 한국은 스킵하는 수 밖에. 중국은 전기차 수요도 많고 보급정책도 확실하고, 특히 저렴하고 품질 좋은 전기차 부품 공급망이 이미 완비돼 있다. 어쩔 수 없다. 한국 대신 중국으로 가겠다”라고요.
또 하나의 선택지는 이런 협상이 다 결렬되더라도, GM본사가 LG 와 합작해 전기차 공장을 한국에 짓는 방법도 있긴 하겠지요.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LG는 GM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매우 중요한 파트너이고, 전기차와 관련된 많은 부품을 공급할 능력도 갖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여기에는 3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기업가들에게 절대 유리하지 않은 한국의 특수상황 아래에서 한국GM에 전기차 일감을 주지 않고, LG와 새로 시작하는 게 가능하겠냐는 거죠. GM으로서는 생각하기도 싫은 엄청난 사회적 저항, 노동계의 보복과 맞닥뜨리게 될지 모릅니다.
두 번째는 앞서 말씀드린 것과 중복인데 ‘한국의 전기차 제조환경이 과연 뛰어난가’에 대한 의문입니다. ‘GM에 배터리는 물론 전장까지 공급하는 LG가 있는데 뭐가 문제인가’라고 하시겠지만, 전기차 생산 경쟁력이 LG만 있다고 높아지는 건 아니니까요. 한국이 경쟁력 있는 부품을 공급 받을 수 있는 환경인지에 대해 회의적이라면 GM이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겠지요.
마지막은 정부입니다. GM이 만약에 ‘한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대신 대량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혹은 ‘한국GM 대신 LG와 전기차 생산을 새로 시작하겠다’ 혹은 ‘구조조정을 최소화하는 대신, 더 많이 생산한 전기차의 내수 소화를 일정부분 보장해 달라’라고 제안할 경우, 이것을 정부가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죠. 그렇다고 정부가 EV시프트 과정에서 자동차 조립인력의 대폭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점, 자동차산업을 지식집약 형태로 빠르게 전환하지 못하면 산업 전체의 미래가 위험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중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의 ‘조정’ ‘기획’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거죠.
정권 말기, 정권 재창출이 절실한 시기에, 정부는 대형 고용위기 사태가 터지는 것을 일단 막고, 현상유지나 미봉책을 생각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입니다.
▲ 닛산은 세계최초로 바디에 범퍼를 조립한 채로 로봇이 한번에 페인팅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금속재질인 보디와 플라스틱 재질인 범퍼의 특성이 달라 각각 다른 장소에서 다른 온도와 다른 도료로 페인팅을 한 뒤에 조립했다. 보디·범퍼를 한번에 페인팅함으로써 공정을 단순화하고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바디와 범퍼의 색상이 미세하게 차이가 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 소비자 만족도도 높일 수 있게 됐다. / 닛산 동영상 캡처
◇ 4. 거꾸로 가는 한국 자동차 생산 경쟁력... 광주형 일자리 공장과 싱가포르 전기차 시범공장
현대자동차가 가장 최근에 (직접 소유는 아니지만) 국내에 만든 공장이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 그리고 현대차의 (앞서 보신 닛산의 신형 전기차만큼 혹은 그 이상의 자동화를 자랑하게 될) 최신 전기차 전용 공장이 어디에 지어지고 있는지 살펴보면, 우리의 미래 자동차산업 방향과 정책이 얼마나 일그러져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건 현대차라는 국내 유일의 글로벌 자동차기업 책임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국내 정치·사회·산업 환경 자체가 일을 이렇게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죠.
아시다시피 현대차가 국내에 최근 완공한 공장은 위탁생산 개념의 사업체입니다.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 첫 사례인데요. 좋게 말해 일자리 나누기이지만, 본질적으로는 관(官)이 주도해 월급이 나오는 자리를 ‘만들어낸’ 경우입니다. 굳이 안 만들어도 되고, 지금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면, 얼마든지 기존 시설과 인력으로도 만들 수 있는 데 말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국내 ‘최신 공장’에서 만드는 차가 무엇이냐는 겁니다. 기술 개발된 지 20년은 된 구형 4단 자동변속기와 구형 엔진을 집어넣은 전형적인 내연기관 경차입니다. 대세가 될 전기차를 첨단 자동화 기술을 통해 만드는 스마트팩토리를 한국 땅에 새로 짓는다면 의미가 크겠죠. 하지만 실제로 2021년에 한국에서 새로 가동된 이 공장은 자동차산업의 미래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저 일자리를 나눈다는 것, 미래보다 현재의 이익 나누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이죠.
현재의 저임금을 통해 차값을 낮춘다는 의미도 찾아보기 어렵고요.(2000만원짜리 경차이니까 차값 인상이지 인하는 아닙니다.) 게다가 임금이 반값이라는 것도 사실과 다릅니다. 임금을 받을 일자리를 늘렸다는 건 맞지만, 그것이 기업에 중요한 전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닙니다.
