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바덴주교회 인터컬츄어 연합예배(Interkultureller Gottesdienst 2013)
1. 지난 달 9월 29일(주일) 오전, 독일 바덴주교회 내 독일교회와 외국인교회간의 인터컬츄어 연합예배가 포츠하임 크리스투스교회에서 드려졌다.
이 예배는 연중 9월에 독일 전역에서 실시되는 인터컬츄어 주간(Interkulturelle Woche)행사의 일환으로 전체인구의 약 1/4을 외국인 이주자들이 차지할 만큼 이민국가화 한 현재 독일사회의 상황을 반영한다.
2. 라인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독일사회의 경제부흥기인 1960-70년대에 이른바 3D 업종분야에 외국인노동자들(Gastarbeiter)이 대량으로 독일사회에 유입된다. 금년으로 파독 50주년을 맞는 한국 광부와 간호사들이 독일에 진출한 시기도 이 무렵이다.
그런데 단기간 노동계약으로 내독한 외국인노동자들이 여러 연유로 장기체류, 영주하게 됨으로 전혀 예상치 않았던 사회문제들이 발생하고 사회 각 부문에 이주자들이 점하는 비율이 증가함으로 독일사회는 점차로 이민국가화 하게 된다.
이러한 사회변동 상황에 직면해 “우리는 단지 노동력을 수입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인간이 왔다”(Man hat Arbeitskrafte gerufen und es kammen Menschen!)라는 시대상을 담은 작가 막스 프리쉬(Max R. Frisch)의 유명한 말이 나오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1989/90년 동유럽개방이후 노동력이 대거 서유럽지역으로 이주해 옴으로 1960년 대 부터 정착해온 기왕의 터어키, 인도, 동남아 등지로부터 온 이주자들 그리고 아프리카, 아랍지역의 난민 등이 가세해 현재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이른바 서유럽 3개국은 다인종·다문화·다종교를 지닌 이민사회로 변모한다.
세계각지로부터 이주해 온 이민자들은 이슬람, 힌두교, 불교 등의 타종교인이 주류이지만 그 가운데에는 개신교, 정교회, 카톨릭 등의 기독교인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3. 독일개신교회(EKD)는 이민자와 이주민교회 문제해결을 위해 1972년 각국 이주민교회 대표자들로 독일 외국인목사회의(KAP der EKD)를 전국단위에서 조직하는 등 초기단계에는 다소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주자들의 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이민사회화 경향이 가속화됨으로 변화한 현실에 독일교회와 이주민교회들이 공동으로 대처한다는 의미로 2012년 단체 명칭을 독일 외국인목사회의에서 인터컬츄어 목사회의(Interkultureller Pfarrkonvent, IPK der EKD)로 변경함으로 독일교회의 이민자, 이주민교회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정책의 변화를 표현하였다. 아울러 독일교회 내 20개 주교회 단위로 디아스포라 교회조직인 국제교회협의회를 구성해 나감으로 지역단위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최근에 보이고 있다.
금번 바덴지역 연합예배는 바덴주교회 선교국(Mission u. Okumene), 포츠함임 교구(Dekanat) 그리고 바덴지역 국제교회협의회(IKCG in Baden)가 공동으로 주관하였다. 특히 예배의 기획, 준비, 진행, 평가 등 행사 전 과정에 독일교회와 이주민교회가 시종일관 함께 참여함으로 말 그대로 간문화(間文化, 인터컬츄어) 연합예배의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도 그간의 일방적인 시혜자로서의 독일교회와 수혜자로서의 이주민교회의 모습을 지양하고 상호간에 성숙한 동반자(mature partnership)의 정신에서 서로 간에 배우고 받은 은사를 나눔으로 금년도 예배주제 “열려있는 자세를 지닌 이, 더 많은 것을 경험한다”(Wer offen ist, kann mehr erleben)가 의도하는 취지에도 부합한 행사였다.
4. 당일 인터컬츄어 연합예배가 드려진 도시 포츠하임(Pforzheim)은 로마제국시대부터 존재해 온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로 르네상스기 인문주의 요람으로서 바덴지역 종교개혁의 시발점(1556년)이 된 도시였기에 그 의미가 더 깊었다.
예배의 첫 시작은 웅장한 파이프오르간의 연주와 함께 독일교회 교역자들과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출신 바덴지역 내 개신교회와 정교회 디아스포라교회를 섬기는 교역자들이 20세기 초반을 풍미한 유겐트양식(Jugendstil)으로 지어진 크리스투스교회에 입장함(Einzug)으로 시작되었다.
먼저 이 예배에 이주민교회들을 초청한 독일개신교회 측의 포츠하임 교구장 크리스티아네 크빈케목사(Dekanin C. Quincke)와 바덴주교회 선교국 벤야민 시몬목사(Pfr. Dr. B. Simon)의 인사말(Begrußung)이 있었다.
이어서 에디오피아의 압제 하에 있다 얼마 전 독립한 에리트리아교회 성도들의 입례송(Einganslied)이 드려졌다. 흰색의 수수한 민속의상을 입은 에리트리아 여성들의 처연한 곡조의 나직한 음성의 찬양을 접하며 고난의 역사를 살아온 우리 민족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하였다.
연이어 필자가 독일교회 예전에 따라 예배에의 서원과 인사, 개회기도(Votum, Gruß und Eingangsgebet)를 드렸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기원하는 서원(Votum)순서는 독일교회 예전에서 가장 중요한 순서 중 하나인데 국제교회협의회 회장단의 자격으로 이 순서를 감당하였다.
