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일체유부의 견해
<아비달마대비바사론>에는 붓다의 최대 수명에 관해 두 가지 설이 제시되어 있다.
첫째 석가모니불의 수명은 120세라는 견해이다. 그가 세상에 태어날 때, 그 당시 사람들의 최대 수명은 100세인데 어떻게 석가모니불은 120세가 될 수 있는지 묻고 있다. 이러한 물음은 붓다를 다른 인간과 다름없다고 보는 견지에서 재기된 것임이 자명하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붓다의 위신력이 다른 유정(有情)보다도 수승하기 때문에 그의 수량도 다른 사람보다 더 길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답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붓다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입장에 근거한 것이다. 붓다를 단순히 범상의 인간으로 보지 않으려는 입장이지만, 그것이 곧 신격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의 수명을 120세로 한정함으로써 붓다의 신격화를 방지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견해는 붓다의 수명을 100세로 보는 것이다. 이 견해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붓다는 다른 어떤 중생보다 위대한데 어찌하여 그의 수량이 다른 사람들과 같은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것은 붓다를 평범한 인간으로 보려는 것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붓다가 평범한 인간이 아닌 이상 그의 수명도 다른 사람보다 더 길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견해에 대해 붓다도 이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보통사람들과 같은 수량(壽量)을 갖는다고 대답한다. 이것은 붓다를 인간이상의 존재나 신(神)으로 보려는 시도를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의 수명에 대한 두 견해는 모두 인간적인 측면에서 붓다의 수량을 다르고 있는 것으로 대중부처럼 과감히 붓다의 수량은 무량이다고 주장하고 있지 않다. 비록 120세 설이 붓다를 초인간적인 존재로 보는 경향이 보이지만, 100세설과 마찬가지로 육신을 지니고 있는 붓다의 수명 한계를 분명히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수명은 육신의 생존과 관련된 것이고, 육신은 무상법을 벗어나지 못하므로 반드시 사멸하게 마련이다. 붓다도 그의 육신에 관한 한 그의 수량도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매우 현실적인 불신관이라고 여겨진다.
<붓다의 신격화와 반신격화/ 안양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