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사(Kathāvatthu)의 견해
<논사>는 신통력을 통한 수명 연장에 관한 자세한 논의를 보여주고 있다. 다른 부파와 대조하여, 상좌부의 견지에서 <논사>는 수명 연장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논박하고 있다. <논사>는 여러 개의 반문의 형식을 통해서 논박하고 있다.
먼저 신통력의 근본 의미를 다음의 반문을 통해 밝히고 있다.
'수명(āyu)은 운명(gati)인가, 신통력에 의해 만들어진 개아(個我)의 획득인가?'
개아(個我, attabhāva)란 한 개체를 구성하고 있는 근본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반문은 수명이 신통력에 의해 후천적으로 형성된 것인가 하는 것이다. 부연하면, 이 반문의 전반부는 수명을 선천적으로 주어진 운명으로 보는 것이고 후반부는 수명이 후천적으로 특별한 수행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불교 교리에 의하면, 수명은 전생에 행한 업에 의해 결정된다. 개개인의 수명의 장단은 잉태될 때 자신의 업에 의해 결정된다. 수명은 선천적으로 이미 결정된 것이다. 따라서 불교교리에 의하면 수명이 후천적으로 신통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할 수 없다.
전통적인 상좌부는 <열반경>의 신통력에 의한 수명 연장에 관한 한 부분을 문자 그대로 진리라고 보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이러한 경향은 남방 상좌부 문헌 중에서 <논사>에 가장 잘 반영되어 있다. 신통력으로 수명 연장 가능성을 믿는 이들은 <열반경>의 관련 경구를 인용하여 자신의 믿음을 증명하려고 한다.
<논사>는 이러한 그들의 전거를 직접 옳지 않다고 감히 반박하지는 못하지만 상반되는 경전을 인용하여 그들을 반박하고 있다. <논사>는 분명히 <열반경>보다 훗날 저술된 것이므로, 붓다 스스로가 수명 연장을 선언한 것을 담고 있는 것을 정면으로 부정할 수는 없음을 우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대신 <논사>는 붓다가 설한 다른 경전을 인용하여 그들을 논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논사>가 인용하는 다음의 경전은 초기불교 경전의 일반적인 가르침으로 붓다의 근본 가르침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헌이다. 이러한 내용은 초기 불교 경전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비구들이여! 이 세상 어느 누구도, 그가 고행자든지, 브라흐민이든지, 신이든지, 마라든지 또는 브라흐마 이든지 상관없이 다음의 넷을 거스를 수는 없다. 무엇이 넷인가?
①노화하기 마련인 자가 노(老)를 피하려고 하는 것
②병들기 마련인 자가 병을 피하려고 하는 것
③죽게 마련인 자가 사(死)를 피하려고 하는 것
④재생을 가져오고 더럽히는 악업의 과보를 피하려는 것. 악업은 공허하고 고통의 과실을 만들고, 미래에 재생, 파괴, 죽음을 가져온다."
이 인용문은 정면으로 신통력에 의한 수명 연장을 믿는 이의 전거가 된 <열반경>을 반박하고 있다. 사실인즉 <열반경>의 수명 연장에 관한 경구는 초기 불교 경전의 일반적인 가르침과 상위하고 있다.
안드레 바로(André Bareau)가 지적했듯이, 초기 불교 문헌 중 어떤 곳에서도, <열반경>을 제외하고 신통력으로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언급은 없다. 그 이유는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무상법과 업론과 상반되기 때문이다. <열반경> 자체 내에서도 무상법과 업론이 곳곳에 붓다에 의해 가르쳐지고 있다.
<붓다의 신격화와 반신격화/ 안양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