현재 바덴주교회 국제교회협의회(IKCG in Baden) 회장단은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지역 개신교회 그리고 (동유럽지역) 정교회를 대표하는 4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어서 시편 36편 말씀이 에리트리아어, 세르비아어, 포르투칼어(브라질), 베트남어, 크로아티아어, 아랍어 등 6개 국어로 봉독되었으며 설교본문인 마태복음 15:21-28 말씀이 독일어와 중국어로 봉독되었다. 시편과 복음서 봉독 사이의 회중찬송은 ‘할렐루야’를 불렀는데 세계각지에서 온 그리스도인들이 다
함께 한 마음으로 한 분이신 하나님을 서로에게 익숙한 공통의 언어인 할렐루야를 부름으로 예배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진정으로 한 형제 자매 임을 체험한 시간이었다.
루마이아정교회 사제 메친카(Priester M. Mezinca)에 의한 참회기도(Bußgebet)후 연이어 신앙고백시간에는 고대교회의 신조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조(Glaubensbekenntnis von Nizaa und Konstantinopel)를 고백하였다. 서방교회 전통의 개신교회와 동방교회 전통의 정교회 간의 에큐메니칼 예배에서는 일반적으로 이 신조가 신앙고백시간에 고백되어진다.
필자가 섬기는 칼스루에벧엘교회 실내악단에 의해 은혜가운데 드려진 설교 전 찬양순서에 이어 포츠하임 교구장 크리스티아네 크빈케목사(Dekanin C. Quincke)의 말씀선포(Predigt)가 있었다.
마태복음 15:21-28 말씀을 본문으로 한 그녀의 설교는 두로와 시로지방에서 사역하시던 예수께서 가나안여인과의 대화를 통해 유대인과 이방인의 경계를 철폐하신 것처럼 오늘 이 곳 독일에서도 더 이상 독일원주민(Einheimische)과 이주민(Zugewanderte) 사이의 경계를 넘어 하나님의 선교를 함께 이루어가자는 요지의 내용이었다.
설교 후 결단의 시간에는 네덜란드어, 독일어, 영어, 아랍어 등 4개 국어로 간구기도(Furbitte)가 드려졌으며 간구 후에는 주기도문(Vater unser)이 예배 참석자 각자의 모국어로 고백되었다.
축도 전 회중찬양에 이어 포츠하임 교구장 크빈케목사의 축도(Segen), 다시 한 번 예배 임사자 들이 주악에 맞추어 퇴장함(Auszug)으로 예배를 마쳤다.
예배 후에는 교회마당에서 각국 음식들을 가져와 함께 나누는(Bring and Share) 하나님 나라의 잔치 자리가 펼쳐졌다.
5. 해설 : 독일 바덴주교회(Badische Landeskirche)는 바덴지역 내 40여 개 이주민교회 대표자들로 구성된 주교회 산하 국제교회협의회(Internationaler Konvent Christlicher Gemeinden, IKCG in Baden)를 2008년에 조직한다.
국제교회협의회는 연 4회 정도 정례회합과 컨퍼런스, 연합예배 등을 통해 이주민교회들이 지니고 있는 특유의 문제들을 함께 연대해 해결하고자 노력하며 또한 국가교회 전통의 바덴주교회와 협력하고 있다.
특별히 연중 9월, 인터컬츄어 문화주간에 드리는 바덴주교회 인터컬츄어 연합예배(Interkultuller Gottesdienst)는 이 단체의 중요하고도 의미 있는 사업이다.
이 예배는 초대교회 오순절 마가의 다락방에 임재 한 성령의 충만함과 기름부음으로 말미암아 “각 사람이 난 곳 방언으로 듣게”(행 2:8) 된 것과 같이 세계 각국으로부터 독일 바덴지역에 이주해 온 이민자들이 자기들의 “각 언어로 하나님의 큰일”을 찬양하고 선포하며 한분이신 삼위하나님을 예배함으로 출신지역과 문화, 언어를 넘어서서 하나님의 한 백성임을 체험하는 자리이다.
흔히들 에큐메니칼 정신의 구현이 신학적인 토론이나 교리적인 일치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한 분이신 삼위하나님을 함께 예배하는 예배와 성례전의 일치, 기도야 말로 각각의 교회들이 지닌 다양한 전통과 교리, 출신 언어와 문화를 넘어 연합과 일치를 이루게 한다. 교리의 일치, 사회봉사의 일치 다 중요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우선해 예배의 일치가 교회의 일치와 연합을 가져다 준다.
인터컬츄어주간(Interkultulle Woche)은 연중 9월에 독일개신교회(EKD)와 독일카톨릭교회, 독일정교회 등이 합력하여 독일전역에서 이민자들과 이민교회들에 대한 독일사회의 관용(Toleranz)과 동화(Integration)를 위해 여러 사업을 집중해서 갖는 다문화주간을 말한다.
독일개신교회(EKD)는 독일국민 8200만 가운데 약 2420만의 교인을 가진 독일주류교회(German mainline church)로서 독일카톨릭교회와 함께 교회세징수 등의 국가교회전통을 지닌 교회이다. 바덴주교회는 독일개신교회를 구성하는 20개 주교회 가운데 하나로 그 본부를 칼스루에에 두고 있으며 교세는 약 127만 교인, 532교회로 구성되어 있다.
(29. 09. 2013)
후 기 : 9월 29일(주일) 바덴주교회 인터컬츄어 연합예배에 다녀와 다음 날 바로 독일 동아시아선교회(Doam) 컨퍼런스에 참석하느라 개회기도문과 사진만 펫북에 올리고 예배의 내용과 그 배경에 대해 정리하는 내용을 올리지를 못하였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예배내용을 정리한 글을 올립니다. 만방 만백성의 예배를 통해 영광 받으시는 삼위하나님께 찬양과 경배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