이 관(官)주도형 일자리는 신입 위주입니다. 반면 현대차는 평균 근속연수가 20년이죠. 반장·조장 같은 숙련공, 게다가 석·박사가 즐비한 연구개발직도 포함됩니다. 관주도형 일자리 초임이 4000만원이라 해도 근속연수 20년, 연평균 인상률 4%로 계산하면, 20년 후엔 8700만원이 넘습니다. 대표적인 ‘평균의 함정’입니다. 임금 경쟁력이 있는 것도 아닌 것이죠. 그리고 이 같은 단순조립 인력의 고용을 20년은 고사하고 앞으로 10년이라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최악의 경우 더 많은 고용부담만 안긴채 국내 자동차산업의 빠른 EV시프트를 막는 장애물이 될지도 모릅니다.
또 하나 큰 문제는 이 공장이 애초부터 국내외 수요에 대한 유연한 대응력이 낮다는 것입니다. 신규 자동차공장 그리고 특히 소형차 공장은 수출에 대비해 전부 항만에 면해 있습니다. 또 엔진·변속기 등 무거운 부품의 물류는 공장끼리 바다로 연결해야 경쟁력이 있습니다. 이번 공장처럼 내륙에 있으면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게다가 현대차는 지금도 시설·인력 잉여가 많고 수요 대응력이 낮습니다.
따라서 이 공장은 산업의 미래를 생각한 것도 아니고 장래 수출 가능성이나 물류 효율에 최적화된 공장도 아닙니다. 그저 내수의 일부, 그리고 일자리를 늘리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따름이죠. 미래의 이익을 끌어와 현재에 나눠줄 뿐입니다.
그럼 반대로 말입니다. 앞서 본 닛산의 신형 전기차 공장처럼 눈이 돌아갈만큼의 놀라운 자동화와 첨단 기술이 총동원된 현대차 공장, 현대의 미래가 담긴 첨단 전기차 전용 공장은 어디에 지어지고 있을까요? 한국이 아닌 싱가포르입니다. 내후년부터 연간 3만대 규모의 최신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 공장의 첨단 자동화 시설은 일종의 테스트베드 혹은 마더플랜트가 되어, 앞으로 현대가 해외에 지을 전기차 전용 공장의 모범이 될 예정입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현대차가 지금 싱가포르에 짓는 첨단 미래차 공장이 한국에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개도국에 지어도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은 구형 내연기관 차량을 만드는 공장이 2021년 한국 땅에 새로 지어졌다는 것이 말입니다.
현대차에 대해서도 비판할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이 두 공장의 ‘지역적 아이러니’에 대해 현대차를 비난하는 건 온당치 않아 보입니다. 현대차는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민간기업으로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일 뿐이니까요. 테슬라 등과 경쟁하기 위해 특정 차량부터 온라인 판매를 시도하면 판매노조가 들고 일어나고, 공장의 물량 배정이나 생산인력 배치까지 생산노조가 건건이 관여하고, 노동의 유연성은 기대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말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질문을 해봐야겠죠. 왜 자동차산업의 미래가 담긴 우리의 첨단 공장은 해외에 지어질 수밖에 없고, 한국에는 구시대적 공장이 들어설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이게 2021년 한국 자동차산업 생산 경쟁력의 현실이라는 것에 대해 말입니다. 왜 현실이 이럴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유를 직시하고 이를 고치지 못한다면, 한국 자동차 제조업의 미래는 전기차 시대에 더 암울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 5. 전기차로 촉발된 노동의 변화에 한국은 어떤 준비?
닛산의 전기차 전용공장을 보며 공포를 느낍니다. 혹자는 이제 한물갔다고 말하는 그 닛산이 제가 알기로 현대차의 어떤 최신 공장에서도 구현되지 못하는 놀라운 자동화 수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심지어 현대차에는 아직 전기차 전용라인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CASE(커넥티드·자율주행·차량공유·전기차)에 대비해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EV시프트에 따른 획기적인 자동화는 닛산만 하는 게 당연히 아닙니다. 테슬라의 혁신적인 공장 자동화 수준과 향후 계획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향후 5년 내에 전세계 자동차공장, 특히 전기차 전용 공장의 자동화는 지금과 비교도 안될만큼 크게 발전할 것입니다.
한국처럼 준선진국 반열에 오른 나라에서는 생산직이라 해도 높은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쪽이 대우받고 유지돼야 합니다. 더 많은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고급 일자리, 하이테크 엔지니어 쪽 인재가 더 늘어나야 하고, 이들을 감당할 양질의 일자리가 마련돼야 합니다. 고령·소자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미래 세대 한 명 한 명이 내는 부가가치 즉 개인당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이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장담하기 어려울 겁니다.
자동차 공장의 대표적인 생산직인 의장라인의 인력은 전기차 시프트, 이에 따른 급격한 자동화에 따라 곧 절반은 사라질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지금 한국 완성차회사에 근무하는 생산직의 10~20% 만으로도 충분히 돌아갈 수 있게 될지 모릅니다. 자동차산업이 노동집약에서 지식·기술집약으로 대전환된다면, 한정된 인력 자원의 공급을 여기에 맞춰 빠르게 전환해 줘야 합니다. 이 부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빨리 대응하지 못한다면 국내 자동차산업의 미래가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최원석 국제경제전문기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