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구동 마늘 밭이 온통 풀밭이었다.
오월 하순에 마늘밭을 깨끗이 김매고 교회밭과 영수형의 밭에 콩파종하느라 마늘밭을 들여다 보지 못했었다. 바랭이와 달개비, 명아주, 피 등이 빼곡히 나와서 키가 비슷하게 크고 있었다.
<어찌한담.>
꾼은 만지작 거리던 콩자루를 팽개치고 마늘밭의 풀을 잡아뜯어 보았다. 아뿔싸, 풀뿌리와 함께 마늘이 함께 뽑히는 게 아닌가. 이쯤 되면 마늘밭 풀뽑기는 이미 글러 버렸다.
<그 말들을 믿은 내가 바보였어. 이론과 실제가 이렇게 다른가?>
땅을 치고 한탄해 보아야 이미 물 엎지르기 전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었다. 작년에 읽은 인터넷 글에 낙엽 피복농사법이란 것에 심취했었다. 두툼하게 깔면 풀이 못 올라오고 보습작용과 함께 작물농사가 자연친화적으로 잘 된다고 했다. 그리고 피복낙엽은 자연으로 돌아가면서 유기물이 된다고 했다. 꾼은 작년 가을에 낙엽을 열심히 모았다. 종합운동장 관리인에게 부탁하니 얼마든지 실어가라고 하여 부지런히 실어날랐다.
동생이 준 마늘씨앗을 심고 두툼하게 낙엽을 깔았다. 도시낙엽이라 빵 봉지, 요구르트 등 쓰레기가 많았고 어떤 때는 버린 옷가지 등도 있어서 그런 것들을 부지런히 골라 버렸었다. 그러나 올 봄에 다른 농가에서는 마늘이 파릇하게 잘 커서 궁금하던 차에 낙엽을 들쳤었다. 낙엽이 떡이 되어 내리누르고 있었으니 마늘이 떡낙엽을 뚫고 올라오지 못하고 구부러져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낙엽을 들쳐내고 마늘잎을 꺼낸 다음 다시 낙엽을 덮었었다.
낙엽 사이로 올라오는 징그러운 풀들을 두 번이나 뽑아주었지만 나중에는 풀에게 항복해야 하는 지금이 억울했다.
<누가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서 날 골탕먹이냔 말이닷.>
꾼은 발을 구르며 으름장을 놓았다. 주변에 개나 닭이 있었다면 허허 웃을 기묘한 동작이었다.
“뭐 해요?”
개사장이었다. 꾼이 우스꽝스런 동작을 할 때면 어디선가 보고는 나타났다.
“아 글쎄, 누군가가 낙엽 피복을 잔뜩 하면 김매지 않고 농사 잘할 수 있다고 뻥을 치길래 그대로 했더니 완전 풀발이 되었지요.”
“꾼이 농사를 잘못한 것이 그 사람 탓이겠소. 적용방법이 한참 다른 것이지. 허허”
맞는 말이다. 낙엽을 떡지게 깔아놓고 마늘싹이 올라올 때를 바라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라고 생각했다.
“에잇, 다음에는 낙엽이고 뭐고 안 할랍니다. 낙엽 실어오고, 트럭 기름쓰고, 낙엽 긁었다가 다시 깔아주고 두 번이나 김매주었는데도 이 모양이니 내 참 더러워서 마늘농사도 못하겠어요. 우이 씨”
“그러게 남지도 않는 농사를 뭘 그리 해요. 그리고 땅을 덮는 것은 다른 사람 하는 식으로 검은 비닐 덮는게 제일이지요. 이제 조금 있으면 마늘이 여물 때가 되었으니 그 때 캐가는게 좋겠네요”
개사장은 농사꾼도 아니면서 농사의 원리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꾼과 같은 소싯적에 했을 수도 있겠지만 농사꾼 티가 전혀 나지 않았다. 가게에 딸린 작은 텃밭조차 뭔가를 심어놓고는 풀 속에 묻혀 버리기 일쑤였으니 말이다.
꾼은 다시 콩자루를 집어들었다. 마늘밭 아닌 곳은 호밀심어 베어 깔았었다. 작년에 우분거름을 많이 넣어서인지 호밀이 제법 자라 두툼하게 깔려 있었다. 파종기로 심으면 간편하게 끝날 일이었으나 결주가 많아 호미로 파고 두 알씩 집어 넣었다.
콩에서 석유냄새가 코를 찔렀다. 석유를 약간 묻혔는데도 석유냄새는 독했다.
이 동네는 비둘기가 제법 많았다. 꾼이 일하러 밭에 가면 비둘기들이 날아올랐다. 일하는 동안 멀리가지 않고 멀리 나뭇가지에 앉아 있었다.
<에잇, 망할 닭둘기 녀석들.>
꾼과 콩 외에는 모두 적으로 보였다. 두더지, 비둘기, 풀 모두들 도움되는 존재들이 아니었다. 뭘 그리 주워 먹었는지 몸집이 커진 비둘기가 닭만 하다고 하여 별명을 닭둘기라고 지었다.
