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책을 찾아라 | 편집부
『선녀에게 날개옷을 돌려줘』
(글 오미경, 한겨레아이들, 2009)
채팅 토론 : 나무꾼, 사슴, 숨소리, 새봄, 티니
정리: 숨소리
숨소리 다문화 책 참 반갑지 않나요?
나무꾼 다문화가 일반화가 되어 버려서.
사슴 난 다문화라는 말부터가 구분짓는 거라 생각해.
숨소리 그게 참 그래요.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에 갇히고…… 참 힘들다. ㅋ
사슴 이 책 2009년 작품이죠? 그 당시 어땠는지 몰라도 요즘은 그런 생각 자체가 좀 진부하게 느껴져.
나무꾼 요즘 아이들은 다문화를 그냥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고 하더라고요.
숨소리 그게 그냥 공짜로 얻은 게 아니죠. 이런 작품들도 나오고 하니까 문제도 의식하고 함께 풀려고 노력하니까 점점 더 나아지는 게 아닐까요.
나무꾼 책이 나오고 나서 3년 동안 세상이 참 빨리 변하는 거 같아요.
티니 설정 자체가 좋았어. 어쨌든 땅에 속한 사람에게 하늘의 선녀는 선망의 대상이잖아. 노동이든 결혼이든 다들 우리보다 좀 낮게 치부하는 시선을 바꾸어 놓았잖아.
숨소리 옛이야기를 동화의 소재로 잘 끌어들여 처음에는 괜찮다는 생각도 했는데. 약간 좀 묘해지더라고요.
티니 어떤 점에서?
숨소리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너무 단순하게 차용해서 풀어낸 게 아닌가 하는 생각? 혹은 해석이 전혀 없지 않았나 하는.
사슴 나는 선녀와 외국인 엄마의 연결 좋았는데, 다만 사람 사는 이야기 속에 엄마보다는 외국인이라는 점만이 너무 전면으로 드러나서…….
새봄 선녀, 착하다는 이미지를 덧씌우는 건 폭력이 아닌가요? 착하지 않은 다문화 엄마는 어쩌라고.
나무꾼 여러 다문화 여성이 등장하잖아요. 어쨌든 저는 다문화 여성을 엄마로 둔 아이들의 입장이 드러나서 좋았어요. 그 아이들이 느끼는 현실적인 두려움과 상처가 비교적 밀도 있게 드러나지 않았나 싶어요.
새봄 그 점은 저도 동감.
숨소리 저는 훈이 이야기를 통해 보라가 자신을 투영하는 게 자연스러워서 좋았어요.
나무꾼 모녀의 관계를 잘 엮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선녀와 보라, 선녀와 친정엄마, 순찰대장 할머니와 미국으로 시집간 딸.
나무꾼 그렇게 엮으니까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진 게 아닌가 싶어요.
숨소리 그러네요. 이 책 구성은 엄청 잘 짜인 듯. 문장도 매끄럽고.
티니 그래도 이야기 전개가 좀 뻔하다는 점도. 학교에 다문화 강사로 오고, 한글 배우고 뭐 이런 거.
숨소리 순찰대장 할머니, 재미있었어요.
티니 어쩌면 가장 이해의 폭이 좁을 것 같은 그 할머니가 중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좋았어. 선생님이나 그런 사람이 아닌 게.
나무꾼 할머니가 처음엔 생뚱맞았는데, 나중엔 양념 역할을 넘어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까지 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티니 도서관 사서 말은 너무 상투적이어서…….
새봄 가장 강력한 존재인 선생님이 구경꾼으로 전락했다는 것도.
나무꾼 보라 캐릭터가 다문화 가정의 자녀의 전형을 비교적 보편적으로 보여 주었다고 생각해요. 할머니는 보라와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라 엄마 선녀를 잘 품어 주고.
티니 그런데 왜 아빠들은 다 그렇게 나와야 하나?
사슴 ㅎㅎㅎ
티니 이게 다문화를 보는 우리의 시선 탓인지 혹은 작가들의 고착된 사고 때문인지…… 잘 모르겠어.
숨소리 아,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봤어요. 보라 엄마가 마치 네 살배기 아이처럼 말하는 게 현 상황인지는 모르겠으나 굉장히 맘에 걸렸어요. 낮게 치부하는 게 서툰 우리말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나무꾼 한국어를 못하기는 미국인이나 필리핀인이나 마찬가지지만 두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잖아요. 그건 언어 습득보다 국가의 경제력 때문 아닐까요?
