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학기 “철학산책” 과제물(1)
「새말 새몸짓」을 읽고
오상아(吾喪我), 과도기를 넘는 나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1학년 김수려
사춘기가 어떻게 끝났는지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사춘기 소년, 소녀들은 어느 날 자신을 돌이켜보며 단지 “아, 그때였구나!” 생각할 것이다. 또 그런 생각이 들 때쯤엔 사춘기 시절의 고민은 왠지 작아 보인다.
전혀 다른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 또한 그렇다고 생각한다. 사춘기의 열병처럼 과도기 또한 힘들다. 기존 우리의 사고를 장악하던 틀이 완전히 새로운 틀을 만나 부수어지고 혁명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 시기가 지나가고 역사책의 서술 정도로 읽힐 때쯤엔 또 다른 과도기에 직면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안정을 원하면서도 불안정을 쫓기 때문이다. 모두는 그런 식으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에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여겼었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커리큘럼을 만나면 불명확하던 진로에 대한 고민도 걷히고 모든 것이 편안해질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 안에서도 ‘나’는 고등학교 시절과 바뀐 것이 없었다. 기존의 사고와 편협한 시각으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장자>에 나온 “오상아(吾喪我)” 개념은 그런 의미에서 무섭다. 내가 나를 잃어간다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나를 만들어간다는 것. 그 과정은 기존의 자신을 계속 깎아내고 버려버리는 고통과 혼란의 연속일 것이다.
소설 <이방인>에서 주인공이 태양 빛 때문에 일어난 살인처럼 나의 의지가 아닌 환경의 작위는 사람에게 큰 스트레스를 가한다. 하지만 환경의 변화를 딛고 일어난다면 뱀이 사퇴(蛇退)를 벗듯이 새로운 나, 더 성장한 나를 만날 수 있다고 기대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에서 나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비교하고 부딪혀서 ‘기존의 나’를 벗겨보고자 한다. 남들이 주던 질문에 대답하는 것에서 벗어나 궁금하던 것들에 질문을 던져볼 것이다.
기존의 듣고 외우는 공부에서 벗어나 연구를 통해 나의 설들을 학설로 정립해볼 것이다. 타인이 다가와 주기를 바라지 않고 먼저 나의 감정을 표현해볼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번 과도기도 지나고 나면 그저 하찮은 고민이 되어있을 것이고 계속해서 나는 과도기를 만날 것이다. ‘나’ 뿐만 아니라 사회도 바다에 파도가 치듯이 계속해서 과도기를 만난다.
당장에 큰 혼란과 비정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훗날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생각되기를 요즘 내 주위 일련의 사건들을 보며 희망한다. 과도기는 많은 사람에게 기회이기도 할 것이다.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짜여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파도에 휩쓸려가지 않고, 달이 되어 파도를 이끄는 사람은 계속해서 개인의 과도기에 주체적으로 맞선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찾아온 이 시기를 어떻게 최대한 고통스럽게 직면해나갈지 더 고민해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