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ine' 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비틀즈의 한 멤버였던 존 레논이 만들어 불렀던 곡이죠.
듣고 있으면 참 처연한 느낌이 드는데 내용인즉슨 종교와 국가와 소유같은 뭔가 사람들을
옥죄고 힘들게 하고 착취하는 것들에 대한 반발이랄까, 혹은 더좋은 세상으로의 몽상을
노래합니다. 저는 이 노래의 가사가 인류가 존재했던 이래 항상 당면했고 지금도
마주하고 있는 모든 불행들을 망라하고 있는 깊은 철학적 담론을 얘기하는 듯해서 좋아합니다.
살면서 잊혀지지 않는 것 중에 하나가 종교적인 것인데, 80년대 어느 시점이었습니다.
온 나라가 휴거라는 것 때문에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기독교 어느 종파에서 주장을 하며
신문광고도 내고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믿음을 가진 자들만
하늘로 올라간다고 하더군요. 나머지는 땅에 남아 심판을 받는다고 하고... 예고된 그 날,
저는 온종일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지옥에 남는다는 불안보다는 뭔지 모르게 신이
났었지요.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막 하늘로 들려올라간다는게 여간 신기한 게 아니었거든요.
결과는 알려진대로 재산만 날린 불쌍한 사람들외에 지금껏 이 땅위에 아무 일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천국이 있을까요? 만약 천국이 있다면 지옥도 있겠지요. 만물의 이치라는 게 항상
대칭 되는 거니까. 양립. 이 땅 여기저기에 지옥이 있다면, 또 이 땅 여기저기에 천국도
존재한다고 봅니다.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의 어느 마을과 도시가 그렇고, 소말리아 같이
내전에 휩싸인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들도 그렇고, 가까이 몇 십년 전의 우리나라도
그랬습니다. 현실의 같은 시간과 공간을 채우는 어떤 사람은 지옥에 있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천국으로 다가오겠지요. 춤추고 술마시고 노래하던 장자연에게는 지옥이었고, 춤추고
술마시고 노래하던 방가는 천국이었겠지요. 천국도 지옥도 같은 시공에 있었네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생각의 프레임이란 게 보입니다.
스스로 만들어 놓은 틀을 통해서만 세상을 보는 것이지요. 그래서 어떤 사회현상이나
사물을 해석하는 것이 다 제각각입니다. 심한 경우 단 0.1% 의 교집합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지금의 시간대에 노년은 사회 전반에 만연한 아노미와 가족 붕괴를 걱정하고,
중년은 경제 붕괴와 구조조정을 두려워하며, 청년은 취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각자에겐
채워지지 않는 어떤 것들이 저마다의 지옥으로 다가올 겁니다.
정말 무서운 것은 세대간, 지역간, 직업 혹은 정치등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의 차이들이
위기 의식을 더 심화시키고 그것이 증오로 발전하는 겁니다. 그 증오는 분노의 표출로
이어지고 그것은 폭력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 폭력의 끝은 어디일까요?
만약 그 폭력이 이러한 사태를 몰고 오게된 주범에게로 향한다면 무슨 걱정 이겠습니까마는
불행하게도 동서 고금의 모든 역사가 말하고 있는 것은 ‘폭력은 아래로 흐른다’는
것입니다. 만약 진행되고 있는 모든 재난의 어느 시점에 서면 많은 이들이 엉뚱한
‘범인’을 찾으려 할 겁니다. 외국인 노동자,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사람들이 범인으로
지목이 되겠지요. 폭력의 속성은 비열함이기 때문입니다. 선택은 스스로의 몫입니다.
비열한 무리에 동참할 것이냐, 배꼽아래 잠자고 있는 휴머니티를 극한으로 끌어 올리느냐...
역사란 게 별거이겠습니까? 저같이 50대에 접어든 사람들은 앞 전 세대에게 ‘초근목피’를
들었고 우리들은 ‘새마을 운동’을 경험했으며, 후인들과 함께 ‘IMF'를 겪었습니다.
중국 문학서 중에 ‘시경’이란 게 있습니다. 그 중 '국풍' 편을 보면 전쟁에 나간 남편, 자식
기다리는 건 예사이고, 밥 못 먹어 아사지경에 이르는 삶의 고달픔이 전부입니다.
우리는? 네! 우리의 민중사도 수천년 죽지 못해 살아온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저 구중궁궐의 사랑놀음과 높은 벼슬아치들같은 가진 자들의 이야기에 가려 보지
못할 뿐이죠.
‘올테면 와봐라’ 우리에겐 쟁여둔 쌀도 있고, 삼다수도 있고, 비장의 똥간도 있고,
이것 저것 저장 식품도 많다. 거기에다 등을 맡길 가족도 있다.(지금까지 멀리 했으면
빨리 찾으세요) 앗! 담궈 놓은 짱아찌도 있네. 정 안 되면 유리걸식이라도 하자.
-독백이었습니다.
파도가 높을수록 용기를 내어야 합니다. 배의 측면을 내어주면 좌초합니다. 배 앞머리를
치켜세우고 고고씽! '꽝'하고 부딪혀도 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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