티니 경제력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적인 수준도 포함하는 거 같은데
숨소리 말이 서툴면 괜히 그 사람의 지적능력마저 그렇게 보는 편견이 있잖아요. 이 책 속에서도 감정의 표현을 기껏 ‘나빠요’로 몰아붙이는 것보다 좀 더 울림이 있게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어요.
나무꾼 우리 마음속에 있는 선진국과 백인에 대한 부러움.
새봄 낯선 동남아인에 대한 불안감도 있지요.
티니 불안감?
새봄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무조건적인 반응. 영태.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인종주의자들.
나무꾼 어쩌면 진정한 다문화는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시각부터 바꿔야 해결될 것 같아요.
새봄 차라리 국제화란 말이 더 좋지 않나 싶어요.
나무꾼 국제화는 세계 지향적이니까. 그냥 각자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자는 편견 없는 생각을 해야 할 듯.
숨소리 국제화이든 다문화이든……이건 오늘 우리 사회의 현상인데, 사회 구조적인 어떤 문제는 건드려 주지 못하고, 개인의 문제로 이 글을 구성했다는 건 조금 아쉬워요.
나무꾼 그렇죠.
숨소리 개인의 문제가 곧 사회 문제로 확장되어야 하는데 거꾸로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고 있다는 게 조금…….
티니 3학년인 보라의 입장에서 보면 집안의 문제가 곧 사회의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
나무꾼 티니님 말씀도 옳은데 조금 더 나갔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음, 이게 중학년 동화라 그럴까요?
숨소리 긍께. 작가가 글을 쓸 때 좀 더 통찰력 있게. 구성해 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뭐…… 하지만, 많은 아이가 다문화 속에서 자라는 데, 이런 동화도 당연히 나와 주는 게 감사하다 생각해요.
나무꾼 아까 말했던 것처럼 역지사지. 외국인을 아들딸처럼 생각하면 문제 생길 게 없죠. 할머니가 미국으로 시집간 딸을 생각하듯.
숨소리 ㅋ 근데 내 식구가 아닌 게 현실이죠. 그래서 전 존중이라는 걸 배워서라도 보여 주었으면 해요. 포용이나 배려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함도 보여 줘야 하고요.
나무꾼 각자 주체적으로 당당하되 타인을 바라볼 때는 피붙이를 바라보듯 좀 더 안타까운 연민의 시각을 가지면 어떨까 싶은 거죠.
숨소리 연민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나무꾼 어떤 점에서?
숨소리 뭐가 불쌍하죠? 시집가는 여자나, 장가드는 남자나. 결혼하면 다 불쌍해요. 연애할 때나 좋지.
나무꾼 그런 뜻은 아니었는데. 순찰대장 할머니가 선녀를 바라보는 눈길에 나타난 연민, 그걸 말한 거예요.
숨소리 우리도 다 하늘 세상에서 남성의 땅으로 내려간 선녀들이죠^^ 그게 음, 난 좀 멀리 시집왔다고 사실 크게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사슴 나는 여기서 선녀의 입장은 한국인 신부나 외국인 신부나 별반 차이가 없다고 봐. 단지 보라가 엄마 때문에 놀림을 받는 게 다른 거지.
숨소리 아, 그렇군요! 그럼, 핵심은 왜 놀림을 받느냐, 이네요?
새봄 궁금한 점은 외국인 여성이 한국으로 시집온 배경에 대해서는 함구하잖아요. 그런데 희미하게는 아이들도 알고 있죠. 만약 이것을 전면에 드러내면 어떤 결론이 나올까요? 너무 잔인한가요?
나무꾼 가난해서 시집왔다는 건 아이들도 다 알아요.
사슴 아빠가 가난하다는 것도 알지
숨소리 배우자로 나오는 한국 남성의 사회적 지위가 우리 사회에서 우월하진 않죠. 그게 사실 더 문제일 것 같기도 해요.
새봄 난 차별의 원인이 거기서 시작된다고 봐요.
티니 앞으로는 더 이상 이런 다문화의 시각이 시대착오적으로 받아들여지길.
새봄 전 보라의 감성선이 좋았는데, 끊임없이 보라가 불안해하잖아요.
숨소리 그러나 주눅 들지 않는 보라 캐릭터가 좋았어요.
나무꾼 저도 보라 캐릭터 좋았어요.
숨소리 좀 더 나아가 엄마도 당당했더라면…… 무리인가?
