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이라고 전부 다 좋을 수는 없습니다.
過猶不及(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듯이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배드민턴은 마약과(?) 같아서 깊게 빠지기 쉽습니다.
굳이 단점을 거론하느냐고 물으신다면, 혹시 모를 동호인들의 삶에
장애요소로 발전되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 나온 충정어린
마음의 표현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부디 적당한 운동방법과 절제된 생활습관으로 득보다 실이 많아지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바라며 가볍게 읽으시되, 흘려듣지 말기를 바랍니다.
1. 睡眠不足(수면부족)
매일 새벽 5시 40분이면 어김없이 울려대는 핸드폰의 알람소리.
전날 밤 늦게 잤건, 술을 마셨건 간에 입력해놓은 캉캉음악은 무거운 눈꺼풀을 강제로 걷어 올립니다.
이제야 그나마 습관이 돼서 괜찮아졌지만 처음에는
‘내가 이렇게 운동을 꼭 해야 하는 걸까?’라는 반문을 하곤 했습니다.
점심 식사 이후엔 어김없이 찾아오는 식곤증. 정말 미칩니다.
그래도 재밌으니 내일 또 나가리라 굳게 다짐합니다. 후훗, 웃기죠.
2. 體力消耗(체력소모)
제가 소싯적 체력 하나로 버팅 기던 놈이었습니다.
그런데 배드민턴이란 놈이 저의 자존심을 완전히 짓밟아버리지 않았겠습니까?
조깅을 하다가 힘이 들면 슬슬 달리기도 하고,
축구를 하다가 힘들면 공이 내게 오지 않을 때 잠깐씩이라도 쉴 수가 있건만,
도무지 배드민턴이란 놈은 날아오는 셔틀을 치지 않을 수가 없으니 환장하겠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삼복더위에 똥개 혀 내밀 듯 헉헉거리면서도
옆에서 누가 ‘한 게임 하지’하면 좋다고 또 게임에 들어가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고요.
오죽하면 제가 그 비싼 보약까지 먹으면서 운동했다니까요.
3. 勤務怠慢(근무태만)
요즘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인데요. 제2의 전성기라고나 할까요?
배드민턴에 푹 빠져 삽니다. 게임도 그렇고, 후학양성(?)도 그렇고,
배드민턴 전도까지 정말 열심히 합니다. 며칠 전 제 동생도 입문했습니다.
특히 제가 에이플러스배드민턴이란 사이트를 알고부터 더욱 더
배드민턴 생각에 업무에 게으름을 피우곤 합니다.
조금 자제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는 말씀입니다. 왜냐고요? 너무 재밌으니까요.
4. 主客顚倒(주객전도)
배드민턴 관련 직업을 가지신 분들 중에 취미로 시작한 배드민턴이
본업이 되어버린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처음엔 어떻게 하다 저리 되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더군요.
그러나 제가 한 10년 하다보니 그게 이해가 되더라니 까요.
정말로 요즘엔 배드민턴의 황제라고 일컬어지는 박주봉 교수가 부럽더라고요.
아니, 거기까지도 바라지 않고, 배드민턴과 관련된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다니까요.
조금만 젊었어도.......흐흑
5. 離散家族(이산가족)
이 부분은 제가 설명 드리지 않아도 배드민턴 동호인이라면 바로 눈치 차리실 겁니다.
시간만 나면 아니, 시간이 나지 않아도 만들어서 운동하려는 통에
부부관계는 소원해지고(제 아내는 배드민턴이 적성에 맞지 않는답니다)
아들놈하고 놀아줄 시간은 점점 없어지고...
아무튼 이놈의 운동은 절제가 안돼는 관계로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갑니다.
6. 衝動購買(충동구매)
제가 처음 배드민턴에 입문할 때, 만 오천 원에 두개씩 파는
라켓을(비싼 것 샀다고 으스대며) 들고 클럽을 방문했죠.
허걱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대부분의 회원들은 제가 산 것보다
20배나 비싼 라켓을 들고 있더라고요. 그것도 2개 이상씩.
그 당시만 해도 신혼이고 아들놈 분유값도 그렇고 해서
그나마 큰맘 먹고 6만원 주고 가와사키 라켓을 장만 했습니다.
