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가 좋더라
불교신문/2394호/1월19일자
신규탁/논설위원/연세대 철학과 교수
단체에서 포천으로 소위 M.T를 가게 되었다. 수년 전에도 이렇게 간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일정 중에 대중탕을 가는 시간이 있어서 그런가 보다했다. 그런데 숙소 가까이에 있는 대중탕을 제쳐놓고 꽤나 떨어진 곳을 안내를 하는 것이었다. 그 사연을 들어 본즉 포천에는 온천탕은 하나 밖에 없단다.
내가 알기로는 전에 왔을 때에 이 지역에 온천이 족히 너 댓개는 되었었는데 이게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모르는 소리 말라는 것이다. 아무른 여럿이 함께 움직이니 그런가보다 하고 따라갔다. 탕 앞에 들어서니 유황 냄새도 펄펄 나고 하얀 김도 막 쏟아지고 정말 온천 온 기분이 났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ibulgyo.com%2Fnews%2Fphoto%2F201104%2F85255_22357.jpg)
그래서 군청에서 ‘온천’이 아닌 곳은 ‘온천’탕이라는 간판은 내리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수년전에 간 곳은 ‘더운물’탕이었던 것이다.
군청에서 이렇게 단속한 일은 ‘더운물’탕 주인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나머지 모든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잘 된 일이다. 서로가 속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소위 명실상부(名實相符)해야 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이렇게 못해 주변 사람이나 나아가서는 그 당사자조차도 피해를 보는 일이 있다. 간판을 바꾸던 아니면 내용을 바꾸던 해서 명실을 상부하게 해야 한다. 양두구육(羊頭狗肉)도 이런 속내에서 나온 말이다. 점포 앞에는 양 잡아서 그 머리를 걸어놓고, 실제로 파는 것은 개고기이다.
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종교, 조계종은 조계의 선풍을 으뜸으로 삼는 종단, 태고종은 태고 스님의 가풍을 으뜸으로 삼는 종단, 천태종은 천태 대사의 교학과 관법을 따르는 종단, 우리는 그렇게 알고 있다. 명실상부한가? 양두구육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