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
문득, 자기가 누군지 스스로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은 물라 나스룻딘이 거리로 달려 나가,
자기를 알만한 사람을 찾았다.
거리에 사람들은 많았지만, 거기가 낯선 마을이라서, 아는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물라는 어느 목공소에 들어와 있는 자기를 발견했다.
목수가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로 오셨소?”
나스룻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꿔다놓은 보릿자루요? 왜 말이 없소?”
“그보다 먼저 할 일이 있소. 방금 이리로 들어오는 나를 보았소?”
“봤지요.”
“좋아요. 그럼 전에 나를 본 적은 있소?”
“물론 없소.”
“그런데 어떻게 내가 나인지를 안다는 거요?”
<진실>
한 제자가 나스룻딘에게 물었다. “무엇이 진실입니까?”
물라가 대답했다. “내가 한번도 말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말하지 않을 무엇일세.”
<거꾸로>
한 친구가 물었다. “물라, 당신이 죽었을 때 우리가 어떻게 매장해주기를 바라나?”
“머리를 아래쪽으로 하여 묻어주시게.”
“어째서?”
“많은 사람들이 믿는 대로, 이 세상이 바로 선 세상일진대, 다음 세상에서는 거꾸로 살고 싶군.”
<상복>
하루는 나스룻딘이 검은 상복을 차려 입고 거리에 나섰다.
지나가던 사람이 물었다. “왜 그런 옷차림을 했습니까? 누가 죽었나요?”
물라 나스룻딘이 대꾸했다.
“틀림없이 누가 죽었을 걸세. 자네도 알겠지만, 죽음이란 사전 예고 없이 닥치는 물건이거든.”
<낡은 무덤>
“내가 죽거든 오래 된 무덤에 묻어주게.”
“왜요?”
“인간의 선행과 악행을 기록하는 천사인 뭉키르와 나키르에게,
이 무덤 주인은 오래 전에 받아야 할 벌을 다 받았다고 말해줄 참일세.”
<유언>
나스룻딘이 유언을 남겼다.
“법에 따르면, 내가 남긴 유산의 일정 부분을 유족들이 나눠 가지게 되어 있다.
지금 나에겐 ‘아무것도 없음’이 있다(I have nothing).
이것을 법이 정한 계산법에 따라서 분배하도록 하라.
그러고 혹시 남은 것이 있으면 가난한 이들에게 주기 바란다.”
<미완성>
물라 나스룻딘은 자기 무덤 장식을 손수 감독하였다.
석수장이 와서, 모든 장식을 마쳤으니 돈을 달라고 하자, 물라가 말했다.
“아직 장식이 끝나지 않았네.”
“무슨 장식을 더 한단 말입니까?”
“시체가 아직 안 들어왔어.”
<물라의 무덤>
나스룻딘의 무덤 앞면에는 두꺼운 나무문이 있고 그 위에 든든한 빗장이 걸려 있다.
아무도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그는 자기 무덤에 담을 두르지 말라고 했다.
묘석에 새겨져 있는 숫자는 386이다.
이 숫자를 문자로 환치하면 SHWF가 되는데,
그것으로 “보다(seeing),” 특히 “사람을 보게 하다”는 단어를 만들 수 있다.
오랜 세월, 그 무덤의 먼지가 눈병을 낫게 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온 것은 그 때문일까?
첫댓글 ㅎㅎㅎㅎㅎㅎㅎ!!!^^
정말 그러네요~깨닫고자 애씁니다~내게는 아무것도 없음이 있을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