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김진표 교육부총리 임명을 철회하고
올바른 교육개혁을 위한 [교육개혁 대토론회]에 나서라
우리는 오늘, 노무현 대통령에게 참여정부가 견지해 온 교육정책 방향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통해 정책의 기조를 근본적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의 교육문제에 대한 인식이나 정책 방향을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참여정부의 교육정책 실패는 물론 이 나라 100년 대계가 무너지게 될 것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새삼스럽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문자 그대로, 개혁을 갈망하는 민초들의 참여에 의해 탄생한 '참여정부'의 대통령이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스스로 내세웠던 참여정부라는 기치를 포기하고 독선과 독주의 길로 들어선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교육부문 뿐만 아니라 정부의 거의 모든 정책들에서 건강한 국민들의 참여는 갈수록 줄어들고, 기업이나 경제계를 비롯한 이른바 힘있는 소수의 요구와 논리만이 지배하고 있다.
뒤늦게 타협이 성사되기는 했지만, 자연과 생명을 짓밟으며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개발논리에 대한 성찰과 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촉구하는 지율 스님의 목숨을 건 단식과 민초들의 요구를 100일 동안이나 수수방관 해 온 것이나, 교육 주체들의 참여와 자치를 활성화하고 공공성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우리 교육을 바꿔보자고 그토록 주장하고 노력해 온 교육주체들의 요구를 무참하게 묵살하고 전직 경제관료를 교육부총리에 임명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노대통령이 참여의 정치가 아니라 독선과 아집의 정치를 하기로 작심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제가 어렵고 삶이 팍팍할수록 대통령은 서민대중들의 아픔과 상처를 어루만지면서 개혁적인 비전과 희망을 향해 국민들의 마음을 모으고 활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부추기고 격려해야 한다. 지금 당장의 삶이 어려울수록 미래를 향한 꿈을 키우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게 되는 것이다. 교육은 바로 국민들로 하여금 그와 같은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지금 당장 눈에 띄는 성과가 나와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지라도 10년 뒤, 20년 뒤의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지혜를 짜내고 힘을 모아가는 일이 바로 교육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비전과 희망을 이야기해야 할 교육을 가장 짜증스럽고 힘든 일, 진저리 나는 일로 만들어버리고 있다. 그러나, 교육은 여전히 이 나라 국민들의 희망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진정한 교육개혁은 방기한 채, 실패한 시장주의 교육개혁 실험을 되풀이하려 하고 있다. 초중등 교육과 관련해서는 교육시장 개방을 밀어부치고 교육자치 통합이니 교육 특구니 하는 정책들에 집착하고 있으며, 대학개혁과 관련해서는 학문정책의 근본을 새로 세우려 하지 않고 대학을 직업훈련 기관으로 전락시키려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관인 것은, 1996년에 교육계의 우려와 반대를 묵살하고 '대학설립 준칙주의'와 '정원 자율화' 등 규제 완화와 자유경쟁의 도입을 밀어부쳐 결과적으로 현재의 대학교육의 실패를 야기시켰던 경제관료들과 시장주의자들에게 또 다시 대학개혁의 칼자루를 쥐어주었다는 것이다. 불과 8년 전에 대학도 시장경쟁에 맡겨야 한다면서 무분별한 대학설립과 외형 확대 경쟁을 부추기고 질 저하를 야기시킨 장본인들이 또 다시 경제 논리를 들이밀면서 인위적인 대학구조조정을 주장하고, 민자유치 운운하는 모습을 보면서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금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경쟁과 효율만으로 풀 수 없는 교육의 본질을 인정하고, 참여정부의 교육정책과 개혁방향에 대한 철저하고 근본적인 성찰을 해 줄 것을 요구한다. 나아가, 실패한 시장주의적 정책으로 교육을 바꾸어보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김진표 교육부총리 임명을 철회함으로써 시장주의자들에 의해 우리 교육이 또 다시 파탄지경에 이르지 않도록 해야한다.
교육개혁은 노무현 대통령이나 경제인들만의 바람이 아니다. 교육개혁은 교육 주체들은 물론 온 국민이 갈망하는 국민적 과제이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우리 교육이 '훌륭한 인격을 가진 참된 인간을 길러내는 전인교육'이 되게 하기 위해 올바른 교육철학에 바탕을 둔 의견과 지혜를 모아내야 한다.
무엇보다도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올바른 교육개혁을 위해 37만 교사들이 개혁의 선봉장으로 변신하게 할 묘책을 찾아야 하며, 대학교수와 강사들이 대학개혁의 주체가 되게 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교사·학부모·학생들이 마음으로부터 승복하고 동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교육주체들의 공감과 동참이 없어도, 교육부총리 한 사람의 의지와 추진력만 있으면 교육을 개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하루 빨리 버려야 한다. 그것만이 참여정부가 교육을 파탄시킨 정부로 전락하지 않는 길이자, 이 나라 100년 대계를 살리는 길이다.
다시 강조하건대, 노무현 대통령은 개혁을 갈망하는 국민과 네티즌들의 참여에 의해서 세워진 참여정부의 대통령이다. 개혁을 반대하는 거센 역풍이 탄핵으로 몰아칠 때 작은 촛불의 거대한 힘으로 막아내면서까지 진정한 개혁의 불씨를 살려내고자 했던 민초들에 힘이 모여 지켜진 대통령이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개혁을 바라는 민초들의 열망을 저버리는 순간에 대통령으로서 스스로 설 자리가 없어지고 만다는 점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한번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하여 100년 대계를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교육개혁을 위한 우리의 충고와 제안에 진지하게 응답해 주기를 바란다. '사람을 기르는 일'인 교육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대통령과 교육주체들이 함께 참여하는 토론을 통해 교육개혁의 비전과 희망을 세울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의 요구
1. 경쟁과 효율주의 논리로 교육을 황폐화시킬 김진표 교육부총리 임명을 철회하라.
2. 대학을 민간자본의 이윤추구의 장으로 만들려는 김진표식 대학개혁을 즉각 중단하라.
3. 외국교육기관특별법과 교육시장 개방 기도 등 시장주의 교육정책 강행을 중단하라.
4. 교육혁신위원회를 전면 개편하고 대통령에 대한 교육정책 보좌 시스템을 쇄신하라.
5. 교육개혁 진영과 교육주체, 경제계 등이 참여하는 [교육개혁 대토론회]를 개최하라.
2005년 2월 4일
교육비상대책회의
(교육비상대책회의는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범국민교육연대, 교수6단체 등 올바른 교육개혁을 요구하는 단체의 대표자들과 개인들의 함께 하는 비상 회의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