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왕과 어릿광대 말뚝이

[노상준]

리어왕과 어릿광대 말뚝이

남원학 연구소

노상준

요사이 정치 판도를 보면 마치 셰익스피어의 4대비극 중 하나인 “리어왕”을 보는 것 같다. 그 옛날 권력과 명예의 중심에 있었던 브리튼왕국(영국을 일컫는 말)의 리어왕은 늙어서 나라를 다스릴 힘이 없게 되자 사랑하는 딸들에게 왕국을 나눠주고, 한가롭게 여생을 보내려 한다. 그의 계획은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는데 그의 한순간 잘못된 판단에 의해 혼란에 빠지고 만다. 사랑하던 두 딸의 배신은 리어왕을 파멸에 이르게 한다. 만약 누군가의 달콤한 말에 속아 배신을 당한다면 그 마음은 얼마나 괴로울까? 이 작품에서는 거짓과 진실을 구분하는 눈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게 한다.

영국에는 국왕의 아래로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의 귀족과 기사들이 있었다. 작위를 가진 귀족들은 오늘날의 국회의원이다.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처럼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고 고위관직에 오를 수 있었다. 지금은 계급에 상관없이 모든 영국인들이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세계 제일의 민주국가에서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지역 자치단체장, 국회의원, 지방의원을 새로 탄생한 현대판 귀족이라 힐난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막강한 권한이 있으며 지역발전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인사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지역을 위하기보다는 자신의 권위와 권력을 오래 유지하려고 음흉스러운 행태를 일삼아 지탄을 받기도 한다. 작품 속에서 리어왕의 어리석음을 꼬집는 어릿광대는 높은 신분을 가진 사람도 조롱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희극적인 인물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어릿광대 말뚝이가 있었다. 말뚝이는 탈춤과 마당극에서 부패한 양반이나 관리들을 비웃고 조롱하며 민중의식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 고장의 말뚝이는 누구일까? 있을까, 없을까? 지역발전에 관심 없는 못된 인사들과 선량들, 리어왕 같은 누(累)를 범한 위정자를 가려내고 처단할 용기 있는 시민들이 없어 아쉽다.

인간사회 어디에나 부패가 있을 수 있지만 정치집단이 가장 심한 것 같다. 국제투명성 기구에서 발행한 2013년「세계부패지수」(Global Corruption Barometer)에서 보고한 바에 따르면 전 세계 사람들이 꼽는 가장 부패한 5대 집단은 정당, 경찰, 공무원, 입법기관, 사법기관이라 발표하였다.

선량이 뛰어야 지역이 살고 공무원이 뛰어야 지역이 발전된다는 말을 한다. 시민들이 몹시 기대하고 바라는 말이다. 우리 고장은 침체되어가고 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지역엔 관심이 적고 자기 입신과 권력만 얻고자 날뛰는 인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총선이 가까워 오니 더더욱 그렇다 지역발전을 외면한 선량을 가려내야 한다.

우리 고장이 기사회생하는 길은 사심 없는 사람, 용기 있는 사람, 지역을 아끼는 사람 지역발전에 남다른 아이템이 있는 사람을 우리 모두 눈을 크게 뜨고 찾아 역마로 내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