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5일 월요일 오후 1시 30분. 리본타이의 사무실을 방문하기 위해 사장님과 함께 동대문으로
향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동대문에 가 본 것이 2004년이었다. 3년 만에 가보니, 거리가 예전보다
정돈되어 보였다. 낮 시간이라 한적해서 더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다.
리본타이 사무실이 있는 건물은 예전에는 거평프레야라고 부르던 것을, 건물을 새로 짓고
이름을 청대문이라고 바꾼 것이다. 지하 6층부터 지상 22층까지 있는 고층빌딩으로, 상가
있는 것이 아니고, 레스토랑, 예식장, 영화관 등이 있는 복합 건물이다.(2005년 오픈) 14층
부터는 사무실이 있다.
리본타이의 사무실은 15층에 있었는데, 우리는 13층까지만 가는 엘리베이터를 타서 중간에
갈아타야 했다. 14층 이상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다른 쪽에 있었는데, 상가 물건을 사러
온 손님들과는 동선을 구별하기 위한 의도로 그렇게 한 것 같다.
13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창 밖으로 동대문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이 건물의 특징은 로비나 복도가 굉장히 깔끔하다는 것이다. 예전에 다른 동대문의 상가
건물들이 좁고 복잡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15층에 내려 리본타이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사무실 자체는 작지만, 방이 따로 있어서
직원들이 일을 하는 공간과 운영자가 있는 공간이 구별되어 있었다. 인터뷰를 시작하니까
방밖의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우리가 들어갔을 때, 리본타이 대표인 다운씨와 주희씨는 사진 촬영을 하던 중이었다.
시간을 내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대답은 거의가 다운씨가 했다. 다운씨가 더 활발한 성격인 것 같았고, 주희씨는 차분한
성격으로 보였다. 중간중간에 주희씨가 다운씨를 도왔다.
“내가 어리지만 사장”이라는 태도는 없었다. 말투가 딱 전형적인 여고생, 여대생들의 말투였다.
감정적인 얘기가 나오면 약간 흥분하기도 했다. 내 친구들의 얘기를 듣고 있는 느낌이었다.
인터뷰 중에 가장 난감했던 것은, “주고객”에 대해 이야기할 때였다.
20대 초반일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20대 후반의 직장 여성들이 주고객이라고 했다.
그때 사장님께서 “우리 편집자는 리본타이 옷은 나이 있는 사람들은 못 입을 거라고 하던데...”하고
하시는데, 속이 뜨끔했다. 사장님을 따라 인터뷰하러 왔기는 하지만, 리본타이 쇼핑몰을 보면서
난 별로 좋은 줄 모르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이 바뀐 것은 나갈 때 목도리를 선물 받으면서부터였다. 목도리 하나에 내가 넘어간 것일까?
리본타이는 인터뷰 중에 자신들은 액세서리에 강조를 많이 둔다고, 액세서리의 판매비율도 40%나
된다고 했었다. 옷은 잘 모르겠는데(직접 보지 않아서), 선물 받은 목도리를 보면, 액세서리는 많이
팔릴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중에 흔한 스타일이 아니어서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 디자인인데,
원단이 좋기 때문에 촌스럽거나 싸 보인다는 느낌이 안 들었다.
리본타이의 사무실을 나와 다시 동대문 역으로 향했다. 카페24 홍보팀 김영희 님을 만나기로 했기 때문
이다. 김영희님을 만났다. 처음 만나는데,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하시는 모습이 굉장히 기분 좋게 느껴지
는 분이었다. 김영희님을 따라 맨마켓의 사무실을 따라갔다.
맨마켓의 사무실은 큰길에 있지 않고, 주택가의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곳에 있었
다. 근처에서 김영희님이 전화를 하시니까 한 남자 분이 나오셨다.
그 남자분이 입은 옷은 내가 보기에는 좀 부담스러운(?) 패션이었다. 딱 붙는 쫄바지에 쫄티, 위로 뻗치
게 세운 머리. 근데 나야말로 패셔너블한 사람이 전혀 아니기 때문에(무조건 무난하게, 깔끔하게 입는
게 좋다는 주의)누가 맞고 누가 틀린지는 알 수 없다. 그 분이 보기에는 내가 답답해 보였을 수도...
