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겔 32장 1-32절
찬송가 264장 ‘정결하게 하는 샘이’
내 그물을 네 위에 치고(1-16절)
애굽에 대한 심판이 29장부터 시작해서 32장으로 끝이 납니다. 29장부터 시작된 애굽 심판에 대한 하나님의 말씀은 여섯 번 각각 다른 날 에스겔 선지자에게 임하였습니다. 29장에 두 번째 순서로 기록된 심판에 대한 말씀을 제외하고 에스겔 선지자에게 임했던 시간의 순서대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32장에는 두 번의 하나님의 말씀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1 열두째 해 열두째 달 초하루에 여호와의 말씀이 내게 임하여 이르시되
하나님의 말씀이 임한 시각이 연월일 표기로 되어 있습니다. 년도의 기준은 이전 본문에서 여러 차례 들었던 바 있듯이 남 유다 왕 여호야긴이 바벨론에 의해 사로잡힌 해입니다. 32장 1절에서 16절은 애굽의 패망을 악어의 죽음으로 비유하신 하나님의 말씀이며 17절부터 마지막 절까지는 애굽이 죽어서 가는 곳, 죽음의 세계 안의 상황을 묘사하신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2 인자야 너는 애굽의 바로 왕에 대하여 슬픈 노래를 불러 그에게 이르라 너를 여러 나라에서 사자로 생각하였더니 실상은 바다 가운데의 큰 악어라 강에서 튀어 일어나 발로 물을 휘저어 그 강을 더럽혔도다
하나님께서 2년 전 에스겔 선지자에게 애굽 왕을 큰 악어로 비유하시며 애굽에 대한 심판을 말씀하신 바가 있었습니다.(겔29:3) 그 때에 하나님께서는 애굽 왕이 애굽의 강을 자신이 만들었다고 말한 것을 지적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강을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애굽 왕의 교만을 책망하셨습니다. 본문 2절 말씀에서도 애굽 왕의 교만을 책망하시는데 애굽 왕이 스스로 ‘의인’이나 ‘용감하고 정의로운 통치자’로 생각하는 것에 대하여 책망하십니다. 여러 나라들이 애굽 왕을 사자로 생각했다고 한 것은 애굽 왕 스스로 그렇게 말하고 과시했기 때문입니다. 고대 애굽에는 왕의 권력을 상징하는 스핑크스라는 석상이 있었습니다. 어떤 것은 그 길이가 약 70미터, 높이가 약 20미터가 될 정도로 거대하며, 그 형상은 머리가 사람이고 몸은 사자입니다. 애굽 왕이 만들었던 스핑크스 석상을 보더라도 애굽 왕은 자신을 ‘의인’이나 ‘용감하고 정의로운 통치자’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강물을 더럽히는 큰 악어에 지나지 않음을 하나님께서 알려주시고 있습니다. 강물을 더럽혔다는 것은 애굽이 이리저리 설치고 다니면서 주변 나라들을 못살게 굴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악행을 일삼았던 애굽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 있으리라는 말씀입니다.
3 주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셨느니라 내가 많은 백성의 무리를 거느리고 내 그물을 네 위에 치고 그 그물로 너를 끌어오리로다 4 내가 너를 뭍에 버리며 들에 던져 공중의 새들이 네 위에 앉게 할 것임이여 온 땅의 짐승이 너를 먹어 배부르게 하리로다 5 내가 네 살점을 여러 산에 두며 네 시체를 여러 골짜기에 채울 것임이여 6 네 피로 네 헤엄치는 땅에 물 대듯 하여 산에 미치게 하며 그 모든 개천을 채우리로다
하나님께서는 애굽 왕을 상징하는 큰 악어를 그물로 잡을 것이고 물 밖으로 끌어내실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공중의 새들과 땅의 짐승들이 악어를 먹을 것이라고 합니다. 악어의 살점들을 골짜기에 두어, 모든 땅이 물대듯 피로 물들 것이라고 합니다. 한 때 애굽이 나일 강물을 공급받아 어떤 나무와도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무성한 백향목과 같았지만, 심판의 날에는 나일 강이 피로 변해 더 이상 백향목이 살 수 없는 비참한 상태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데리고 출애굽할 때 애굽의 첫 번째 재앙, 나일 강이 피로 변한 것을 연상하게 합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7,8절에는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임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 심판 역시 과거 이스라엘이 출애굽 당시 애굽에 임했던 9번째 재앙인 어두움을 연상하게 합니다. 빛이 없는 어둠의 세상은 죽음의 세상과 다름이 없습니다. 해와 달과 하늘에 빛나는 별 등 빛을 낼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완전히 차단된 어둠이 임하면 사람은 잠시 동안 생존할 수는 있을지언정 얼마 지나지 않아 죽고 말 것입니다. 왜 죽음의 세계를 어둠의 세계라고 말하겠습니까? 어둠은 곧 죽음이나 매한가지입니다.
