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일본의 효고껜[兵庫縣] 간자키꾼[神埼郡] 후쿠사키초[福崎町]에서 열린 한일공동학술회에서 일정을 마친 일행들이 귀국 길에 오르기 전 돗토리 현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구전 설화에 관심이 많으며 이번 참가의 리더인 최 교수의 제안이다.
일본학회에서 제공한 버스를 타고 1시간여를 달려 히메지 역에서 특급열차에 올랐다.
목적지인 돗토리 시가 가까워오자 굴이 많아지고, 짙푸른 벼들이 자라는 다락논과 사람의 접근을 막는 울창한 숲이 전개되었다. 먼 산의 푸른 숲 위로 솟은 성의 하이얀 천수각이 아름다워 한 컷 눌렀다.
돗토리 현청의 안내자와 사지다니(佐治谷)촌 민화회民話會의 대표가 봉고차를 몰고 마중 나왔다. 사지다니는 푸른 산으로 에워싸인 전형적인 산골마을이었다. 맑게 흐르는 앞 내의 이름이 ‘사지’이다. 마을 뒷산에 있는 <사지 천문대>로 먼저 안내되었다. 칠레의 톨롤로 천문대와는 달리 사막지대가 아니지만, 일본의 여러지역을 조사한 결과 이곳에서 별을 더 선명히 볼 수 있어 세워졌단다. 꼭대기 방에 설치한 103cm 끼랏토(キラット)망원경은 초점거리가 약 10m여서 50Km앞의 500엔짜리 동전(우리의 500원 동전 크기)을 볼 수 있단다. 청명한 날씨가 아니어서, 천장 문을 조금만 열고 시범을 보여주었다.
민화회의 건축물은 예전 사랑방을 그대로 활용한, 갈대지붕의 전통 일본 가옥 이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부엌 창고에 여러 농기구가 걸려있는데, 우리네 농기구와 많이 닮았다. 부엌과 연이어있는 이야기 방의 안쪽으로 주전자를 매달아놓은 ‘이로리囲炉裏’가 설치되어 있고 그 뒤론 뒤뜰을 내다볼 수 있는 쪽문이 열려 있었다. 나무를 때는데, 연기가 올라가서 갈대 지붕을 보전하는 역할을 하여, 한번 엮어놓으면 50년간 유지된다고 하였다. 옆의 벽면엔 조상신 제단과 아마테라스호시오미카미[天照星大神], 나무석가모니불, 도시도꾸진[歲德神] 등의 제단이 모셔져 있었다.
한 여자 회원이 <게의 훈도시>를 구연하였다. 이야기꾼은 이로리 뒤쪽으로 소학생용 나무의자에 앉고, 옆의 보조자는 이야기 내용에 따른 삽화 그림틀들을 나무의자에 걸쳐놓았다가 넘겼다.
옛날 옛적에 사지다니의 바보가 처가의 초청을 받았다. 어머니가 걱정이 되어, 처 가의 식구들이 대접으로 게를 내놓을 터인데 게를 먹을 때는 훈도시(이 지역 방언 으로 ‘껍질’)을 벗기고 먹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웃음꺼리가 된다고 가르쳤다. 처가 에 도착 하니 과연 게가 상위에 놓여 있었다. 이 바보는 어머니 말씀이 생각나서 벌떡 일어나 허리끈을 풀고 바지를 내리고는 자기의 훈도시를 벗었다.
이어서 남자 회원이 <꿩과 까마귀>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옛날 옛적에 사지다니 사나이가 도회지로 까마귀를 팔러나갔다. 도시 놈들이 늘 시 골 사람들을 바보로 여기는 게 못마땅하여 이번엔 도시 놈들을 한번 골탕 먹여야지 하고 벼루었다. 까마귀를 잔뜩 짊어진 자루를 등에 짊어지고 허리에는 꿩을 찼다. 큰 소리로 “까마귀는 필요 없는가, 까마귀는 필요 없는가” 라고 외치며 거리를 누 볐다. 도시 사람들은 시골놈이 허리에 찬 꿩을 보고 “아니, 시골 바보가 꿩을 까마 귀로 착 각하고 팔고 있잖아, 꿩을 싸게 사 주자” 여기고는 “등에 메고 있는 까마 귀를 다오” 하자 사지다니 사나이는 “얼마든지 팔테니 사가시오”하고 까마귀를 줬 다. 도시 사람은 “까마귀를 다오”라고 해 버렸으니 싫다고 할 수도 없고 그만, 먹지도 못할 까마귀를 사게 되었다.
이 마을에 전해오는 여러 소재의 얘기들은 78가지가 된다. 그 중에서 7가지는 어린이용이란다. 이곳 민담들은 돗토리 현의 무형민속문화재로 지정되어있다. 민화회의 회원은 15명인데 매월 한 번씩 회합을 가진다. 근교의 소학교 학생들은 졸업하기 전에 졸업하기 전에 이 마을의 구전 이야기를 하나 이상씩은 구연할 수 있어야 한단다. 이야기 대회도 열린다. 이곳의 옛 이야기 보존도 중요하지만, 공상과 상상력의 새로운 스토리를 보태기도 하나보다.
근처엔 식당이 없는 고로 방문객의 도시락을 만들어 수입원으로 삼았다. 세 가정에서는 민박을 운영한단다. 현청에서 만들어준 이야기 책자도 팔아서 자금으로 쓰고 있었다. 퍼주기 식 손님대접을 하지 않는 점이 인상에 남았다.
우리 농요의 지정문화재가 있는 인근 초등학교에서 전수조교들이 그 지역 농요를 가르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학생들이 어렸을 적 한 두곡 배운 것이 계기가 되어, 고향의 노래를 한가지씩은 부를 줄 알아야, 내 고향 운운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언젠가는 올까? 꿈꾸어 본다.
* キラット망원경 ; 103cm망원경에 대한 애칭을 공모하여 붙여진 이름이 다. ‘끼라’는 반짝 반짝 빛남(きらきら)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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