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족의 제의
김세영
아마존, 그 시원의 강을 떠나
태양을 쫓아. 독수리를 쫓아
안데스, 더 오를 수 없는 곳
신성의 꼭지점에서 제의를 올린다
양서류처럼 망설이다
모태의 유역을 떠나지 못하고
강물을 지켜온 인어를 제단에 누인다
정글을 지나며 주운 야수의 발톱으로
은빛 비늘을 벗긴다, 부서지는
비늘의 사금파리가 눈을 찔러
눈알 속에 남아있는, 마지막
그 강물로 얼굴을 적신다
양파 같은 겹겹의 가슴팍 속살 속
강의 물고기처럼 팔딱이는
심장을 도려내어, 그 붉은 피를 마신다
해시계의 그림자가 적도의 지하수로 스며들어
빈 심장의 제기에 다시 빗물로 채워질 때까지
정수리 천문에 심은, 열 손가락 마디마디에
굳은 피톨들이 포도알로 영글 때까지
기우의 제의를 올린다
좌우 심장의 피, 그 온도 차를 교정하기 위하여
영육의 생과 사, 그 시차의 교정을 위하여
아마존과 안데스, 그 고도의 차를 교정하기 위하여
아침 6시, 독수리처럼 두 팔을 펼치고
낮 12 시, 태양을 향해 두 팔을 치켜들고
잉카족의 제의를 올린 후, 그 포도주인 듯
손가락으로 심장을 감싸 듯 잔을 들고
하루에 두 번, 양파 와인을 마신다.
<시담> 2016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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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 시조
태양족의 제의 / 김세영
김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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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1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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