9 내가 네 패망의 소문이 여러 나라 곧 네가 알지 못하는 나라들에 이르게 할 때에 많은 백성의 마음을 번뇌하게 할 것임이여 10 내가 그 많은 백성을 너로 말미암아 놀라게 할 것이며 내가 내 칼이 그들의 왕 앞에서 춤추게 할 때에 그 왕이 너로 말미암아 심히 두려워할 것이며 네가 엎드러지는 날에 그들이 각각 자기 생명을 위하여 무시로 떨리로다
애굽의 패망 소문이 여러 나라를 두렵게 하는 이유는 애굽이 패망한 것처럼 자기 나라에도 화가 닥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히기 때문입니다. 결코 패망하지 않을 것 같았던 나라, 애굽이 비참하게 패망한다면 애굽보다 약한 나라들이 어찌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 세상은 애굽과 같이 경제력과 군사력이 강한 나라를 두려워합니다. 그러기에 그 나라와 협력하여 같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개인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과 잘 어울려 그것을 의지하여 잘 살아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나라와 그 사람이 영원한 안전장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내가 투자하고 협력한 기업이나 기관, 그리고 사람에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마음이 심란하고 번뇌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두려워하고 의지해야 할 분은 오직 하나님이심을 명심해야 합니다.
11 주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셨느니라 바벨론 왕의 칼이 네게 오리로다
하나님께서는 애굽을 심판할 도구로 바벨론을 정하셨습니다. 바벨론에 의해 애굽이 패망할 것인데 그 이유가 교만 때문이라고 합니다.(12절) 애굽의 교만은 자신의 부강함이 자신으로부터 기인하였다는 생각입니다. 큰 악어가 자신의 영역인 물에서는 괴력을 발휘하겠지만 하나님의 그물에 잡혀 물 밖으로 나오게 되면 더 이상 물을 흐리지 못합니다.(3절,13절) 악어가 물을 흐리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악어의 죽음을 의미합니다. 악어가 사라지면 물이 탁해질 이유가 없습니다. 14절에 물이 맑아지고 강이 기름 같이 흐르게 될 것이라는 것은 애굽에 의해 억압받는 나라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회복이라는 좋은 뜻이지만 애굽의 입장에서는 큰 악어로 비유된 애굽 왕의 죽음을 의미합니다. 애굽의 권력자가 죽고 애굽이 패망하게 되었으니 애굽 땅은 황폐하게 되어 사막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많은 나라 사람들이 애굽의 패망을 슬피 노래 부를 것이라고 합니다.(16절)
함께 누울지어다(18-32절)
17 열두째 해 어느 달 열다섯째 날에 여호와의 말씀이 내게 임하여 이르시되
애굽 심판에 대하여 마지막 여섯 번째로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다섯 번째 말씀처럼 에스겔 선지자에게 임한 시각이 같은 해, 열두째 해에 있었습니다. ‘어느 달’로 번역된 히브리어 단어에는 정관사가 붙어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달’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여섯 번째 기록된 애굽에 대한 심판의 말씀은 다섯 번째 심판의 말씀 이후 불과 14일 만에 에스겔 선지자에게 다시 임했습니다. 이 심판의 말씀은 이때까지 여러 나라들의 심판의 예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사후 세계에 대한 말씀입니다.
18 인자야 애굽의 무리를 위하여 슬피 울고 그와 유명한 나라의 여자들을 구덩이에 내려가는 자와 함께 지하에 던지며
하나님께서 2절 말씀처럼 에스겔 선지자에게 슬퍼하라고 합니다. “유명한 나라의 여자들”이란 애굽과 운명을 같이해 온 나라의 사람들을 상징합니다. 이들은 애굽처럼 심판을 받을 정도의 악을 행한 사람들입니다. 누구와 친하게 지내느냐에 따라 빛의 세계로 갈 수도 있고 어둠의 세계로도 갈 수 있습니다. 누구와 친밀해야 하겠습니까? 세상에서 강하다고 하는 것, 최고라고 하는 것, 좋은 것이라고 하는 것에는 애굽이 빠졌던 구덩이가 기다리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 구덩이에 빠지면 죽음의 길로 갑니다. 죽음의 길로 인도하는 구덩이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소홀히 하지 않고 주님의 길을 가야 합니다.
