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인이여, ‘자유의 파도’가 되자
육사32기 김 용 환
1.들어가는 말
세월이 참 빠르다.
50주년 행사에서 만난 많은 동기생들의 얼굴과 표정에서 그 세월의 흔적을 읽는다. 물론 그것이 또한 나의 자화상이기도 할 것이다.
그날의 행사장(범무천) 바로 앞 사거리는 생도대와 교수부, 즉 학교와 집이 구분되는 곳이고 그 한가운데 화랑연병장이 위치해 있다.
매주 토요일에 갖는 화랑의식(퍼레이드)은 사관생도들의 멋과 기상과 높은 자긍심을 심어주고 북돋아주는 마음의 고향같은 곳 이었다.
나를 낳아준 물리적 고향이 있지만 이곳이야말로 나를 ‘반듯한 인간과 군인’으로 키워준 정신적 고향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또한 화랑의식때 군악대의 연주에 맞춰 함께 불렀던 군가에는 깊은 애국심과 임전무퇴의 기상과 전우애를 한껏 북돋아주는 곡조와 가사들로 가득하여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그 정신을 다시한번 가다듬고 무장한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이번에 입교 50주년을 맞아 칠순의 노병이 되어 선후배님들의 호국정신과 기백이 서린 이곳 화랑대에서 그날의 함성과 기상을 다시한번 되새기며 그동안 코로나와 건강 등의 이유로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동기생들과의 우정을 다지는 기회를 갖게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 하겠다.
이런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신 윤영수 새얼동기회장님과 12중대 임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육사 입교동기와 과정
지금으로부터 50년전이면 1972년, 그 해가 바로 나이 20세의 갓 청년이 한번도 가보지않은 군인의 길을 가보겠노라고 마음을 정하고 집을 나섰던 해 이다.
내가 육사로 진로를 정하는데 결정적인 동기부여를 해준 특별한 사람이나 계기는 없었다.
굳이 영향을 주었다면 당시 해군사관학교에 다니시던 10살위의 친형이 있었는데 그분은 재가 육사를 가겠다고하자 처음에는 반대하셨다.
반대하셨던 이유는“우리 집안도 가난하고 부모님 모실 사람도 필요한데 아들2명이나 국가에 바칠 필요가 있을까? 나 혼자로 족하니 너는 일반대학에 가서
부모님과 동생들을 잘 돌보거라” 하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그러나 그후에 나혼자 곰곰이 생각해 본 끝에 우선 가난에 찌든 내 집을 일단은 떠나고 싶었고, 무언가 한 지역의 좁은 울타리를 넘어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고 싶어 육사지원을 결정한후 형님과 부모님을 설득하여 사관학교에 입학할수 있었다. 이 즈음 형님은 해병대로 임관하여 월남전에 참전하셨고 거기서 소대장과 중대장까지 마치고 귀국하셨으며, 후에 준장으로 진급하여 제주방어사령관과 합참 민사참모부차장을 끝으로 전역하셨다. 내겐 자랑스런 형님이시다.
성경(잠언16:9)에 보면,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 이시니라”는 말씀이 있다.
나의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면 이 말씀은 정확히 맞는 것 같다. 우리는 항상 성공을 위해 보다 빠른길, 쉬운길을 원하지만 하나님은 오히려 험한 오르막길을 주시고 많은 장애물도 주셔서 결국 빠른길을 못가도록 우리의 의지를 꺽으시기도 한다.
이럴 때 우리는 곧장 하나님을 원망하며 불평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이것이 나를 더 강하게 훈련시키고
준비시키시는 하나님의 계획이요, 방법이요, 사랑임을 깨닫게 된다.
아무튼, 이스라엘의 광야생활 40년처럼 험산준령을 넘고 강을 건너며 지난 50년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나의 힘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 곧 하나님의 도우심과 인도하심이 있었기 때문이라 확신하며 그 은혜에 감사드린다.
아울러 긴 세월을 동고동락하며 함께 해온 사랑한는 아내와 가족들, 그리고 친지,동기생,선후배님들께도 깊이 감사를 드린다.