새봄 나머지 주변 인물들이 조금만 받쳐 주었더라면.
사슴 아이들은 그냥 받아들인다니까. 분위기가 괜찮으면 외국인들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호감까지 갖죠. 어른들의 시선이 아이들에게 주입된 거지.
티니 보라 엄마, 당당하지 않았나 싶은데. 선생님한테 편지 쓴 거에서 보면.
숨소리 조금 더.
새봄 그녀들은 정말 강한 사람들이에요. 용감하죠. 그러니까 무기력하게 그리지 않았으면 해요
나무꾼 엄마가 공부를 시작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사건인데 너무 가볍게 그려졌어요. 그걸 통해 엄마를 좀 더 보여 줬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새봄 둘이 춤추고 예쁘게 보이려는 거 말고 다른 걸 했으면 하는 강렬한 바람.
사슴 내가 시집올 때만 해도 문화센터 가서 뭐 배운다 하면 시어머니 눈초리가 좋지 않았어. 원래 우리가 조금 며느리를 무시하는 게 습성도 있다고 봐.
나무꾼 ㅋㅋㅋ 그러니 외국인 여성은 어떻겠어요.
새봄 전 이 작품 읽으면서 공부 많이 되었어요. 다문화에 대해 별 관심 없었는데 보라의 처지를 이해하면서 마음이 움직이더라고요.
나무꾼 저도 눈물 찔끔 날 뻔한 부분이 있었어요.
숨소리 눈물?
나무꾼 개인적인 취향인가? 보라가 다른 엄마 선택하는 부분
사슴 맞아. 그 부분 좋았어요.
나무꾼 아이의 고민이 느껴져서 마음에 와 닿았어요.
숨소리 저, 그런데요. 그건 꼭 외국인 엄마가 아니라도 그럴 수 있잖아요.
티니 난 보라가 날개옷을 감추는 부분이 가장 좋았어. 거기는 진짜 아이 마음이 느껴졌고. 독후감 부분은 너무 잘 쓴 게 좀 걸리지만.
사슴 최우수상 줘도 될 거 같은.
숨소리 얘기를 나누다 보니, 제가 아쉽다 느껴진 게 뭔지 조금 알 것 같아요. 꼭 다문화가 아니라도 일반적으로 보이는 행동인데, 그게 왜 다문화와 연결되어야 하나? 독특성이 없다고나 할까? 다문화이기 때문에 보여 줄 수 있는 이 책만의 특징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기대치만큼의 현장감(?)이 없었어요.
티니 약간 결이 다르긴 하지만 『모캄과 메오』도 함께 읽어 보면 좋겠어. 고양이 메오와 이주노동자 모캄의 이야기인데. 고양이와 이주 노동자의 서로 감싸고 서로 처지를 이해하는 게 묘한 여운을 남기더군.
숨소리 다양한 작품들이 좀 더 나왔으면 하는데, 한때 잠시 나오다가 요즘은 좀 뜸한 것 같죠?
나무꾼 맞아요. 다른 화급한 사회 문제에 밀린 느낌.
새봄 참, 옷을 돌려준다는 건 어떤 의미로도 해석되나요? 표지에 보면 엄마가 옷을 입고 날아가던데.
티니 안도감과 확신.
사슴 나는 날개옷을 주는 게 그냥 엄마를 인정하고 엄마의 정체성 자유를 인정하는 걸로 봤는데. 날개는 자유를 의미하지 않나? 엄마에게 자유를 주는 거죠.
티니 다른 해석은 어때? 엄마의 날개옷이 필리핀을 상징한다거나 날아가 버린다거나.
새봄 그래서 저도 약간 위험해 보였어요. 그렇게 해석될까 봐.
숨소리 진정한 자유는 자립에서부터. 그러나 자립은 외로워^^ 아, 왜 모든 해석이 다 다문화로 가는 거죠?
나무꾼 작가가 다문화적인 포석을 깔아 놓았잖아요. 사실은 다문화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소외계층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죠. 『괭이부리말 아이들』에 나오는 세계나 다문화 세계나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요.
사슴 내 말이. 결혼 자체가 다문화라니까
나무꾼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사슴 외국인하고 결혼하는 게 다문화가 아니라 결혼 자체가 문화 대 문화의 충돌이야. 결혼이라는 것 자체가 다문화라니까,
새봄 (모두 다) 문화다. 멋진 말이다.
숨소리 명언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