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여행을 함께한 이해민 학생에게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그 말처럼 저도 그렇게 컸었습니다. 어렸을 적 엄마가 외출하셔서 집에 안 계시는 날이면 이웃집이나 동네 슈퍼, 동네 과일가게에 가서 기다렸었습니다. 지나가다 동네 할머니께서 저를 불러 세우시고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시기도 했었습니다.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면 동네 어른들이 구해주시기도 했었습니다. 친구네 집에서 저녁을 얻어먹기도 하고 제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아는 마을 어른들에게 꾸지람 듣기도 하며 자랐습니다. 그렇게 마을 어른들이 함께 저를 키워주셨습니다.
어릴 적 이러한 경험을 하고 자란 저는 누가 이웃인지도 모르고 서로 인사를 주고받는 게 어색한 오늘날의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공항동 아이들이 인사하고 지내는 어른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마을에 좋은 어른이 많음을 알아갔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었습니다. 그 마음으로 ‘우리동네 인사여행’을 시작했습니다.
해민은 서울장신대학교에서 진행한 김세진 선생님과 권대익 선생님의 특강을 듣고 지원했습니다.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에서 하는 사회사업 실천이 본인이 생각하는 사회복지의 목적과 같다고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직접 실천해보며 잘 배워보고 싶다고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실무자 면접 때 해민이 중학생 때의 경험을 들려주었습니다. 해민의 강점만을 바라봐주시는 선생님이 계셨기에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며 이야기해주었습니다. 해민도 아이들에게 강점만을 바라봐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며 말했었습니다. 진실한 마음 담은 해민의 이야기를 들으며 해민을 만날 아이들은 참 행복하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저의 기대처럼 해민은 아이들의 강점만을 바라봐주는 선생님이었습니다. 아이들을 귀하게 대하고 존중해주었습니다. 아이들의 작은 이야기도 놓치지 않고 귀 기울이며 들어주었습니다. 공감하고 이해하려 애썼습니다. 아이와 의논해야 할 때는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게 천천히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단어로 설명했습니다. 역사여행 계획 준비 실행하며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의 문제가 보이는 데 외면하려 하니 어려워했습니다. 해민은 어려울수록 아이들의 강점만을 바라보기 위해 의식하고 아이들의 문제를 외면하려 노력했습니다. 때때로 실천이 막막하거나 어려울 땐 복지요결을 읽으며 성찰하고 궁리했습니다.
당사자 면접 때 아이들이 낸 창의력 문제에도 해민 특유의 미간을 찌푸리며 진지하게 답변을 고민하던 해민의 모습을 잊지 못합니다. 그만큼 아이들을 마냥 어린아이로 대하지 않고 사람 대 사람으로 한 사람의 인격체로 아이들을 대해준 해민 고맙습니다.
역사여행은 마을 어른께 옛날이야기를 듣는 역사여행과 마을 어른의 이야기를 따라 박물관이나 기념관으로 직접 보러 다녀오는 보는 역사여행 두 번 진행했습니다. 듣는 역사여행 준비하며 쉽지 않았습니다. 기획단 아이들이 아는 어른은 가족과 학교 선생님 외에 없었습니다. 듣는 역사여행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막막했었습니다. 계속 마을 인사 다니며 묻고 의논하고 부탁했습니다.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니 길이 보였습니다.
신광영 어르신과 김희영 어르신, 정효조 어르신이 흔쾌히 옛날이야기 해주시겠다며 말씀해주셨습니다. 신광영 어르신께서는 아이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는 선생이 잘 알아야 한다며 김포공항에 있는 박물관도 다녀오셨습니다. 아이들과 만날 장소도 섭외해 주셨습니다. 아이들과 만남을 기대하시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듣는 역사여행 날 신광영 어르신께 아이들과 만남이 힘들진 않으셨는지 여쭈니 즐겁다며 이야기해주셨습니다. 평소 아이들에게 인사하고 싶어도 구실이 없어 인사하지 못하셨던 건 아니었을까 하며 생각했습니다. 관계를 주선하는 일. 해민의 실천을 보며 다시 한번 중요함을 느꼈습니다.
보는 역사여행. 아이들의 일이 되게 해민이 잘 거들었습니다. 아이들이 기획 회의하며 “제 일이니 제가 해야죠.” 말합니다. 당사자 수료식 당일에는 “제가 계획 준비해서 다녀오니 감명 깊었습니다.” 이야기합니다.
당사자 수료식. 지역사회 안에서 지역주민과 함께 지역주민의 일이 되게 거들었습니다. 공항동에 있는 노인정에서 기획단 아이들 부모님이 만들어 오신 음식을 차려 진행했습니다. 기획단 아이들이 주도하여 수료식 진행했습니다. 감동과 감사가 넘쳤습니다.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빛났습니다. 소박하지만 풍성한 잔치였습니다. 정겨웠습니다.
이 모든 일은 해민과 도영이 기획단 아이들에게, 지역사회 사람들에게 잘 묻고 의논하고 부탁한 결과입니다. 잘했습니다. 해민이 공항동에 뿌린 관계의 씨앗이 자라 훗날 아이들에게 귀한 경험이 될 겁니다. 아이들이 마을에도 좋은 어른이 많음을 알아갈 겁니다. 귀한 일을 해준 해민에게 고맙습니다.
해민은 사회사업 이야기를 할 때면 눈이 반짝거리며 진중해지는 사람입니다. 손을 턱에 쥐고 약간의 미간을 찌푸리며 이야기하는 모습은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해민은 본인이 생각하는 바를 조리 있게 잘 표현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관계의 중요성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사람을 귀하게 대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지난날 성찰하고 궁리했던 내용을 바로 실천에 옮기는 실행력 있는 사람입니다. 본인의 역량과 처지를 잘 헤아리는 사람입니다. 이런 해민을 보며 저도 옆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해민을 만남이 저에게 복입니다. 해민과 이번 여름을 함께해서 좋습니다. 사회사업 실무학교 역사여행에 지원해주어 고맙습니다. 훗날 실천현장에서 같은 이상을 바라보며 함께 하는 동료로 만날 날을 기대합니다. 2019년 여름 사회사업 실무학교가 해민 학생에게 귀한 경험이 되길 귀한 추억이 되길 소망합니다.
2019년 8월 20일
이해민 학생을 응원하는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 선배사회사업가 이미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