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로 오는 여정은 예사롭지 않았다. 산티아고 공항에서 무려 7시간을 환승 대기한 끝에 우리가 리마의 호텔에 여장을 푼 시각은 2006년 1월 7일 자정을 넘겨 1월 8일 새벽 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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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아침, 란페루 항공 LP 035편으로 리마 공항을 이륙한 우리가 목적지 꾸스꼬에 도착했을 때, 시계는 정오를 가리키고 있었다. 기내에서 페루가 자랑하는 노란 색 잉카콜라로 목을 축이는 사이, 내려다 보이는 꾸스꼬의 빛깔은 온통 황토색이다. 잉카제국의 고풍스런 컬러에 가슴이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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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스꼬! 케추아어로 ‘배꼽’이란 의미를 가진 이곳은 해발 3,740m의 안데스 산중에 위치한 분지로 잉카인에 의해 13세기 초에 건설돼, 1533년 스페인의 피사로에 정복될 때까지 잉카제국의 수도였다.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태평양 연안의 리마로 遷都할 때까지 그야말로 잉카문명의 심장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곳답게 정연한 시가지와 아름다운 건축물이 황갈색 톤의 서정으로 마음 속 깊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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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스꼬 광장’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식당에서 페루 전통식으로 즐긴 점심식사는 내 가슴의 멋진 필림으로 아직껏 남아있다. 중세의 돌바닥 길과 운치있는 골목 사이로 푸른 안데스 산록이 스크럼을 짠 듯 미소짓고 있는 꾸스꼬 광장은 이곳이 전형적인 분지의 심장임을 일깨우게 한다. 스페인 식민지 시절의 방사선형 구도에 화원과 산록이 조화롭게 매치되어 일대는 그대로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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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우리가 먼저 찾은 곳은 외세의 침략에 맞서 제국을 방어했던 잉카의 천연요새 ‘삭사이만’, 거대한 돌무더기로 꼼꼼이 짜맞춘 성채 요새에 경외감이 절로 인다. 그런데 웬일인지 불과 몇 m 전방의 목표물로 발걸음을 떼는데 골치가 아프고 어질어질한 게 심상치가 않다. 사방을 둘러보니 고령의 일행 몇 분들도 영 안색이 ‘아니올시다’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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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고산증’을 살짝 경험한 셈이다. 삭사이만의 초원을 요로 깔고 성채의 돌무더기를 통째로 이불삼아 그 자리에 드러눕고 싶다. 계속해서 왕족의 전용목욕탕이었다는 ‘탐보마차이’, 죽음과 연관된 의식을 치렀던 제단이 있는 ‘켄코’, 붉은 성곽의 요새가 인상적인 ‘푸카푸카러’ 등을 周遊하였지만, 대부분의 일행은 거의가 몽유병 환자 마냥 눈동자가 풀려있다.
잉카의 후예인 이곳 원주민 인디오들이 이 빙글거리는 고원에서 축구를 하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만 하다. “저 사람들 봐! 서 있기도 힘든 판국에 축구를 하네!” 우리의 수군거림에 아랑곳하지 않고 볼을 쫓는 이들의 열기는 뜨겁기만 하다. 그러고 보니 도시의 한복판에 덩그러니 축구장 스타디움이 자리하고 있다. 연전에 브라질 대표팀을 이곳에 불러 남미 축구선수권 대회 결승을 가졌는데, 거의 헬렐레 넋이 나간 브라질팀에 압승을 거두었단다.
숙소가 있는 우루밤바로 향하는 버스 속은 고요하기만 하다. 거의가 고산증과 멀미로 곯아 떨어졌기 때문----. 우리의 숙소(San Agustin Urubamba)는 알폰소 도데의 <별>에 나오는 목동의 오두막을 연상시키듯 온통 건물 전체가 동화 속의 낭만으로 도배되어 있다. 고산증에 시달린 여행객의 눈꺼풀이 피곤에 찌들어가는 사이, 안데스 산중에 자리잡은 그림 같은 田園 古都 우루밤바의 별 헤는 밤이 이슥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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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2006. 1.9), 일찌감치 숙소를 출발한 우리는 잉카의 명장 욜란타이담보가 건설한 페루의 ‘청학동’ 욜란타이 마을에 들러 잉카의 후예들이 사는 모습을 관찰한 후 욜란타이 역에서 맞추피추 행 기차에 올랐다. 욜란타이 장군의 동상이 안데스 산록을 뒤로 한 채 마을을 수호하고 있는 이곳엔 잉카 시절 안데스 산록의 빙하수를 마을로 끌어당긴 水路가 아직도 건재해 있어 우리를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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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밤바강의 굽이치는 회색 물결을 좌우에 두르며 협곡을 구비 돈 기차는 약 1시간 30분 후 맞추피추역에 도착했다. 역에서 내리니 마치 우리나라의 오대산이나 설악산 국립공원 입구와 거의 흡사한 느낌이다. 오르막길을 따라 식당, 산장, 각종 기념품판매소 등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다시 우리는 버스를 타고 약 30분 간의 지그재그 산행 끝에 잉카의 공중도시 맞추피추(Machu Picchu; 케추아족 언어로 ‘늙은 산’의 의미)의 입구에 다다를 수 있었다. 해발 2,280m 지점에 세워진 약 5 평방킬로미터 면적의 이 유적지는 아직도 그 연원이 수수께기에 싸여 있는데, 1534년 정복자 스페인의 공권력에 저항해 반란을 일으켰던 만코 2세의 휘하 무리가 거점으로 삼았던 성채도시로 추정되고 있다.
