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그리움이 가득한 남이섬
이 광 로
새벽잠을 깬 산새와 물새가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하면
물안개도 잠시 일렁거리며
시간 마저 정지된 신 새벽부터
모든 것은 가을 심연 속으로 잠긴다
안개에 뒤덮인 남이섬은 만추의 계절
물빛에 취하고 산빛에 취하고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수북히 덮인 산책로를 따라
붉게 수놓은 단풍물결을 따라 가을빛이 묻어오면
오색 단풍잎들이 사각사각 잠든 추억을 깨우나니
물감을 풀어 칠하고 또 칠하고 흩뿌려도
단풍색깔이 수놓은 고운 산색을 그릴 수 없음에
고개 들어 파란하늘에 무지개다리를 놓으면
빨간 단풍잎이 가슴을 콩당콩당 뛰게 하고
고운 님 옷깃처럼 나풀거리는 노란 은행잎
갈색 플라타너스 잎이 낙엽 지는 오솔길에
사각사각 잠든 만추서정의 단풍추억을 깨운다
물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강가의 정경이 가슴속에 스며들며
강물 위로 가을이 곱게 내려앉았고
새벽이면 짙은 안개가 환상의 세계를 연출한다
숲 속의 은행나무 길에 깔려있는
노란 은행잎 카펫을 밟으며
숲길마다 모락모락 하얀 그리움이
새벽 안개 속 정적을 즐긴다
하얀 그리움이 그득한 남이섬
안개 속을 걸으며 사색에 잠기면
새벽안개에 담긴 가을 풍경이
숲길마다 모락모락 하얀 그리움으로 꽃피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