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 성사의 비밀- 뒤믈린 신부
고해성사는 신비입니다. 신비라는 말의 그리스어 ‘mysterion’의 어원은 휘장으로 덮여 감추어져 있다는 의미와 침묵이라는 의미를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고백성사가 신비인 까닭은 무엇보다 고백성사의 비밀에 관한 절대성 때문이지요. 고백성사에 관한 모든 사항은 절대적인 비밀이고 따라서 고백성사를 들은 신부는 물론이고 고백을 한 사람도 완전한 침묵을 지켜야 하지요. 그런 의미에서도 신비입니다. 고백성사의 절대적인 비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고, 그 비밀에 관한 일화는 수없이 많습니다.
가장 유명한 하나의 일화를 통해 고해 성사의 비밀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보며, 이 성사 안에 있는 특별한 은총을 나누고자 합니다. 사실 또 하나의 유명한 일화는 이미 제가 순례기에서 나눈 성 네포목 신부에 관한 이야기이지요. 그 이야기와 더불어 이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 번 고해 성사의 절대적 비밀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시기 바랍니다.
프랑스의 뒤믈린 신부님에게 일어난 사건은 19세기가 저무는 때에 일어났습니다. 1899년이었으니까요. 뒤믈린 신부님은 새로 성당을 건립하기 위해 동분서주 애쓰고 있었답니다. 뒤믈린 신부님이 가정 방문을 하기 위해 외출을 한 어느 날이었지요. 새 성당 건립 기금 모금의 어려움을 알게 된 어느 신자 할머니가 자기의 재산을 성당 건립을 위해 기부하기로 하고, 본당 신부님을 찾아갔습니다. 본당 신부님이 외출하고 안 계시자 그 신자는 성당 문지기에게 자기의 전 재산을 성당 건립을 위해 봉헌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그 돈을 신부님께 전해 달라고 맡기었답니다. 그 할머니는 원해 부유한 사람이 아니라, 평생 근면절약하여 모은 돈이었습니다. 그 할머니는 성경에서 재물을 하늘에 쌓으라는 말을 실천하기 위해 고생하며 모은 돈을 모두 성당건립기금으로 내놓은 것입니다.
그런데 견물생심과 호사다마라고 했던가요? 질투가 많은 악마가 교묘하게 큰돈을 본 성당 문지기에게 유혹의 잔을 넘실거렸고, 그 성당 문지기는 유혹의 잔을 받아 마시고 악마의 하수인이 되었습니다. 그 돈에 대해 자기 밖에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성당 문지기는 그 할머니만 없애면 그 돈은 자기 돈이 될 있다는 생각을 하고는 그 할머니를 망치로 머리를 때려 살해했습니다. 그리고 뒤믈린 신부님이 돌아오자마자 그 문지기는 신부님께 고백성사를 청하였습니다.
악마의 하수인이 된 그는 고백성사의 비밀을 교묘하게 이용하였습니다. 그는 자기가 악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사람을 죽였다고 고백한 것입니다. 이미 악마의 하수인이 된 자가 악마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고 고백하다니, 정말 양의 탈을 쓴 이리와 같은 악마의 속성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문지기의 고백을 들은 뒤믈린 신부님은 너무 큰 충격을 받았지만, 그에게 경찰에 자수하여 죄에 대한 처벌을 기꺼이 받을 것을 권면하고 보속을 주었습니다.
그 문지기가 신부님의 말을 따랐을까요? 천만의 말씀이지요. 진실한 고백이 아닌, 악마의 교묘한 술책이었으니, 그럴 리가 없지요. 그는 누명을 신부님께 씌우기 위해, 망치를 사제관 서재 서랍에 감추어 두고 돈을 가지고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 할머니의 죽음을 알게 된 경찰이 뒤믈린 신부님이 머물고 있는 사제관으로 들이닥쳤습니다. 경찰은 가택수사를 했고, 신부님의 서재를 뒤지다가 서랍 속에서 피 묻은 망치를 발견했습니다. 경찰은 너무나 분명한 물증이라고 생각하고, 신부님을 체포했습니다. 신부가 고백성사의 비밀은 절대 누설하지 않는다는 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악마의 수법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프랑스의 모든 언론은 들끓었다고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언론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민심을 자극하고 센세이션을 일으키는데 주력하나 봅니다. 가톨릭 신부가 살인을 저질러서 체포되었다고 대서특필했습니다. 경찰이 뒤믈린 신부님을 심문했습니다. 그 할머니를 죽였느냐고 물었고, 뒤믈린 신부님은 자기는 살인을 하지 않았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피 묻은 망치가 사제관 서재 서랍에서 나왔는지 물었지만 신부님은 다만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고백 성사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그는 한 마디도 변명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뒤믈린 신부님은 살인죄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살아서는 돌아올 수 없다는 죽음의 섬으로 유배를 갔습니다. 뒤믈린 신부님은 그 섬에서 중노동을 하면서 무려 25년이라는 세월을 수인으로 살았습니다. 그러니까 신부의 유배생활 25년이 거의 끝나가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파리시 빈민촌 어느 허름한 판자 집에서 어느 늙은 병자가 남긴 유서가 발견되었습니다.
“뒤믈린 신부님이 살인죄로 종신유배된 것은 억울한 일이다. 그때의 살인은 성당 문지기로 있던 내가 저지른 것이다. 살인한 직후 내가 신부님께 고백성사를 하였기 때문에 신부님은 고백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자기의 무죄를 주장하지 못하고 종신형을 받았다. 진짜 범인인 나는 곧 죽는다. 제발 신부님이 누명을 벗고 다시 돌아오도록 해 달라.”
악마의 하수인이 된 그가 잘 살았을까요? 그 문지기는 당시에 할머니로부터 빼앗은 돈은 금세 다 탕진하고 결국 유랑생활을 하다가 빈민촌으로 흘러 들어와서 생을 마감하게 되었지요.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 자기의 죄를 깨닫고 진실을 밝히고 죽은 것입니다. 아마 순간적으로 악마의 달콤한 유혹의 잔을 마신 것을 한평생 후회하면서 죄책감에 사로잡혀 살았겠지요.
그 문지기의 유서를 통해 진실이 밝혀진 뒤 뒤믈린 신부는 죽어서야 돌아온다는 죽음의 섬에서 다시 살아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신부님의 몸은 25년의 중노동으로 피폐할 대로 피폐되어 거의 죽음 직전이었고, 돌아온 지 불과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뒤믈린 신부님은 이 사건을 통해 자기를 욕하고 성당을 떠났던 많은 사람들이 다시 성당으로 돌아오게 된 것으로 만족하고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다고 합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뒤믈린 신부님의 이야기를 통해 고해성사의 비밀에 대해 나누었습니다.
죄도 깊이 감추어져 있어서 알 수 없다는 의미에서 신비이지만 고해성사도 절대적인 비밀, 온전한 침묵을 지켜야 하는 신비입니다. 신부나 신자들 모두 경건한 마음으로 이 신비를 대해야 할 것입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고해성사 보시고 성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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