이후로 배드민턴 실력이 느는 속도보다 용품 보는 눈이 더 간사해지니 이거 정말 문제더라고요.
‘명필이 붓가리냐’는 말과는 반대로 A조도 아닌 것이 좋다는 라켓은 전부 써보려고 하니
이런 경제적 악영향은 말로 다 형언할 수 없음을 아시겠지요.
7. 過剩寄附(과잉기부)
배드민턴 동호인을 보면 꼭 노사모 회원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합니다.
매월 회비며 공 값이며 꼬박 꼬박 납부하면서도 구대회다, 시대회다, 야유회다 등등
무슨 행사가 그리도 많은지 그때마다 거금의(?) 찬조를 하게 됩니다.
그 결과 개개인의 ‘용돈경제’에 엄청나 타격을 줍니다.
그러면서도 기분이 좋은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8. 動物虐待(동물학대)
게임을 할 때마다 삑사리를 내 셔틀콕 날개를 부러뜨리는 자를 저는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셔틀콕 하나를 만들기 위해 2마리의 고귀한 거위 목숨이 필요한 것을
그냥 단칼에 잘라버린단 말씀입니까?(어휴 아까워)
앞으로 우리들의 즐거움을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수하는 거위들을 위해
게임 전에 거위에 대한 묵념을 올립시다.*^^*
9. 離合集散(이합집산)
아마 운동 중에 배드민턴처럼 배신과 반목(?)으로 얼룩진 운동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단 하루만이라도 처음 맺어진 파트너와 헤어지지 않고 보낼 수 있다면 좋으련만
기껏해야 2게임, 정말이지 뻔질나게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이런 운동 어디가 좋습니까?
후훗~ 그래도 누군가 ‘팀 짰어’하고 물으면 반색하며 ‘아니요’라는 대답으로
새로운 팀에 대한 자신만의 상상력을 발휘, 시뮬레이션 게임을 펼치곤 하지요.
10. 權謀術數(권모술수)
전 정말 이것 땜에 밤잠을 못 이룬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숏서브에 대비 잔뜩 긴장하고 있으면 황당하게 빠른 롱서브를 넣지 않나,
상대가 힘차게 점프하면 스매시에 대비한 리시브자세로 납작 웅크리고 있으면
네트 앞에 톡 떨어지는 드롭샷으로 맥을 빼지 않나
아무튼 배드민턴 게임은 온통 속임수뿐입니다.
그런데 더 가관인 것은 속임수를 잘 써야 A조가 될 수 있다며
코치는 이걸 가르쳐주고, 초보자는 어떻게든 따라해 보려고 갖은 애를 쓰고
도대체 이렇게 부도덕한(?) 스포츠가 또 있단 말씀입니까?
11. 過當競爭(과당경쟁)
배드민턴 게임에 임하는 사람들의 눈빛 보셨습니까?
우~와! 정말 살벌해서 볼 수가 없습니다.
<태극기 휘날리며>에 나오는 장동건의 눈빛이 오히려 흐리멍덩해 보일 정도라니까요.
평소엔 정말 맘 좋은 형님, 누나 같은 분들의 눈에서
도대체 어떻게 그런 살기등등한 눈빛이 나오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건 고작 한 게임 이기는 건데, 그게 그렇게 소중한가요?
피 말리는 승부에 님들의 수명이 단축될까 심히 걱정입니다.
12. 血壓上昇(혈압상승)
제가 배드민턴을 나쁜(?) 운동으로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혈압이 오르는 요인도 여러 가지에요.
상대편 공격이 삑사리나서 포인트가 될 때,
나의 강스매시가 상대의 어정쩡한 리시브로 네트인 될 때,
내 파트너가 엄청 실수할 때,
파트너가 성의 없이 게임에 임할 때,
한참을 앞서고 있다가 잠깐 느슨하게 경기 운영을 하다 역전되었을 때 진짜 열 받습니다.
그런데 더더욱 열 받을 때는 내기했는데 졌을 때라고 생각됩니다.
흐흑ㅜㅜ 피 같은 돈인데~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렇게 열 받는 짓을 물 한 컵 마시고 와서 또 한다는 겁니다.
이게 제정신입니까? 아무튼 재미는 있네요.
- 옮겨온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