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당 20억을 호가하는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은 원래 원판은 가문비나무로, 옆판과 뒤판은 버티는 힘이 좋은 단풍나무로 만드는데 그 정교함에 따라 나무 두께가 0.1밀리미터만 차이가 나도 소리가 금세 달라져 버린다. 비단 나무 두께뿐 아니다. 몸통에 칠한 도료에도 큰 영향이 따른다. 어떤 수준의 도료인가도 구분이 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몇 번이나 칠했는가, 어떤 붓으로 칠했는가, 얼마만 한 강도로 붓질을 했는가에 따라 소리의 공명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왜 300년 전, 그러니까 1700년대의 바이올린만 절정의 자리를 잡고 그 다음에 만들어진 것들은 하나같이 명기의 반열에 올라서지 못하는가.
그 역시 이유가 있다. 세계 기상 기록에 의하면 17세기 중반에서 18세기 초반까지 약 50년간 기후이변이 일어났는데, 이름하여 소빙하기다. 갑자기 추워지기 시작하여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어 버린 것이다. 봄, 가을이 없어지고 긴 겨울과 짧은 여름만 있을 뿐이다. 특히 이탈리아 북부 크레모나 산간 지역은 한 여름도 초겨울 날씨다. 그것도 일 년 이 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50년을 지겹게 계속된 이변이다. 그런 혹독한 환경을 이기고 자란 가문비나무와 단풍나무는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나뭇결이 단단하고 치밀하고 예민하다.
그리고 때를 맞췄다는 듯이 스트라디바리우스라는 악기의 천재가 그 시대를 살았고, 그처럼 신이 내린 특별한 재료를 사용하여 죽는 날까지 바이올린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통틀어 150대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150개밖에 없는 명기를 소유할 수 있는 연주가 역시 150명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백시종 「오옴하르 음악회」 182-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