“느그들 이젠 겁 안난다. 먹을 수 있으면 먹어봐라. 석유냄새 때문에 금방 토하고 말걸. 하핫.”
유쾌한 웃음을 날렸다. 꾼은 본시 그런 사람이었다. 맘에 안 들면 심술을 뚝뚝 흘리는가 하면 곧장 마음이 잘 풀어지는, 어찌보면 변덕이 죽끓듯 하는 사내였다. 비둘기를 놀리며 어느 덧 마늘밭을 제외한 터에 콩을 모두 심었다. 삽으로 평이랑 식으로 만든 다음 중간을 불룩하게 만들었다. 비닐을 깔고 다시 10센티 정도로 흙을 얹었다. 그리고는 콩을 산파하고는 흙을 덮었다. 물조루를 들고 밭 윗쪽에 있는 물통에서 물을 길어서 흠뻑 뿌려주었다.
꾼이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는 물통은 재작년 부장이 밭을 빌려줄 때 포크레인으로 도랑을 낼 때 직경 1미터 배수관을 파묻었다. 묻은 곳이 습지라 물이 넉넉하게 들어있었다. 구멍을 중간에 뚫어놓아 완전히 가득차지 않아 작년 여름에 개구리가 많이 익사했었다. 꾼이 밭에 갈 때마다 헤엄치는 개구리들을 무던히도 구출해 주었었다. 그러나 며칠만에 가보면 물에서 익사한 개구리들의 변사체를 발견할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았었다.
<출구를 만들어 주어야 할텐데.>
갈 때마다 생각은 했으나 생각 뿐이었다. 일하는 중에는 간식먹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일하다 보면 그런 짬을 낸다는 것이 녹녹치 않은 일이었다.
<일이 없는 농한기에 꼭 만들어 주어야지.>
“아니 2주가 지났는데도 콩이 나오질 않네요.”
유월초에 교회콩밭에 성도들과 심은 콩이 보름이 지났지만 오다가다 순을 내민 것 외에는 감감무소식이었다.
“비둘기가 파먹지 않았다면 문제없어요.”
“비둘기는 절대로 파먹지 못합니다. 제가 석유를 묻혀 심었거든요. 하핫”
“가뭄엔 콩이 안나와도 비가 오면 일제히 나오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서울농부님의 대답이었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니, 감기환자에게 무조건 나을 테니 걱정말라고 하면 당장은 아파 죽겠는데 걱정말라고 걱정이 안될까?
<안되겠다.>
띠리링
“아비가일님 보름전에 뿌린 콩이 머리를 보이질 않아요. 어쩜 좋죠?”
“콩이 썩지 않았으면 귀부리를 내리는 중이라 문제없이 나오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어요.”
또 걱정 말라신다. 전화를 끊고 심은 곳을 손으로 허부적거렸다. 그냥 있는 것도 있었고 어떤 것은 줄기와 함께 뿌리가 나왔다. 아서라. 깜짝 놀란 꾼은 다시 그 콩을 다시 묻었다.
너무 급한 나머지 금달걀을 낳는 암탉의 배를 가른 욕심쟁이처럼 조급함을 후회하며 콩을 다시 땅속에 주저앉혔다.
<걱정할 필요없겠군. 그나저나 너무 늦은 것 같네. 다른 사람들은 한뼘씩이나 자란 콩을 자랑하고 난리인데 내가 심은 콩은 아직 아미도 트지 않았으니 쯧쯔>
꾼의 안달은 고질병이었다.
65부에 계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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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보았던 녀석보다 작은 두꺼비지만 기어가다가 쉬는 참에
찍어보았습니다. 등푸른 밀뱀이 슬금슬금 눈치를 보더니 촬영준비를 하는 동안에 어디로
숨어버렸네요.
첫댓글 나보고는 안![달](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11.gif)
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더니 꾼은 왜 안![달](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11.gif)
이유![~](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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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하네.![ㅋ](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5.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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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혈액형인데 잘 삐지고 금방 풀어지고 그러거든요.![ㅋ](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5.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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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혈액형이 혹시 B형아녀요
농사짓는 사람은 풀이 젤 무서운데 낙옆따위가 어찌 풀을 이기겠다고....
변덕스런 AB형이랍니다.
2007년 초보시절 이야기들입니다.
변덕쟁이군요./ .그럼 내 혈액형이 그런변덕쟁이가 아니군요.다행이다.음![~](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A형과 B형은 좋은 형질이지요. 그러나 그것들이 혼합되면 갈피를 못잡는 모양이에요.![ㅋ](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5.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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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대충 그래요 ![ㅋ](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5.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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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때는 세심하고 어떤 때는 미련스럽기도 하고, 어떤 때는 천재이고 어찌 보면 바보
서정남님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