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비니에서 4. 싯다르타의 외가, 꼴리아(Kolia)왕국의 성수(聖樹), 빠까리(Pakari Brikshya)

[다정/김규현]

4. 싯다르타의 외가, 꼴리아(Kolia)왕국의 성수(聖樹), 빠까리(Pakari Brikshya)

1) 싯다르타 붓다의 외가(外家)였던, ‘데브다하(DevDaha, देवदह) )’

벌써 3번째이다. 별 볼 것 없는 조그만 마을을 이렇게 여러 번 씩이나 오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이번은 나 혼자가 아니고 멀리 안나뿌르나 산기슭에 살고 있는, 설산동자, 설산동녀, 제자들과 함께이다. 줄여서 그냥 <안나뿌르나 그림반(A.D.T=Annapurna Drawings Team)>이라 불린다. 벌써 4년간이나 페북에 포스팅을 해 와서 이미 SNS상에서는 꽤 알려진 이름이다. 이 아이들은 그 동안 거의 동거 동락하다시피 하면서, 그림을 가르치고 있으니 이제는 별도의 말이 필요 없는 마치 분신 같은 존재들이다.

털털이 차를 대절하여 운전수에게 길을 가르쳐가며 데부다하 나무 아래에 도착해서 준비해간 돗자리를 깔고 준비를 해준 다음 주제만 던져주었다. “Holy Pakari tree, at Devdaha the home land of Maya Devi”라는….

그리고는 나는 나대로 거대한 나무를 오른편에서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천천히 ‘시간의 수레바퀴’ 깔라짜끄라를 돌렸다. 우선 마야(摩耶)부인 또는 힌두교 전통에서는 마하 마야데비(Maha Maya Devi)라는 부르는 여인을 화두로 잡고는 유체이탈의 초능력을 발휘하여 먼 옛날로 소급해 올라갔다.

그녀는 누구인가? 라는 물음은 비록 불교의 문외한이라도 어렵지 않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부처님의 어머니” 라고….

역사적으로 따져보면 2천수백년 전 일이기는 하지만, 그 여인은 고대 인도대륙의 북부지방의 작은 콜리야(Koliya)왕국의 공주라는 신분이었다. 이 조그만 왕국은 로히니(Rohni) 강을 경계로 하여 까삘라바스뚜(Kapilavatthu)를 중심으로 살고 있는 사캬(Sakya)부족과 이웃하여 대대로 동족혼(同族婚)으로 유대관계를 이뤄가며 평화롭게 지내왔다. 꼴리안 부족이 세운 왕국으로는 로히니 사캰(Rohni Sakyan)과 꼴리안(Koliyan)이 있었는데, 둘 다 로히니 강안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들은 국왕이라기보다 마하라쟈(Maharaja) 혹은 가나빠띠(Ganapati)라고 불렸지만, 하여간 작지만 독립국가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마야공주 역시 관례대로 이웃 사캬왕국의 국왕인, “깨끗한 밥을 짓는 왕”, 즉 정반왕(淨飯王)인 숫도다나(Suddhodana)왕에게 시집을 와, 당시 예언자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전륜성왕(轉輪聖王:Cakravartin)으로 점괘가 떨어진 위대한 인물이 될, 바로 그 문제아를 낳았다.

오늘 우리가 그림을 그리러 온 곳은 바로 마야부인의 고향이다. 정확히 범위를 좁히자면 한 유명한 나무를 그리러 간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바로 빠까리(Pakari)라는 나무인데, 접두사에 S.T가 붙었다. 말하자면 성스러운 나무라는 뜻이다. 물론 원시 샤먼시대에는 토템적인 거목숭배사상이 있어서 민간신앙의 숭배를 받아 왔었지만, 이 거목의 경우는 차원이 다르다.

자, 그럼 그림보다도 먼저 현재의 ‘데브다하’란 마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나서 주제를 나무로 옮기는 것이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순서일 것이다.

데브다하는 현재 네팔의 행정구역으로는 네팔남부 떠라이(Terai) 평원의 루빤데히주(Rupandehi District)에 속해 있는 작은 군(郡:Municipality)으로 인도와의 국경선도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다. 그러니까 룸비니에서 본다면 동북쪽으로 57km에 위치해 있는데, 먼저 사통팔달의 교통요지 부트왈(Butwal)로 가서, 거기서 차를 대절하거나 가끔씩 운행하는 로칼버스를 타고 동쪽으로 15km더 가면 도착할 수 있으니 찾아 가기는 어렵지 않다.

