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갔던 시 그년이 돌아온 느낌
대구젊은시인들/80년대시선집 누가 전해 와서 나도 모르고 있던,책도 받아본 기억이 없는 저의 시가 두 편 실려 있네요. 추리해보니, 87년 88년에 거쳐 완성한 시네요. 당시는 컴퓨터 286도 학교 현장에서 쓰지 않던 시절이라 원고지에 써둔 시인 듯한데, 발표 후 관리 소홀로 지금껏 잊고 있었고 시집에도 누락 된 시를, 최근 어느 독자가 찾아주네요. “세상에 이런 일이” 놀람과 함께 나를 떠난 시가 살아는 있었구나! 반가워 올립니다. 어제 오늘, 콧물 한바가지 두통에 목이 가시 걸린 듯 아팠었는데, 시를 쓰는 나를 위로해 주러 오신 듯해서 벌린 꽃들이 덤으로 전해준 알러지 증상이 말갛게 씻깁니다. 그 당시의 초임에 대한 강박감과 어머니를 백혈병으로 경대 병원 침상에 눕혀두고 야간 간호하며 출퇴근 하던 시절이 함께 녹아 있는 시입니다. 등단 전 저에게 절실했던 시인 것 같습니다. 하여 또한 시공부하는 제자 분들에게 자랑삼아 올립니다. 당시 정황을 감안하여 읽어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
애견센터▫ 1
나는 매일 저녁무렵 이곳을 지난다
처음에는 속엣말로 개새끼
점점 익숙한 길의 편력 앞에
나중에는 목청 돋우고 개새끼
등산용 튼튼한 줄에 묶인 놈
털복숭이 자극적인 놈
원산지 표시가 목걸이에서 출렁이는 놈
혈통과 가문이 중시되는
나는 매일 이곳을 지난다
어쩌면 잊혀진 고향이라도 생각날까
나는 이곳을 스쳐지나가는 원인
뒤따르는 결과는 개의 순수성
혹은, 야생의 야멸찬 눈빛이 그리운가
이빨 없이도 으르렁대는 도시는
이빨없어 더욱 켕기는 현실을 낳고
내가 알고 있던 저녁무렵은 낭만적으로 치부되고
질겁으로 달아나는 햇살들은
햇살의 우두머리격인 자만 남아
달속 별속으로 가만가만 박힐 뿐
길 트며 앞서 달린 햇살은
어둠속으로 자꾸 넘어지고 있었다
나는 매일 저녁무렵 이곳을 지나며 보았다
살점 뜯기지 않아도 서러운
갇힌 철망에서 안식을 찾는
온유에 길들여져가는 슬픈 나를
애견센터▫ 2
“어머니 개처럼 살고 싶어요”
라고 내가 시로 쓴다면 누가 뭐래!
혹여 개처럼 산다한들 누가 뭐래!
혼탁한 세상이야 나를 개라 부를 테지만
(왜냐하면 위상의 정립을 위해여)
정말 개처럼 살고 싶었다
그러나 묶인 채 길들여지지는 말고
아무 근성에도 동조하지 말고
아침나절 킁킁대는 코를 끌고
눈 내린 산야를 컹컹 달리며
산짐승들 쫒아 물어뜯듯이
나는 도시에서 개처럼 살고 싶었다
애견센터 반듯한 간판 곁을 지날 때
유리창에 얼비치는 숭고한 표정들 만날 때
그러나 광견병에 걸려서는 말고
성욕도 일어나지 않는 순박은 말고
이곳에서는 주인 몽둥이에 율법이 감기고
밥그릇 든 종업원의 순해지는 법 가르치는 이곳
말 잘 들어야 팔려가도
제 값 받는다하는데
이곳은 말고
잠시도 말고
그러나 저곳은 더욱더 말고
첫댓글 축하 드립니다...이십오륙년 잊고있던 시를 지금 만나셨으니 ..어떤 감회실까 궁금하기도합니다..^^
애견쎈터 앞을 지나시면서 참으로 처절..또는 긴장감있게 쓰셨네요..또 다른 느낌이있는 시, 감상 잘했습니다
선생님 옛詩는 많이 접해 보지 못했는데 읽어보게 돼서 반갑습니다.
첫시집"쑥의 비밀" 안에 있는 詩들도 읽어 보면 좋겠습니다.
다음 기회때 좀 올려 주셔요.!!
오래 된 시를 우연히 만나게 될때 그것도 까맣게 잊고 있던 시 였다면 그시절의 자신을 만나는 것 아닐까요?
그때는 지금보다 더 치열하게 시와 만났었군요 혹여나 지금은 애견센터의 개처럼 무기력하게
전락하고 있지 않았는지 자신을
돌아 보는 좋은 기회가 될 듯....
ps: 시 올릴때 가로쓰기로 올려
주시면 합니다 이미지가 읽으면서 다 사라지니까요
휴대폰으로 봐서 그래용 ㅎㅎ
선생님 본연의 진정성과 치열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순수의 열정 느끼고 갑니다
참으로 오래 전의 습작이라해도 지금 여기 그대로 전해지는 시심이 애잔합니다
봄날 투박하나 풋풋한 새순을 감탄하듯 좋으네요^^
선생님. 화이팅~~
25년 전---혈기 왕성했던 그날의 젊음이 묻어 있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