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존재공(백규) 유작, 21-(20)]
(4) 옥과현감 해잠(解箴)
존재 선생은 평생 교육에 헌신한 교육자다. 잠(箴)의 체는 보통 4언 운어(韻語)로 짓는다. 고금의 흥망과 치란(治亂)의 변을 반복함을 경계하는 교훈을 담고 있다. 두려워하여 어렵게 생각한 뜻인 척연(惕然)은 안일한 자세를 버리고 근엄한 정신을 깨우치기를 촉구한다. 선생의 시에서 ‘해잠’의 ‘廨’란 관아를 뜻한다. 양사재는 유생들을 교육시킨 곳이다. 향청은 수령의 자문기구이다. 작청은 아전들이 집무하는 길청 또는 연청을 이른다. 통인청은 현감의 비서실이며, 연무청은 병사의 훈련소를 일컫는다. (필자주)
≪설문 說文≫에 따르면, ‘잠’은 의사가 본시 침(鍼)자로 환자의 질환을 치료하는 의료 기구를 이른다. 즉 잠(箴)이란 사람의 잘못을 풍간(諷諫 : 넌지시 나무라는 뜻을 표하여 남을 깨우침)하거나 규계(規戒 : 바르게 생활할 것을 경계함)하는 말을 의미한다. 마치 의사가 침석(鍼石)으로 병을 치료하듯이 잠언(箴言)으로써 사람의 정신적인 병이나 잘못을 예방함은 물론 치유(治癒)하도록 한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의 시다.
잠은 중국 하상(夏商) 때부터 지어왔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그 전문은 볼 수 없다. 주무왕(周武王) 때에 태사 신갑(辛甲)이 모든 관원에게 잠을 지어 왕의 잘못을 규간했다. 이것이 이른바 백관잠(百官箴)이다. 그 전모는 볼 수 없지만 <우인잠(虞人箴)> 1편이 ≪좌전 左傳≫에 수록되어 전해왔다. 이 작품이 현존하는 잠으로는 효시가 된다. 그 뒤에 많은 작가들이 이를 모방해 잠을 지어서 하나의 장르를 이루게 됐다.
잠은 경계의 목적은 같아도 경계한 대상에 따라서 명칭이 달라진다. 남을 경계하는 글은 관잠(官箴), 자신을 경계하는 글은 사잠(私箴)이라고 한다. 관잠으로는 장온고(張薀古)의 <대보잠(大寶箴)>이 대표적이다. 사잠은 한유(韓愈)의 <유언행잠(遊言行箴)>, 유종원(柳宗元)의 <우잠(憂箴)>, 구양수(歐陽脩)의 <암실잠(暗室箴)>, 정이(程頤)의 <사물잠(四勿箴)>등이 유명하다. 사잠은 관잠에 비해 역사가 매우 짧다.
◇養士齋(양사재)
少年難再 젊은 시절 다시 오지 않으니
寸陰可惜 짧은 시간도 아껴야지
舍我稼穡 우리네가 농사일 접고
業此文學 글공부를 업으로 삼았으니
居敬窮理 거경과 궁리 공부로
其妙乃得 신묘함을 터득해야 하리라
양사재는 선비들이 공부하는 곳이다. 젊음은 두 번 오지 않으니 촌음도 아껴서 공부해야 한다. 선비는 농사를 접고 공부를 업으로 삼았으니 거경(居敬)과 궁리(窮理)로 진리의 신묘함을 터득하라 이른다.
◇鄕廳(향청)
畏天畏人 하늘과 사람을 두려워하고
畏心畏利 마음과 이끗을 두려워해야지
百年遠計 한평생 원대한 계획이란
無求無忮 탐욕도 해침도 없는 것이라
백성과 하늘, 마음과 이권을 두려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원대한 계획을 세우매 욕심과 시기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作廳(작청)
內不愧心 안으로 마음에 부끄럽지 않고
仰不愧天 우러러 하늘에 부끄럽지 않도록
不求近利 가까운 이익을 추구하지 않으면
遠福自敦 유구한 복이 저절로 도타워지리라
아전들에게 마음과 하늘 그리고 이익에 부끄럽지 않은 자세를 당부한다. 그러면 복이 저절로 두터워짐을 강조하고 있다.
◇通引廳(통인청)
自幼至長 어려서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勿喪令名 아름다운 이름을 잃지 말라
幸而爲人 다행히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恒畏虛生 허송세월을 늘 두려워하라
현감이 비서들에게 평생 동안 자기 이름의 아름다운을 잃지 말라면서 허송세월을 두려워하며 살라고 당부하고 있다.
◇鍊武廳(연무청)
專武過猛 무예만 힘쓰면 지나치게 사납고
專文易懦 문예만 힘쓰면 쉽사리 나약해지니
文武相濟 문무가 적절히 어우러져야만
敦我性美 나의 아름다운 본성이 도타워지리라
문무인들에게 한쪽에 치우치면 사납거나 나약해진다고 강조한다. 그러므로 각자의 약점을 적절하게 기르라고 당부한다.
◇鍊廳(연청)
無民無國 백성이 없으면 나라가 없고
無國無身 나라가 없으면 내 몸이 없으니
有他有我 타인이 있어야 내가 있고
有物有人 만물이 있어야 사람이 있다네
백성이 없는 나라는 없고, 나라 없이 내가 없다. 나와 국가는 동일체이다. 타인이 있어야 내가 있고, 만물이 있어야 사람이 있다. 즉 나와 너 그리고 만물은 내가 존재하는 근본인 것이다.
(144-083일차 연재에서 계속)
첫댓글 (144-082일차 연재)
(장흥위씨 천년세고선집, 圓山 위정철 저)
82일차에도 '존재공(위백규)의 유작'이 밴드에 게재됩니다.
※ 주) 63~83일차(21일차)에는 '존재공(백규)'의 유작이 계속 이어집니다.
(존재공 유작 게재 20일차 입니다)/ 무곡
존재공의 유작 밴드 게재가 종착지를 향하여 쉼없이 달려가고 있습니다.
'옥과현감 해잠' 부분도 기존에는 없었던 내용을 추가로 보완 한 부분이 많습니다.
일련의 이러한 과정은 종중의 '지식의 보고'를 충실하게 하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종중의 영광이요, 빛이라고 사료됩니다.
종중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무곡
잠(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본문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솔로몬 왕이 기록한 잠언과 비교하니 결국 옥과의 솔로몬이요, 우리 씨족의 솔로몬 왕이 바로 존재선생이셨네요./ 벽천
존재선생께서는 옥과현감에 부임했습니다. 관청 곳곳에 편액으로 여섯편의 글귀를 걸었습니다. 이를 주제화해 가치부여를 하신 천년세고 저자의 눈이 섬세함을 넘어 매의 눈처럼 예리하다고나 할까요. 더 나아가 저자의 의도를 간파 이를 부각하려고 애쓴 무곡 상환이사님의 노력에 마음중심의 고마움을 전합니다./ 벽천
箴이 문체의 하나이었네요./ 야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