그 남자 분을 따라 맨마켓의 사무실에 들어갔다. 밖에서 보기에는 빌라 같은 건물의 지하에 있었다.
앞서 방문한 리본타이의 사무실보다는 훨씬 넓었다. 그런데 공간 구분이 전혀 안 돼 있고, 여러
사람들이 움직이는데 조명이 어둡고 시설이 약간 허름한(가끔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커다란 원룸 작업
실?) 느낌이 났다.
우리가 가니까, 우리와 얘기할만한 공간이 없었다. 작은 탁자 하나가 있는 곳에 보조의자와 바퀴 달린
의자를 끌어다 놓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우리를 마중 나오신 분은 맨마켓 운영자가 아니고 09R쪽에 계신 분이라 우리와 얘기하지는 않고 일하러
가셨다. 맨마켓 운영자 세 분이 오셨는데, 그 중에서 포토그래퍼인 나형규씨는 인사만 하고, 중간에 업무
를 보러 가셨다. 그래서 인터뷰에는 스타일리스트인 황규용씨와 탤런트인 김승현씨만 참여하셨다.
이야기는 주로 황규용씨가 해주셨다. 김승현씨는 옆에 계셨는데, 가만히 있으면 있는지 잘 모를듯한, 조
용한 성격이었다.
리본타이와는 달리, 뭔가 선을 긋고 정해진 룰 안에서 대답하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성의없게 답변하
는 것은 아니고, 신중했다. 김승현이 연예인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이미지를 고려해서 조심스럽게 답변
했다. 그에 비해 리본타이는 왠만하면 숨기지 않고 공개해버리는 느낌이었다.
앞서 인터뷰한 리본타이는 25-26세. 맨마켓 운영자들은 27-28세로 나이는 두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맨
마켓 운영자들이 훨씬 더 어른스러워 보였다. 매출액만 보면 리본타이가 더 많다. 그렇지만 리본타이는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사회초년생의 느낌이 나고, 맨마켓은 프로패셔널한 느낌이 났다. 사용하
는 말투가 많이 달랐다.
이러한 운영자의 태도는 운영하는 쇼핑몰의 컨셉과도 맞아 떨어지는 것이었다. 운영자의 가치관이 평소
태도와 쇼핑몰 컨셉에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리본타이는 쇼핑몰의 컨셉 자체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있었다. 촬영도 일상적인 공간에서 한다. 편안
하고, 친근한 동네 옷가게, 시장에 내가 잘 아는 가게 언니 같은 느낌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그것이 고객
들이 리본타이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에 비해 맨마켓은 옷값은 저렴하지만, 쇼핑몰은 굉장히 전문적인 느낌이 난다. 메이저 패션회사, 백화
점에 입점한 브랜드의 사진보다 더 스타일리쉬하다. 연예인, 스타일리스트, 포토그래퍼라는 전문가들이
뭉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이들의 목표가, 전문적인 회사를 갖자는 데 있어서이기도 하다.
리본타이는 인터뷰 중에 이런 얘기를 했었다. 인터넷 쇼핑몰들이 조금 규모가 커지면 뭔가‘회사’처럼 되
려고 하고, 사이트도 ‘회사 사이트’처럼 만들려고 하는데 자신들은 그러지 않는다고. 그에 비해 맨마켓은
처음에 여성의류사이트 09R을 오픈 할 때부터 언젠가 정말 회사다운 회사를 차리는 것을 목표로 했었
다. R을 붙인 것도 언젠가 주식회사를 만들자는 목표에서였다고 한다.
둘의 공통점은 둘 다 ‘우리는 옷을 정말 좋아하고, 옷을 잘 안다.’는 자부심이 굉장히 강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돈을 벌고 싶어서 쇼핑몰을 하는 사람과, 정말 옷을 좋아해서 옷에 관한 일을 하는 것과의 차이를
굉장히 강조했다.
직업을 단순히 ‘돈’으로만 보지 않고 자신의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
다. 단순히 옷 팔아서 돈 벌겠다는 것이 아니고, ‘패션’을 사랑하는 리본타이와 맨마켓이 나날이 발전하기
를,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첫댓글 인터뷰도 좋지만, 이런 탐방기도 재밌네요. 인터뷰에서 알 수 없는 이미지들도 볼 수 있고... 앞으로도 종종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