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글은 노래가 되며,
그의 음악은 가슴을 적신다.
다니엘 호프와 취리히 챔버 오케스트라
[예술에의 초대] 11월호.
세계 정상급의 주요 오케스트라, 지휘자들과 함께 연주하며 동시에 다양한 앙상블의 바이올리니스트 및 음악감독을 겸하면서 전 세계를 무대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는 다니엘 호프와 현재 세계에서 뛰어난 해석을 하는 연주팀으로 손꼽히는 취리히 챔버 오케스트라 연주를 만나는 것은 크나큰 기쁨이었다. 그들이 품고온 곡은 비발디 '사계' 중 '여름 RV.315' 그리고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 다단조 작품 35(피아노 협연 박종화)', 막스 리히터가 재작곡한 비발디 '사계'였다.
우선 다니엘 호프는 '박수는 언제 쳐야 할까요?(문학세계사, 2010)'라는 책을 내면서 많은 음악 애호가들에게 저자로서도 인기가 많다. 클래식 음악가 하면 떠오르는 사람, 위대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아버지는 그 자신도 작곡가였는데, 하루는 그 위대한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곡은 짧고 가볍고 대중적으로 써라. 아무리 둔감한 사람의 귀도 간지럽게 할 수 있어야한다(p.55)'. 그의 진솔한 음악을 책에서 맘ㄴ날 수 있는 대목이다. 아무리 둔감한 사람의 귀도 간지럽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날 연주는 음악을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의 음악 앞에서는 잠을 잘수도,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주자 않았다.
먼저 비발디 '사계' 중 '여름'은 다니엘 호프의 화려한 테크닉으로 청중을 사로잡았으며, '앙상블의 힘은 이러한 것이다'라고 이야기할 만큼 완벽한 앙상블을 유감없이 펼쳤다. 취리히 챔버 오케스트라가 그를 든든하게 지지해주면서 특히, 2악장의 Adagio-Presto에서 느림과 함께 나타나는 다이내믹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비발디의 현악은 서로를 배려하며 의지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는 서로를 배려하지 않으면 음형이 흐트러질 확률이 높으며, 서로를 의지하지 않으면 다이내믹에서 박진감과 긴장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들의 연주는 서로를 향한 한없는 신뢰로 음악 속에 함께한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관객으로 하여금 적당한 긴장감과 조금의 휴식을 쉼 없이 반복하면서 음악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참으로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어진 피아니스트 박종화가 협연한 쇼스타코피치 '피아노 협주곡 제1번 다단조 작품 35'는 천재 피아니스트 박종화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무대를 선사했다. 지휘자 없이 함께하는 음악에서 서로의 호흡에 의지하며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템포와 다이내믹의 대비, 테크닉의 대비 등에 정형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 무대였다. 서로를 향해 절제하면서도 함께 품어내어야 할 대목에서는 마음껏 음악을 드러낼 수 있는 힘, 이는 절제의 미학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었다. 특히, 트럼페터 브루스배리와 함께하는 대목에서는 쇼스타코비치 특유의 둔탁한 듯 유연하게 뻗어져 나오는 트럼펫의 소리가 더해지면서 음악은 절정에 다가갔다. 거침없이 뿜어져 나오는 피아노 연주곡은 박종화 특유의 천재성을 드러내는 힘이었다. 이어진 앵콜에서 그는 '아리랑'을 편곡한 피아노곡을 선사하면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그의 음악에서 시원함과 따뜻함이 동시에 전해지는 음악의 힘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마지막 곡으로 들려준 막스 리히터가 재작곡한 비발디 '사계'에서는 다니엘 호프와 취리히 챔버 오케스트라, 거들의 변화무쌍한 음악만큼이나 막스 리히터의 음악은 다양한 변화를 보여주었다. 이들의 만남은 비받디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으며, 새로운 해석의 음악으로 재탄생되었다. 다양함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삶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함이 곧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라이프치히 게반트 하우스 오케스트라의 모토가 'RES SEVERA VERUM GAUDIUM(진정한 즐거움은 진지한 즐거움이다)'이다. 이 모토가 오늘 다니엘 호프와 취히리 챔버 오케스트라가 우리에게 전해준 음악이었다. 그는 책 '박수를 언제 쳐야 할까요?'에서 말한다. 언제 박수를 쳐야 할지가 두려워 공연장 오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에게 "박수를 쳐도 됩니다." 혹 실수하면 어떤가! 공연장을 오지 않으면 영원히 들을 수 없는 음악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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