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앞 표지석
지현경
다섯 오자 직경 오미터
둥근 원은 사방이 없고
이점 오미터 깊이 판 자리
지진은 대비하였다
채워놓은 자갈층도
흔들림 잡아 놨다
받침석 이점 삼미터
다섯 개나 세로 놓아
좌우 흔들림 막아놓고
그 위에 중심 좌대석도
이점 삼미터 가로 놓고
좌우사방 지진 방지
천년 그 자리 지키리라
오미터 오십
동촌 표지석에
마을 사람들 이름
그 안에 앉아서
후손들에게 절을 받고
자손만대 길잡이 하니
천년만년 길이 길이
빛이 되어 행복 누리리라
<2020.11.1>
허전한 마음
지현경
넉달 동안 여름 가는 줄 모르고
오직 표지석에만 매달렸다
금년 봄 집안 아우 지종수가
형님! 동네 앞 표지석 하나 세워 주세요?
동네 사랑 아우 마음 내맘 깊이 새겼다
나는 밤낮으로 표지석을 그려보고
비석 공장도 찾아가 보고
석공들에게 자문도 받아 보았다
그래도 좋은 아이디어 하나
뜨지 않는 내 머리는 괴로웠다
혼자서 설계도를 그려 보며
오늘 아닌 내일 먼 미래의 후손들을
가슴 깊이 생각해 보았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남겨 줘야 할까
나는 깊고 깊은 구상에 잠겼다
지진도 생각해 보고
마모磨耗도 예상해 보고
글자 하나까지도
그 뜻을 쉽게 이해 되도록
내딴은 깊이깊이 생각했다
우리 고향 동네 분들이 평소 하시는
그 말솜씨로 한 줄 두 줄 써 보기도 했다
이처럼 앓고 앓은 고심 끝에
정작 동촌 마을 표지석을 세우고 나니
어쩐지 조금은 허전한 느낌이 솟는다
표지석 공사 중에 집안 아우
지종수는 준공의 기쁨도 그냥 두고
보름 전에 먼 딴 나라 나그네가 되어
내 마음 마냥 서럽기만 하다
<2020.10.29.>
카페 게시글
짚신문학 제 24호 원고
지현경 시-동네앞 표지석,허전한 마음
오동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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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9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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