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서사구조와 입심
이광복 소설가·(사)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시애틀에서 보내온 두 편의 소설을 읽었다. 「구름 뒤에 가린 태양」과 「귀신이 무서운 이유」가 그것이다. 작품을 읽는 동안 해외에서, 즉 남의 나라에서 한글로 작품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까를 생각했다.
사실 글을 쓴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설령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났다 해도 섣불리 덤빌 수 없는 것이 문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문학에 대한 애착을 갖고 있다. 이는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되어 문학을 본업으로 삼으려면 그만한 내공을 쌓아야 하는 것이다.
「구름 뒤에 가린 태양」은 세련된 문장으로 힘차게 나아가는 힘이 있다. 여기에 서사구조를 만들어 내는 힘까지 보태져 호감을 주었다. 소설은 뭐니 뭐니 해도 서사구조가 있어야 한다. 만일 서사구조, 즉 사건이 없다면 소설로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서사구조가 없을 경우 그저 밋밋한 넋두리쯤으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응모자는 무슨 까닭에선지 아무 데서나 빈번하게 행간을 띄우는 습관이 있다. 이 점은 반드시 시정돼야 할 것이다.
「귀신이 무서운 이유」는 입심이 좋다. 작가로서 입심이 좋다는 것은 큰 덕목이자 장점이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입심이 모자라면 독자의 흥미를 유발할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좋은 인상으로 다가왔다. 다만 이 작가는 문장이 거칠고 구성이 다소 허술하여 아쉬움을 안겨주었다. 소설은, 즉 문학은 언어 예술이다. 따라서 잘 다듬어진 문장을 바탕으로 물샐틈없는 구성이 필요하다. 이 점 잘 기억해 주면 좋겠다.
오랜 검토 끝에 결국 두 작품을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구름 뒤에 가린 태양」은 서사구조를, 「귀신이 무서운 이유」는 입심을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해외에서 문학을 천착하는 분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었다. 두 분에게 아낌없는 축하를 보내며 각고의 노력으로 대성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