산스크리트 어원에 의하면 ‘데바(Deva)’는 신을 뜻하고 ‘다하(Daha)’는 연못을 뜻하기에 글자 그대로의 의미는 ‘신의 연못’을 말한다. 이는 많은 신들과 여신들과 성자들이 연못에서 신성한 정화의식[聖浴]을 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먼 훗날 성인의 반열에 들어 가문을 빛나게 할, 귀한 아들을 낳고도 산후통으로 일주일 만에 요절한 그녀 대신, 역시 왕국의 관례대로, 그녀의 친 동생인 쁘라쟈빠띠(Prajapati)가 언니의 자리를 이어 상처한 왕에게 시집가서, 어린 어미 잃는 조카를 대신 키웠는데, 그녀의 고향 역시 이곳이다. 그뿐만 아니라 결혼 적령기가 된 싯다르타 태자가 온갖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차지한 야소다라(Yasodara)공주의 고향도 또한 이곳이니, 정리해보자면 고따마 싯다르타에게 가장 가까운 3명의 여인들이 모두 이곳 데브다하 출신이라는 것이다.

이는 뭔가 운명적인 냄새가 풍기기까지 한다. 누구에게나, 외갓집라는 곳은 어느 것보다 모성적인 친근감이 있는 곳이다. 더구나 어머니 얼굴은 고사하고 아련한 어미 모유냄새조차도 전혀 기억에 없는, 어린 싯다르타 태자에게 이곳 외가의 산천은 마치 어머니의 자궁 안처럼 아늑하고 포근했을 것이다.

2)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 ‘빠까리(Pakari Brikshya:पाकरी वृक्ष)

이런 작은 마을이 세상의 이목을 끄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지만 그 첫 번째는 단연 경내에 솟아 있는 한 고목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가장 크고 그리고 가장 우람한 상록수가 아직도 울울창창하게 살아 있다는 사실은 세상의 이목이 쏠리기 충분하다.

흔히 ‘빠까리’라고 불리는 나무는 식물분류학에서 보면 보리수(菩提樹:peepal) 또는 무화과(無花果:Ficus benjamina)의 일종으로 주로 인도북부나 네팔남부 떠라이 지방에서 자생하는 잎 넓은 상록수이다.

데브다하의 거목은 높이가 건물 10층 높이인 29m(96ft)에 몸통 둘레가 25m(82ft)나 되며 가지와 잎이 뻗어 덮여 그늘을 이루는 사방면적은 152㎡ 나 된다. 멀리서 보면 꼭 거대하고 푸른 우산이 펼쳐져 있는 모양새이다.

물론 이런 수치적인 거대함만으로 이 빠까리 나무가 유명한 것이 아니라는 곳을 이미 강호제현께서는 감을 잡으셨겠지만, 이 나무의 진정한 존재가치는 어떤 성스러움에 있다. 그 근처에만 가도 어떤 영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그런 나무인 것이다. 말하자면 ‘Saint Tree’, 즉 성수(聖樹)인 것이다.

그래선지 이 나무에는 신비스러운 전설들과 신화들이 전해 내려오고 있는데, 그중 가장 귀에 먼저 들어오는 솔깃한 사실이 하나 있다. 인간들뿐만 아니라 뭇 중생들도 그 나무를 경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필자가 인근을 탐문하면서 확신하게 된 하나의 ‘팩트’였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아무런 방어시설이 없었는데, 인근 토착민들은 가지가 땅에 드리울 정도로 낮게 깔려 있어도 나뭇가지를 꺾거나 베어서 땔감이나 가축먹이로 사용하지 않았을 뿐더러, 아침마다 나무 밑으로 가서 분향하며 뿌쟈(Puja)를 올렸다고 한다.

물론 헤아릴 수 없이 신들이 많은 네팔의 원주민들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기이한 것은 뭇 짐승들- 모든 새들이나 네팔에서는 길조로 여겨져 국조(國鳥)로 지정되어 있는 그 많은 까마귀들도 이곳에 둥지를 틀지 않는다고 한다. 그 외 독수리 같은 맹금류나 야생 짐승이나 코끼리들도 전혀 나무 근처에도 가까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근래에 소나 염소의 방목이 늘어나면서 근래 네팔당국의 관광진흥정책으로 “붓다는 네팔사람” 이란 홍보전략의 일환으로 관광지로 지정되면서 늘어나는 관광객으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불과 몇 년 전에 철책을 두르게 되었지만, 수천 년 동안 나무는 이처럼 스스로 성스러워진 것이다.

