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부터 고민끝에 실행에 옮긴 책방 오두막 공사. 검토와 설계, 기존 파고라 철거까지 약 두 달 여에 걸친 사전 작업을 마치고 드디어 5월23일 땅을 파는 것으로 공사 시작에 들어갔습니다.
마당 한 켠, 피노키오 오두막을 헐고 그 자리에 책방지기 보금자리가 될 새 별채를 짓는 작업입니다.
10평으로 설계한 이 공간은 당분간 저희 부부의 쉴 터가 되어줄 것인데…늘 그렇듯 공간의 역할이야 바뀔 수도 있겠지요. 넓지않은 마당에 새 공간이 들어서다 보니 정원의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공사를 위해 파헤쳐져 갈 곳 잃은 식물둘을 보니 마음이 아프네요. 이 작은 마당에 짧게는 2,3년에서 길게는 십 년 넘은 세월을 피고지며 우리와 함께했던 고마운 생명들. 마구 내치고 싶지는 않아 요기조기, 화분둘에, 작은 툼 사이에 억지로 이식하고 여러 집에 분양도 보냈지만 그러는 중에도 다치고 버려지는 나무와 꽃들이 숱합니다.
공사 이후에 이 아이들이 고난을 이겨내고 살아남아 다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요.
아프지만….변화와 혁신엔 희생과 구조조정이 필요한 법이니…이래서 제가 혁신을 싫어합….ㅎ …
암튼 앞으로 한 달 여에 걸친 공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만, 책방 문은 닫지 않아요.
오늘도 책방, 문 열었습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오시는 분들 양해해주세요.
십 년을 한결같이 봄이면 잊지않고 제 자리를 지키며 피고 또 지며 해마다 그 풍성함을 더해주었던 나의 수선화들, 그리고 무스커리 꽃....화분으로 다 옮겨 놓았는데 내년 봄에도 이 아이들을 만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