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잠을 자는데 갑자기 비상벨이 울렸다.
나는 깜짝 놀라 밖을 내다보았다.
그런데 아무 일이 없다.
정말 평온하다.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한밤중에 비상벨이 울렸는데 아파트에서 사람들이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비상벨이 울렸다는 것보다 아무 반응이 없다는 것에 더 의아했다.
나처럼 밖을 내다보는 사람들이 한 명도 없다.
다들 비상벨 소리를 못 들은 걸까?
아니면 이 비상벨에 반응이 없는 걸까?
설마 뭔 일이 있겠어? 비상벨이 오작동했겠지? 라고 생각한 걸까?
정말 어디선가 불이 났고 비상벨이 울린 거라면?
순간 아찔하다.
집에서도 나 말고 다 쿨쿨 자고 있다.
일단은 다들 깨워야 하는 거 아닐까?
걱정이 되는 마음에 관리실에 전화를 걸었다.
“잠을 자고 있는데 비상벨이 울렸습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아휴~ 아닙니다. 비상벨 점검을 하고 있습니다. 걱정 마시고 주무십시오.”
“아~ 새벽에도 잠도 안 주무시고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비상벨을 점검하고 계셨군요. 감사합니다.”
다행히 비상벨 점검 중이었고 난 그 소리를 들은 것이다.
안심하고 다시 잠자리에 누웠는데, 문득 이런저런 생각들이 교차했다.
그러다가 ‘안전불감증’이라는 최근 기사가 떠올랐다.
근무하는 직장에서도 비상벨이 울리면 다들 움직이질 않는다.
여전히 일을 한다.
누가 잘못 눌렀겠지?
오작동?
하지만, 정말 누군가가 비상 상황을 인지하고 비상벨을 눌렀다면?
우리에게 위험을 알리고 싶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일단은 비상벨이 울리면 움직여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이 정도의 수고는 하면서 살아야 하는거 아닐까?
내 몸 움직이기 귀찮다고 안전을 경시할 수는 없다.
‘언제 어디서든 위험이 닥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한밤중 잠을 자다가 비상벨 소리에 잠을 깬 나는, 안일한 내 마음에 비상벨을 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