둘째로 이 고목이 성수로서의 ‘필요충분 조건’을 구비한 것은 싯다르타 붓다와의 관련설이다. 사실 필자가 여러 경로로 취합한 정보에서는 나무의 수령이 정확치 않다. 모든 자료들이, “According to the locals~” 또는 ‘~카더라’이고, 정확한 과학적인 탄소측정 연대가 없기 때문에 사실 이 나무에 싯다르타 붓다의 체취가 묻어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전하는 바에 의하면 이 빠까리 고목은 싯다르타 붓다 재세시인 사캬시대로 소급해 올라가는데, 이를 처음 밝혀낸 때가 1880년대 이다.

우리는 고따마 싯다르타 붓다와 연관된 나무중에서 흔히들 ‘3대 성수(聖樹)’를 들먹인다. 첫째는 탄생수인 무우수(無憂樹:Ashok tree) 둘째는 정각수(正覺樹:Peepala tree) 셋째는 열반수(涅槃樹:Sara Tree)이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오늘의 주인공인 빠까리 나무는 ‘제4대 성수’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3) 붓다의 체취가 묻어 있는 꼴리아성 산책

앞에서 ‘데브다하’의 어원은 ‘신의 연못’을 말한다고 이야기 한 바 있는데, 이는 많은 신들과 여신들과 성자들이 연못에서 신성한 정화의식[聖浴]을 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 한 명이 싯다르타 태자였다는 것은 설득력이 확실하다. 그가 어린 시절 이모이자 계모인 프라쟈빠띠(Prajapati Gautami)가 친정으로 올 때 마다 그녀의 손에 이끌려 이 신성한 연못에 와서 목욕을 하였고 이 빠까리나무 그늘 아래서 당시 유명한 성자들의 설교를 들었을 것이란 점도 당연한 팩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태자가 결혼 적령기가 되어 당시 꼴리아 국왕인 슈프라붓다(Suprabuddha)가 부마(駙馬) 자리를 걸고 개최하는 경기에서 주변 여러 나라에서 출전한 여러 왕자들을 제치고 최종승자가 되어 야소다라(Yashodhara)공주를 차지하게 된 일화를 여기 원주민들은 마치 어제 일처럼 되새김하고 있다는 사실도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점이다.

당시 태자의 화살은 일곱 겹 타마린드(Tamarind)나무 뒤에 숨어있던 공주 근처에 정확하게 떨어졌다. 이에 태자는 즉시 화환을 만들어 시녀를 통해 공주에게 바쳤다고 한다. 이 때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는데, 당시 경쟁에서 패하여 쉬고 있는 싯다르타 앞에 공주 자신이 자청해서 나타났다는 것이다. 당시 관습으로는 결혼승락의 의미였다는 대목이다.

또한 싯다르타 붓다가 외갓집으로 발길은 옮긴 것은 유년기, 결혼기, 장년기 시절뿐만 아니라, 깨달음을 얻어 마침내 붓다가 된 뒤에도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둘바경(Dulva)』라는 경전에 의하면 ‘위없는 큰 깨달음’을 얻은 후 7년 뒤 싯다르타 붓다는 수많은 제자들을 거느리고 인도 전역을 설교여행을 다닐 때도 데브다하의 꼴리아성을 방문해서 큰 환영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데브다하 빠까리 나무, 물론 약간의 문학적 비약을 감안해서, 밑에서 들려 몰려든 군중들에게 여러 가지 주제를 놓고 토론을 하는 등 울림 있는 행동을 하였다고 한다.

[As0721]

드림팀 학생들의 페북을 보며 내용들도 참 아티스틱하구나에 놀랐습니당! 드림팀 만세!!

[동해의 푸른/ 이상기]

나무야 나무야 부처 나무야.

[백척간두]

우와~~첨 듣고, 보는 첨단내공입니뎌~~ 짝짝

[천산]

새로운 시각의 불교사입뎌

[여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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