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마라도’에 가서 외4편
김용길
삼천리 산하의 끝 땅
‘마라도’로 간다
바람 줄 타고
물벼락 내리치는 섬
벼랑 끝에 서서
세파에 시달린
주름진 마음 풀어놓고 온다
먼 수평선을 향해
메아리도 없는 울음
길게 길게 소리치다 온다
멍석처럼 말아오는 물마루
엎어지고 갈라지는 파도처럼
다시 일어서는 힘줄기
배우고 온다.
섬에서 일출 맞이
바람막이 돌무덤에 앉아
아침 해를 맞는다
여명의 치마를 걷어 올리고
알몸으로 일어서는 섬
날개 감추고
꼬리꺼정 말아 올려
푸른 심장 살 드러낸 채로
산호초처럼 흔들리는 섬
천공에 금줄 그어놓고
날아오를 듯
나도 덩달아 뜬다
섬 따라 나도 흔들린다.
섬 둘레길 걸으며
벼랑사이 비집고
길은 바다 속으로 달아나고 있었네
고리 잘린 도마뱀처럼
몸통만 남고
바윗덩이에 눌려
섬 한쪽 기울어지고
파도의 흰 이빨에 물려
나도 신발 한 짝 잃어버렸네.
두 손 짚고 무릎걸음
파도 줄에 허리 매고
목숨처럼 건너가는 벼랑길
시작이 끝이고
끝이 시작인 섬 둘레길.
‘마라도’ 등대
소금 빛 울음에 젖어
등대는 밤새 졸았다
오랜 세월 섬을 지키며
홀로 우는 섬을 지키며
홀로 우는 천둥새
벼랑 줄 타고 오르는 파도길
활시위처럼 휘어져 오는
먼 수평선 허리에 둘러메고
어두운 천공을 향해
빛살 쏘아 올리면
바람 품은 섬
마라도여
너는 언제나 아침처럼
일어나고 있다.
마라도 해녀 타령
집 앞 마당이 바다길이다
서너 높이 물굽이 떼
허리에 말아 쥐고
물 바닥 두 발로 차내면
목 밑까지 올라오는 숨 비 소리
가슴으로 씻어낸들
용궁 속 같은 저승길
눈앞이 아득아득 보일락 말락
에라, 거북아 거북아
‘이어도’ 건너가 볼꺼나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전설 물고 날으는 갈매기들아
세상살이 욕심이랑
바닷물에 씻어내고
살아생전 베푼 인연
훌훌 다 털어내고
오냐, 나도 훠얼훨 날아가 볼거나
꿈속의 섬 ‘이어도’
찾아가 볼거나.
주; 이어도
과거 제주사람들은 이어도를 환상의 섬, 피안의 섬으로 인식하여 왔다. 이 섬에 가면 다시는 돌아 올 수 없다고 하였다. 섬 주민들이 생각했던 이상적인 세상, 유토피아 섬으로 표현하였다. 특히 제주해녀들의 민요 ‘이어도 사나’ 타령은 상상의 섬으로 극락에 해당하는 전설 속의 세계였다. 실제 이 섬은 마라도 서남쪽 149킬로미터 지점에 위치한 수중암초이다. 현재 이어도해양과학기지가 설치되어 있다.
-마라도 시를 쓰면서
지도상으로 동경 26도 16분, 북위 33도 06분에 위치한 돌섬, 고작해야 면적 0.3평방킬로미터, 둘레 4.2킬로미터, 동고서저의 지형, 현무암으로 둘러싸인 평지, 초원의 섬이다. 고구마 모양으로 생긴 섬, 주소는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리 산 1번지에 해당하며 모슬포 항에서 뱃길로 25분 정도 걸린다. 2000년도에 마라도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423호)으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