3.나의 생도생활 추억
혹독한 추위속에 힘든 기초군사훈련 과정을 마치고 함께 생도생활을 시작한 300 여명의 동기생들은 다 나름대로 똑똑하고 건강하고 건전하고 모법적인 사람들이었다. 각자의 개성도,출신 지역도,성장과정도, 가치관이나 사고방식도 다 다르지만 크게 보면 한가지 목적과 가치를 지향하며 함께 4년간의 생도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생도생활의 시작과 함께 매일아침 암송했던 ‘사관생도 신조’가 바로 그것이었다.
1.우리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생명을 바친다(국가관/사생관)
2.우리는 언제나 명예와 신의속에 산다(인격/리더쉽)
3.우리는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택한다
위 세가지는 생도교육의 기본방향이자 궁극적 가치였으며 또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육사인의 정신’이기도 했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 우리의 생도생활을 돌아보면 너무나 감회가 깊다. 그 순수함과 애국정신, 임무완수를 위한 군인정신과 자기희생, 동기생간의 절차탁마 정신과 전우애 그리고 앞으로 군생활 30년간의 현실적 경쟁관계 속에서도 따뜻한 우정을 유지하는 끈끈한 동기생 관계 등, 이 모든 아름다운 모습은 위 사관생도 신조의 정신이 우리안에 서서히 내면화 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도생활 가운데 아쉬운 점이나 시급히 개선/보완되어야 할 몇가지 사항을 제안 한다면(당시 및 근래 상황을 보고 느낀점이니 지금은 이미 개선되었을 수 도 있음)
그 첫째는 바른 역사교육을, 특히 한국 근.현대사 교육을 대한민국 헌법과 건국정신의 관점에서 심도있고 철저하게 시켜주었으면 한다.
이것은 영어교육이나 혹은 전사교육 하나 더 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이 중요한 것이다. 사관학교 교육과정에서 역사교육을 없애거나 소홀히 한다는 것은
우리의 주적인 북한과의 사상전쟁,역사전쟁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며, 또한 이는
북한에 의해 유발되는 내전형태의 전쟁에 대비하지 않겠다는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수립이후 70년 넘게 누려온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느냐 아니면 북한에 의해 공산화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우리가 세계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도약 할 수있었던 힘도 바로 정부의 강력한 반공정책과 반공교육 그리고 정부의 정책과 혼연일체가 된 국민의 투철한반공의식 때문에 가능했다. 반공자유 정신과 주한미군의 안보도움과 걸출한 혁명적 지도자와 온 국민의 피땀어린 노력으로 마침내 세계역사에 유례가 없는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은 지난 70여년간 북한의 집요한 대남 적화전략 하에
수행해온 교활한 통일전선 전략의 성공으로 3명의 좌파 대통령과 운동권 출신 종북주사파 신봉세력들이 정치권으로 다수 유입됨으로써 대한민국 사회의 곳곳에 종북좌파세력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고 이들은 합법,반합법 및 비합법의 다양한 형태로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 국민들과 젊은 세대들, 특히 장차 이 나라의 국방을 책임질 젊은 사관생도들과 군 장병들이 꼭 알아야 할 사실은 지금 우리앞에 벌어지고 있는 체제전쟁은 보수와 진보의 전쟁도 아니며, 국민의 지지를 더 얻기위한 여.야간의 갈등과 대립현상도 아니며 혹은 순수히 노동조건이나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는 노동운동이나 일부 극단적인 정책형 반정부운동 등의 성격도 아닌 어떤
소재가 되었건 무조건 이를 거짓선동으로 국민여론을 호도함으로써 모든것을 정치이슈화 해서(예를들면, 환경보호단체 시위구호에 주한미군철수 주장 등) 장관해임 건의 및 탄핵추진을 하는가 하면 또 한편으론 다수당 지위를 악용한 수많은 악법의 제정남발 등을 통해 현 정권의 힘을 지속적으로 약화시켜 아무일도 못하는 무능정부, 식물정부로 만들어 국민 다수로부터 불신을 받게 만들고, 사회 각 분야에 극도의 혼란을 조성하여 종국적으로는 대한민국을 해체하는 것을 목표로 소위 좌파가 애용하는 ‘촛불혁명’을 통해 박근혜식 탄핵과 정부전복을 획책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켜 북한 공산주으로 편입시키려는 시도가 최근의 북한 핵무기 개발과 남한내 지난 좌파정부의 종북정책에 편승하여 그 어느때 보다 더 심해지고 있다.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만일 우리가 더 늦기전(먼저 당하기전)에 이 세력들을 강력히, 선제적으로 제압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해체되고 만다는 사실을 명심.또 명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남.북한간에 심각한 체제전쟁 중에 있으며, 그 위기의상황이 매우 심각할 뿐만아니라 우리가 불리한 상태에 있음을 알고 우리 주변의 국민
들을 깨워 체제전쟁 상태의 심각성을 바르게 널리 전파해야 한다.