공원 입구에서 단체 입장권을 끊은 뒤 약 20분간을 도보로 오르니 숱한 다큐멘타리에서 익히 봐오던 맞추피추의 그 웅장한 자태가 엄숙히 다가온다. 나는 그 자리에 할 말을 잃고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실로 강요하지 않은 경건한 배례가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왔다.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서 맞추피추를 찾은 체 게바라가 인디오 소년으로부터 스페인 침략군들이 비록 잉카를 정복하고 멸망시켰지만 그들의 문명과 자신들의 정신까지 정복하진 못했다는 소리를 경건히 듣던 장면이 가만히 연상되어졌다. 아직 철기문명 이전의 석기시대를 지혜롭게 구가한 여러 가지 흔적들이 곳곳에 배어 있었다.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한 돌집의 건축양식, 석조 조형을 이용한 신전과 해시계, 여인의 쭈그려 앉은 미이라를 안장했던 동굴무덤, 그리고 관광객 무리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다시 풀을 뜯는 관상용으로 보이는 두어 마리의 알파카 등 맞추피추는 외관 뿐 아니라 갖가지 흥미로운 콘텐츠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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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묘한 매력이 흠씬 풍기는 페루 여성 가이드와 사진을 찍으며, 그녀가 체 게바라의 신의 깊은 혁명동지이자 정숙한 아내였던 페루 여성 ‘일다’와 닮은 모습이라는 생각이 얼핏 뇌리를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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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추피추 정상에서 훑어보니 좌측은 굽이굽이 굴곡진 아마존강과 울울창창한 밀림의 시작이요 우측은 창연한 안데스산록의 끝자락이다. 이런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아마존 밀림에서 고산증 특효약인 코카잎을 얻으려는 원정대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지역이 세상의 관심거리로 노출되어 이 같은 공중도시가 건설되었으리라! 부질없는 가정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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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하는 길에 우리는 실로 충격적인 광경을 목도했다. 그것은 바로 ‘굿바이 소년’의 존재.
낭떠러지 계곡을 내려오기 위해 버스는 약 25분 여에 걸쳐 일곱 구비의 산길을 돌아야 했다. 그런데 잉카복장의 10세 소년이 그 일곱 구비마다 나타나 우리에게 “굿바이”를 외치는 게 아닌가? 고산증과 피곤에 절은 대부분의 승객은 두번 째 구비에 나타난 소년이 처음 소년과 동일인물인지 처음엔 半信半疑하였으나 3번째 구비에서 동일인물임을 확인하고는 모두들 버스가 떠나갈 듯한 탄성을 질러댔다. 잉카시절의 파발꾼, ‘챠스키’(Chaski)가 이용하던 산중 지름길과 계단을 미끄러지듯 질주해 버스를 앞질러 7번이나 산비탈 구비길에 나타난 소년에게 세계 각국에서 모인 차내 관광객들은 충격과 동시에 경외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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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일곱 구비를 돌아 마지막 평지에 도착했을 때, 버스에 올라탄 그가 앳된 목소리로 “굿바이, 사요나라, 아디오스, 짜이찌엔, 뚜빠나치스카마, 안녕히 가세요”하며 6개국어의 고별인사를 남기자 누가 먼저랄 것도 앞다퉈 품 속에서 꺼낸 1달러 짜리 지폐를 소년의 고사리같은 손에 쥐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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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서야 이 소년이 출발지에서 관광객의 버스를 배당받아 죽어라고 배당된 버스를 질러온 맞추피추의 기발한 ‘신종 앵벌이’로서, 수입을 반씩 버스기사와 나눠가지며 하루에 보통 2번, 잘하면 3번씩 ‘버스 추월’의 묘기를 선보이는 ‘강심장의 산악전문 구보자’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소년이 관광객의 주머니를 노린 앵벌이란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 모두는 變聲期前 12세 전후가 停年退職이라는 이 가냘픈 소년의 기발한 집념과 치열한 도전정신에 일종의 대리만족과 경외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고, 그리하여 기꺼이 1불 씩의 팁을 주면서 우리의 ‘잃어버린 다리’를 위무하여야만 했던 것이다.
우루밤바의 아늑한 숙소에서 맞이하는 잉카에서의 두 번째 밤이 蜃氣樓처럼 대뇌 속에서 浮沈하고 있다. 굿바이소년의 환영이 뇌리에 어른거린다. 창밖으로 휘영청 밝은 보름달의 그림자가 길게 쓰러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