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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 허물기
요즘 학교나 관공서 담장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담장이 있던 자리에 자연석과 꽃나무로 꾸며진 안과 밖의 경계선이 아름답다. 담장이 없으니 시야가 넓어지고 경계심도 허물어져 학교나 관공서가 친근하게 느껴진다.
옛 시골 외갓집 담장은 나지막한 흙담에 기왓장을 얹은 담장이었다. 도시 속에 이런 담장을 구경하기 힘들다. 담장이 낮아 안을 다 들여다볼 수 있어 담이라는 개념보다 그냥 경계선 하나 그어 놓은 듯 부담감이 없었다. 활짝 핀 꽃나무가 담장 밖까지 가지를 뻗은 모습이 운치가 있어 좋았다. 담장 가를 거닐어 보는 그곳은 경계심이 없었다. 경계심을 없애니 담은 또 다른 의미의 경계선이 되었다.
한 개체가 작은 공간 속에 보호받는 벽이란 경계선, 그 벽은 소통을 막고 자신의 존재를 부각한다. 동물도 경계선을 만들어 여러 형태로 자신을 인지시키고 보호하려고 한다. 그것은 울음소리로 경고음을 낸다거나 소변을 흘리어 영역 표시를 한다거나 자신의 체취를 묻히는 행위 등이 나만의 경계선을 긋는 행위가 아닐까.
유년 시절 우리 집 담장이 꽤 높았다는 생각이 든다. 담장 안 우리 집은 철옹성처럼 안전지대로 느껴졌지만 그래도 높은 담을 넘어 도둑이 들기도 했다. 치안이 불안했던 시절이니 담장 높이기는 경쟁이 되어 모두들 담장을 높이었다. 높은 담장이 부의 측도가 되기라도 하듯 지나치게 높은 담장을 보면 담장 안에 무슨 비밀스러움이 있을 듯 느껴져 그 집 대문 안을 기웃거리기도 했다.
담은 선을 경계로 하여 이쪽과 저쪽이 분할된다. 나누므로 공유할 수 없는 내 것이 만들어진다. 낮은 담, 안이 보이는 울, 담이 없는 길갓집은 숨길 것이 없는 공간이 된다. 그 개방된 공간 안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편안함이 있었다. 나지막한 담이 점점 그 높이를 높여 갈 때 이쪽과 저쪽은 넘겨 볼 수 없는 다른 공간이 생긴다. 그 높이가 우리의 눈높이를 넘어설 때 시각적인, 청각적인 긴장감이 우리를 지배한다. 담이 되는 경계의 벽을 높이면 소외감이 생기고 단절을 가져와 고립을 자초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담이라는 경계선을 표시하는 행위가 자신을 인지시키거나 경계의 단순 행위 이외에도 너와 나라는 개념 속에 내가 아닌 타인에 대한 의구심과 배타심이 경계선을 만들고 그것은 내 것이라는 소유욕에서 분쟁과 오랜 단절을 가져와 더 두꺼운 경계선을 만드는 것 같다.
어릴 적 우리 집 담장 넘어 텃밭 가에 우물이 있었다. 그 우물물은 공동우물처럼 이웃들이 사용하기도 했었는데 우물가에서 이웃 간의 정이 오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러나 우리 우물이 담장 밖에 있으니 불편한 점이 많았다. 고심 끝에 어머니는 그 우물을 우리 담장 안으로 넣기 위해 텃밭 가에 담을 쌓았고, 대신 작은 쪽문을 만들어 그 문을 통해서만 그 우물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완전 개방이 아니니 이웃들도 눈치를 보는 듯 서서히 발걸음이 뜸해졌다. 그 일로 해서 이웃 간에 눈총을 받고 서먹한 감정이 오래갔다. 담을 쌓아 내 것이라는 경계를 만드는 순간 단절이라는 경계의 벽이 높았던 것 같다. 욕심이 경계를 만들어 소통을 막았다.
요즘 아파트마다 최신형 자물통이 달려있다. 경계선이 발달한 것이 자물통이다. 주인이 아니면 열 수 없는 최신 자물통이 이웃 간의 경계선을 더욱 단단하게 묶는다. 넘나들 수 없는 경계의 벽은 바람이나 소리마저 차단하는듯하다. 내 것에 대한 보호막이 이웃 간의 소통을 막고 넘나들 수 없는 경계의 벽이 두껍다.
살아가면서 무형 유형의 사고의 공간까지 수많은 경계선이 그어진다. 경계선은 호기심과 경계심을 자극하고 자신의 이익과 상반되면 대립하여 충돌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경계선을 허물어 하나로 합치려는 과정은 많은 진통과 인내가 필요한가 보다. 계층 간, 세대 간, 나라 간에 문화적 이념적 종교적 갈등과 강자와 약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평등을 위하여 경계의 벽 허물기는 해묵은 과제인 셈이다.
보이지 않는 마음속 무형의 벽들도 경계의 벽을 높인다. 믿음이 없는 사회, 서로 믿지 못하고 불신이 팽대하면 벽을 만든다. 경계의 눈빛을 거둘 때 의심은 사라지고 불신도 사라질 것이다. 내 심성 속에 욕심이 팽배하면 죄를 만들어 남과 경계를 만든다. 마음속 경계의 벽 허물기는 어떤 것보다 어려운 내 안과의 싸움이다.
경계를 허무는 것은 후련하게 비워내는 마음의 공간 넓히기 작업이 아닐까 싶다. 열린 마음은 경계를 무너뜨려 당당해지고 타인과 친화적이고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닫힌 마음에서 열린 마음을 꿈꾸는 경계선 허물기는 거듭나는 삶의 새로움이 아닐까 싶다.
첫댓글 국가적으로 남북이 60년 넘게 그어 나뉘어진 경계선, 휴전선 허물어 졌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출간을 축하드리며 고생 하셨습니다. 엉뚱한 루리민족의 염원인 통일에 대한 비약 했습니다. 건필을 기원합니다.
홍미영 선생님!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이제 출간하셨군요. 먼저 오롯한 마음으로 축하합니다. 사려깊고 온화한 인품처럼, 글 또한 사유가 깊고 문장력이 탄탄하지요. 시인답게 미적 감성으로 시선을 끌어당긴 작품, 내공이 깊은 《경계선 허물기》 거듭 축하하면서 이 수필집으로 인하여 더욱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선생님의 인품을 닮은 8 년에 만에 출간한《경계선 허물기》 제가 기쁩니다. *^^*
홍미영 선생님
첫 수필집 출간에 큰 축하의 마음 보냅니다.
김새록 선생님이 제가 할말 다했네요.
희망찬 새해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건강도 잘 챙기시고
자주 뵙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우리 작가회의 동인지 제목이기도 했지요.
축하드립니다. 책도 양장본으로 예쁘게 꾸미셨네요.
오래 뜸들인 책, 독자들에게 주는 메시지도 크리라 믿습니다.수고하셨습니다.
저도 집을 지으며 듬성듬성 나무를 심은 수벽으로 했습니다.
대문도 없이 사는데 오히려 보는눈이 많아서인지 한번도 도둑맞은적이 없었습니다.
무척 공감되는 글 잘 읽었습니다.
출간 축하드립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