물론 눈에 보이는 적의 핵무기/미사일 개발도 우리에게 심각한 위협이고, 군사적 충돌도 위협이지만 이보다 훨씬 더 위험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게 우리 대한민국 내부 곳곳에서 종북주사파세력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가며 내전의 형태로 진행되고있는 노골적인 체제전복 전쟁인 것이다.
이런 종류의 내전에 의해 순식간에 국가체제가 전복된 예는 오랜 인류의 역사 속에 그리고 20세기 이후에만도 얼마든지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있지 않은가!
두 번째로 제안하고 싶은 것은,
(1)체제전쟁에서 우리가 승리하기위해서는 전 정부에서 중단한 ‘장병정신교육’
(정훈교육:사상/이념무장교육,군인정신,전우애 등)을 즉각 시행 요망함.
(2)북한 체제를 약화시키는데 가장 효과적인 두가지 방법 즉각 시행 요망함.
*전방철책 지역(GP/GOP)에서 북한군 장병을 대상으로 해오다가 전 정부
때부터 중단한 ‘대북 심리전 방송’ 즉각 시행 요망함.
*탈북단체들이 주관하는 ‘대북 고무풍선 날리기’ 활동’ 재개
세 번째로 제안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오랫동안 육사인의 정신으로 마음에 갖직하고 암송하는 ‘사관생도신조’
를 형식적인 슬로건에 그치지 않고 언제든지 행동화 할 수 있는 정신적 가치로 승화시켜 생도생활 기간중 보다 획기적인 자기혁신과 변화(실질적 내면화)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각종 교육,훈련,내무생활, 종교생활 등 전 영역에서 더욱 체계적이고 심도있게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4.육사인이여 ‘자유의 파도가’ 되자
누군가에게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언젠가 대만의 장개석 총통이 우리나라에 와서 판문점을 방문했을 때 박정희 대통령님께 “그동안 대한민국이 자유의 방파제가 되어줘서 고맙습니다!”라고 하자 우리 대통령님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아닙니다 총통님, 우리는 ‘자유의 파도’가 되어야 합니다!”
5.나가는 말
이제, 그리 많이 남지 않은 삶이지만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정이 많이 든 오랜 친구들과 함께, 그리고 친지들, 이웃들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그리고 또 있지요?
이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며 몸과 마음과 물질과 기도로 동참하고, 보이는 곳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름없이 헌신하고 있는 여러 구국동지들과 신앙의 동지 들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하며, 앞으로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나라 가 바로 서는 그날까지 함께 가십시다! 함께 손잡고 ‘자유의 파도’가 됩시다!!
Let’s go together!
God bless you!
첫댓글 멋진 동기생 용환! 글을 잘 쓰셨네. 저도 오늘 자유의 파도가 되기위해 한미우호 협회 송년의 밤행사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김용환 동기님의 글을 읽다 보니 다시 사관학교에 입학한 기분입니다. 투철한 군인정신과 국가관이 바로 우리 군을 이끌어오는 원동력이되었다고 생각돱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멋있게 살아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힘차게 살아갈 것이라고 믿어집니다. 특별히 온전히 하나님께 맡기고 살아왔던 김용환 동기님의 앞날을 하나님께서 축복하여 주시길 기도합니다.
잘 잀었습니다.
함께 한 시간들이 그랍네요.
건강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