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은 제 3회 공판의 날 오후에 재개된 공판에서 10.26 의거에 대해 작심한 듯이 그 목적을 당당하게 피력하였다.발언에 놀란 재판장은 "사회의 안녕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방청객을 전부 퇴장시킨 가운데 비공개 재판을 시작했다.
안중근 : 이번의 거사에 대해 지금까지 그 목적의 대요는 말했다. 나는 헛되이 살인을 좋아해서 이토를 죽인 것이 아니다. 단지 나의 큰 목적을 발표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한 것이기 때문에, 세상의 오해를 없애기 위해 진술하고자 하는 것이 있으니, 다음과 같이 그 대요를 말하겠다.
이번의 거사는 나 일개인을 위해 한 것이 아니고 동양평화를 위해 한 것이다. 러.일전쟁에 대한 일본 천황의 선전조칙(宣戰詔勅)에 의하면, 러.일전쟁은 동양평화를 유지하고 한국의 독립을 공고히 하기 위해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본이 개선했을 때, 한국인은 마치 자국인이 자국이 개선한 것처럼 기뻐했다. 그런데 이토가 통감으로 한국에 와서 한국의 상하(上下) 인민들을 속여 5개조의 조약이 체결됐다.
이는 일본 천황의 뜻에 반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국민은 모두 통감을 원망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어서 또 7개조의 조약을 체결 당함으로 인해 한국은 더욱더 불이익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있어서는 안될 일로, 황제 폐위까지 행해졌다. 그래서 모두 이토 통감을 원수로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따라서 나는 삼년간 도처에서 유세도 하고, 또 의병의 참모중장으로서 각지의 싸움에도 참여했다. 이번의 거사도 한국 독립전쟁의 하나로, 나는 의병의 참모중장으로서 한국을 위해 결행한 것이지 보통의 자객으로서 저지른 것이 아니다. 따라서 나는 지금 피고인이 아니라 적군에 의해 포로가 돼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보면, 일본인으로서 한국의 관리가 되고 또 한국인으로서 일본의 관리가 되어있으니, 서로 일본과 한국을 위해 충성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토가 통감으로서 한국에 와서부터 5개조와 7개조의 조약을 압박을 가해 강제로 체결하게 하고, 또 이토 개인은 한국의 신민으로 취급해야 될텐데, 심하게도 황제를 억류하여 마침내 폐위시키기까지 했다.
원래 사회에서 가장 존귀한 것은 황제이기 때문에, 황제를 침해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될 일인데도 공작은 황제를 침해했다. 이는 신하로서는 있을 수 없는 행위이며, 그는 더 이상 있을 수 없는 불충한 자다. 그러므로 한국에서는 지금도 의병이 도처에서 일어나 싸우고 있는 것이다. 일본 천황의 뜻은 한국의 독립을 공고히 하고 동양의 평화를 유지한다는 것인데, 이토가 통감으로 한국에 오고부터 그가 하는 방식이 이에 반하기 때문에 한일 양국은 지금도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외부와 법부 및 통신기관 등은 모두 일본에 인계하기로 했는데, 그래서는 한국의 독립이 공고하게 될 까닭이 없다. 그러므로 이토는 한국과 일본에 대한 역적이다. 특히 이토는 앞서 한국인을 교사(敎唆)하여 민비를 살해하게 한 일도 있다. 또 이런 일은 이미 신문 등에 의해 세상에 발표되어 있는 것이라 말하는 것인데, 우리들은 일찍이 이토가 일본에 대해 공로가 있다는 것은 듣고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 천황에 대해서 역적이라는 것도 들었다. 이제부터 그 사실을 말하고자 한다.
안중근의 발언이 이 부문에 이르자 재판장은 "이후 본건의 재판을 공개하는 것은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말하고, 공개를 정지한다는 뜻의 결정을 언급, 방청객을 모두 퇴장시켰다.
재판장 : (재판장은 변호인의 요구에 의해 피고 안중근에게) 피고가 정치상의 의견을 발표하고자 한다면 상세하게 서면으로 제출하는 것이 어떤가.
안중근 : 이건 주의 받을 만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글을 쓸 수 없다. 또 옥중에서 이렇게 추운 날씨에 글을 쓸 기분은 조금도 없다. 나는 좋아서 여러 가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의 목적만은 발표하고자 생각했기 때문에 의견을 진술했고 그러던 중에 공개를 금지했는데, 이 일들은 내가 보고 들은 것을 진술하는 것이므로 공개를 금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거사를 결행한 이유 중 하나는 우리들의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얻기 위한 것인데, 공개를 금지한 이상 진술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재판장 : 그러면 피고는 앞서의 진술에 계속해서 진술할 의견은 없는가.
안중근 : 내가 진술하다가 만 것은 이미 알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방청객이 없으면 진술할 필요가 없다.
재판장 : 그러면 그 밖에 피고의 흉행목적에 대해 본건 심리 중에 진술해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이번에 진술하라.
안중근 : 그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으니 말하겠다. 나는 일본의 사천만 인민과 한국의 이천만 동포를 위해, 또한 한국 황제폐하와 일본 천황에 충의를 다하기 위해 이번의 거사를 결행한 것이다. 지금까지 이미 수차 말한 대로 나의 목적은 동양평화에 대한 문제에 있고, 일본 천황의 선전조칙과 같이 한국으로 하여금 독립을 공고히 하는 것은 내 평생의 목적이자 또한 평생의 일이다. 무릇 세상에는 작은 벌레라도 제 몸의 생명과 재산의 안고(安固)를 빌지 않는 것은 없다. 하물며 인간된 자는 더더욱 자신들을 위해서 온 힘을 다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토가 통감으로서 하는 짓은 입으로는 평화를 위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이에 반하고 있다. 진정으로 그런 생각이 있었더라면, 한일양국인 사이에 서로 격(隔)하는 곳이 없고 한 나라 사람 같은 생각을 가지도록 온 힘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토는 통감으로서 한국에 온 이래로 한국 인민을 죽이고, 선제를 폐위시키고, 현 황제에 대해 자기 부하와 같이 압제하고, 인민을 파리 죽이듯이 죽였다.
원래 생명을 아끼는 것이 인정이지만, 영웅은 늘 신명을 던져 나라에 진충하도록 교훈하고 있다. 그러나 이토는 멋대로 다른 나라 사람을 죽이는 것을 영웅으로 알고, 한국의 평화를 어지럽게 하며 십 수 만의 인민을 죽였다. 하지만 나는 일본 천황의 선전조칙에 있는 것과 같이 동양의 평화를 부르짖고 팔천만 이상의 국민이 화합하여 점차 개화의 영역으로 진보하며, 나아가서는 유럽과 세계 각국과 더불어 평화에 온 힘을 다하면, 시민은 안도하여 비로소 선전조칙에도 부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토가 있어서는 동양평화가 유지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번 일을 결행한 것이다.
이상과 같이 이토는 통감으로 온 이래로 황제를 폐하고, 현 황제를 압제하며, 또 다수의 인민을 죽이는 등 더욱 한국을 피폐하게 했다. 그러고도 일본 천황이나 일본국민에게는, 한국은 일반적으로 일본의 보호에 복종하고 있다고 발표하여, 일본의 상하 인민을 속이고 한국과 일본과의 사이를 소격케 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기회를 기다려 없애 버리려고 하던 차에, 이번에 하얼빈에서 그 기회를 얻어 일찍부터의 목적에 의해 이토를 살해했던 것이다. (주석 8)
주석
8 - 이기웅, 앞의 책, 281~28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