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권, 유이, 김현중, 팀을 살리는 거니 죽이는 거니
“솔직히 2AM은 제가 살렸죠.”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조권의 발언이 화제다. 뭐 틀린 말이라 할 순 없지만 그룹에 속한 멤버의 발언치고는 확실히 파격적이다. 그런데 이 무슨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냐 싶다가도, ‘깝친다’는 비속어를 호감으로 돌려놓은 조권이 말했다면 도저히 아니라 할 수가 없다. 같은 시기 데뷔한 형제 멤버 2PM이 국민적 아이돌이 된 데 비해 2AM은 아직까진 ‘조권그룹’으로 인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멤버 창민, 슬옹, 진운 역시 예능에 활발히 얼굴을 내밀고 있지만 어느 누가 ‘깝권’을 따라갈 수 있겠나. ‘뉘 집 자식이 저렇게 귀엽냐’며 선우용여 선생님도 저렇게 예뻐하는데.
포화 지경에 이른 아이돌 시장에서 갓 데뷔한 신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특색 있는 멤버 한 명을 확 띄우는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홍보술을 최근에는 ‘원펀치’라고 일컫는데, 이는 ‘한 방’ 크게 터트려서 차츰 인지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원펀치’ 효과에 꿀맛 본 그룹이 바로 애프터스쿨. 뒤늦게 그룹에 합류했음에도 <세바퀴> 등의 예능 활동을 통해 이름을 알린 유이는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하며 ‘꿀벅지’로 대박을 터트렸는데, ‘입학’과 ‘졸업’이라는 독특한 그룹 컨셉을 내세웠음에도 별 반응 없었던 애프터스쿨은 유이와 함께 점차 이름을 알려갔다. 그런데 문제는 유이가 다시 그룹에 복귀해서 활동할 때였다. 이미 단독으로 주류 및 휴대폰 광고까지 찍을 정도로 ‘커버린’ 유이와 얼굴도 가물가물한 ‘그 외’ 멤버들이 함께 활동할 때, 스포트라이트는 당연히 유이에게 쏠리게 되었고, 그 ‘조명 쏠림’ 현상이 극단적으로 나타났던 것이 바로 한 캠페인에서의 ‘유이와 병풍들’ 사진이었다. 분명 애프터스쿨의 이름으로 시작한 이벤트였지만 이벤트 홈페이지에는 원톱 영화 포스터와 같은 광고 사진이 걸렸는데, 뭐 돋보기로 보니 애프터스쿨 멤버들이 뒤에 병풍치고 있긴 하다.
이러한 원톱 멤버의 활동이 애프터스쿨만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SS501의 김현중. 김현중은 데뷔 초부터 ‘너만 보인다’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유독 눈에 띄는 외모로 그룹의 인지도 상승에 한몫했다. <라디오스타>에 출연했을 당시, 멤버별 인기 순위를 매길 때에는 아예 김현중은 논외로 두고 했을 만큼 그의 인기는 독보적이다. 김현중의 인기 폭주 현상은 <꽃보다 남자> 이후로 더욱 심화되었는데, ‘아시아버즈어워드’ 투표 당시에는 김현중 개인 투표율이 SS501의 그룹 투표율보다 높았을 정도다. 김현중 역시 SS501 활동을 겸하며 개인 활동을 하고 있는데, 아시아권에서 그는 SS501의 김현중이 아니고 F4의 김현중으로 더 이름을 날리고 있으니 그룹 내 트러블은 없을까 걱정된다.
이처럼 발 벗고 나서서 그룹 홍보대사를 자청하는 멤버는 또 누가 있을까. “저는 팀에서 인지도를 맡고 있는 동호입니다.” 유키스의 동호 역시 그룹 내 막내임에도 <천하무적 야구단> 활동을 통해 그룹 인지도를 높였다. 티맥스의 김준, 시크릿의 선화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때, 김현중이나 닉쿤처럼 누가 봐도 ‘걸조인증’ 할 정도로 빼난 미모를 가진 멤버가 있다면 일은 쉬워진다. 포미닛의 현아, 비스트의 이기광처럼 팀 결성 전 이미 활동한 경력이 있다면 그걸 내세우면 된다.
소녀시대는 윤아가 드라마 활동으로 얼굴을 먼저 알리며 그룹이 상승세를 탔고, 슈퍼주니어 역시 인지도 높은 기범과 시원이 나서서 ‘홍보대사’를 자청했다. 마니아 팬이라면 13명이 서 있어도 멤버의 이름과 얼굴을 쉽게 연결하겠지만, 활동하는 아이돌 수 합치면 100명은 거뜬히 넘기는 근래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눈에 각인되기 위해서는 우선 한 명이 치고 나가고, 뒤이어 다른 멤버들도 차츰 예능 활동을 시켜 캐릭터를 잡아주는 것이 주류 아이돌로 편입하는 최고의 전략이다.
물론 이러한 비책은 꽤 현명한 것으로 비친다. 그동안 유이와 조권, 동호가 꺼져가는 그룹에게 인공호흡을 시켜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주목받고 싶은 사람 마음이야 다 같을진대, 한솥밥 먹는 그룹 내에서 멤버 한 명의 인기가 하늘과 땅 차이라면 이건 뭐, 멤버가 팀업을 시켜주는 건지 팀킬을 시키는 건지 한번 생각해봐야 하진 않을까. 황정음도 '슈가' 활동 할 때에는 ‘아유미’만 인기 있어서 싫었다고 하질 않았나. 이렇게 ‘원펀치’가 계속되다가는 몇 년 뒤, ‘***만 인기 있어서 활동하기 싫었다’는 충격 고백이 또 나오지 말란 법도 없겠다.
출처 - tviews 김송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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