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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롤모델
스페인 목장 김정택 집사
고향 친구에게 모처럼 전화했지. 근황도 궁금하고, 또 그 친구 아버지가 올해로 90이 훨씬 더 넘은 것 같은데 건강하신지도 물어보고 싶고해서... 큰 병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신다는 소식을 전하더군. 그 친구 아버지는 성격이 참 부드러우시고 인자하셨지. 키도 크지 않고 말씀도 조용조용하게 하시고, 남에게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않은 온화한 분이셨지. 들어보니 운동도 평생 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
육체가 단단하고 근육이 많고 심한 운동을 하는 사람이 내구성이 좋은 건 아닌 것 같더라고. 스스로 약함을 알고 조심조심 사는 사람이 건강을 더 잘 유지하는 것 같더라고.
마쓰시다 창업주인 ‘마쓰시다 고노쓰케‘라는 분도 건강하게 오래 사신 분 중에 한 분이었는데 그분은 장수비결을 어릴 때부터 허약했던 몸을 꼽으셨더라고. 허약했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으려고 애썼고 몸을 해칠 정도로 크게 움직이지 않았고, 몸에 무리한 일을 삼가며 몸을 조심조심 다뤘기에 90이 넘어서도 젊은 사람처럼 냉수욕을 즐길 수 있었다고 하더라고.
나 자신을 제대로 알고 내 몸에 맞게 적절하게 처신하며 자기 분수에 맞게 사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 아닐까 생각되더라고. 거기다 한 가지 보탠다면 범사에 감사하며 살면 더없이 행복하고 건강한 에너지가 몸에 스며들겠지.
그러니 가진 것이 없고 별 볼 일 없는 흙수저라고 낙심하거나 포기하면 안 될 것 같아.
인생은 마라톤 같아서 초장에 승부가 판가름 나는 경기가 아닌 것 같더라고. 자기 재주만 믿고 초장에 잘 나가다 뒤처진 토끼보다는 무던하게 땀 흘리며 열심히 목표를 향해 가던 거북이의 모습이 우리 인생에서 더 잘 어울리는 ‘롤모델’이 아닐까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