32장 후반부 말씀은 죽음의 세계를 알려주고 있는데 반복적인 표현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구덩이”, “무덤”, “스올”입니다. 이는 어둠의 세계, 곧 죽은 자의 세계를 의미합니다. 19절을 보면 하나님께서 “너의 아름다움이 어떤 사람들보다 뛰어나도다”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의 길을 걸어가지 못한다면 그 아름다움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애굽처럼 구덩이에 내려간다면 아무리 돈이 많고 아무리 학식이 많고 아무리 명예가 높다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둘째는 “할례 받지 아니한 자”입니다. 할례 받지 아니한 자는 단순히 남성 생식기의 포피를 베지 않은 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를 받지 못한 사람을 의미합니다. 할례는 구원받은 자의 표징입니다. 구원받은 자는 하나님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며 할례 받지 못한 자는 멸망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구덩이”, “무덤”, “스올”, 죽음의 세계로 들어가는 사람입니다. 뛰어난 아름다움을 가졌던 애굽이 갈 곳은 할례 받지 아니한 자 옆입니다.
셋째는 “죽임을 당한 자”입니다. 죽임을 당한 자는 단순히 죽은 사람을 뜻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죽임을 당해 구덩이에 빠진 사람을 의미합니다. 그냥 죽은 것이 아니라 칼에 죽임을 당했다는 표현이 자주 나옵니다. 그 칼은 하나님께서 내리신 심판의 칼입니다. 애굽이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어둠의 세계로 들어갔는데 거기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22절에 앗수르, 24절에 엘람, 26절에 메섹과 두발, 29절에 에돔, 30절에 시돈 사람들입니다.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힘만 믿고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죽음의 세계에 있었다는 것은 모든 불의한 나라는 하나님의 심판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를 보면, 불의한 나라와 불의한 사람들에 대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해칠 정도까지 그들을 증오할 필요가 없음을 알게 됩니다. 불의한 나라와 불의한 사람들을 반면교사 삼아 우리나라가 불의한 나라가 되지 않으며 나 자신이 불의한 사람이 되지 않도록 하나님을 경외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준행해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은 “눕다”입니다. 애굽이 죽음의 세계에 내려가서 함께 누울 자들이 누구입니까? 할례 받지 않는 자들입니다. 애굽처럼 악한 자들이며 세상에서 권력을 휘두르고 사람들을 두렵게 한 자들입니다. 이 세상에서는 권력을 휘두르고 사람들을 두렵게 했지만 죽음의 세계에서는 수치를 당하고 죽임을 당한 자들끼리 같이 누워있게 됩니다. 32절을 보면, 애굽 왕 바로가 생존하는 사람들의 세상에서 사람을 두렵게 했는데, 그것은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렇게 해 주셨다고 말씀합니다. 이 세상에 모든 권력은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군사대국과 경제대국의 통치자들의 권력을 누가 주셨겠습니까? 그들이 애굽처럼 교만에 빠져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약소국가들을 지속적으로 억압한다면 하나님의 심판을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의 나라들과 사람들이 애굽이 갔던 “구덩이”, “무덤”, “스올”, “할례 받지 아니한 자”의 세계, “죽임을 당한 자”의 세계에 눕게 되지 않도록 오늘 하루도 주님의 말씀을 자신의 삶으로 전하는 주님의 증인이 되십시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이 세상에 영원한 강대국이 없으며 일평생 권력을 가진 사람도 없음을 깨닫게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에스겔 선지자를 통해서 내리셨던 애굽의 멸망에 관한 말씀을 듣고 심판하시는 하나님을 두려워하게 하시옵소서. 이 시대에 애굽과 같이 부와 힘을 가진 사람들을 맹목적으로 따르며 친하게 지내지 않게 하시고 하나님과 친밀한 사람이 되게 하시옵소서. 애굽과 같은 나라와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하나님을 경외하며 주님의 길을 걷는 자가 되어 구덩이에 빠지려고 하는 사람들을 생명의 길로 인도하는 주님의 귀한 도구가 되게 하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