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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자락인 노인봉에서 소금강까지
2007. 7. 15
김 영 규
오대산은 크게 보아 진고개를 지나는 국도를 사이에 비로봉(1,563.4m),호령봉(1,561m),상왕봉
(1,421.9m),두로봉(1,421.9m),동대산(1,433.5m),의 다섯 봉우리와 그 사이의 많은 사찰로 구성된
오대산 지구, 그리고 노인봉(1,338m)을 중심으로 하는 소금강 지구로 나뉜다.
노인봉은 남동쪽으로는 황병산(1,407m)이 있고 북동쪽으로 긴 계곡이 청학천을 이룬다.
노인봉에서 흘러내린 물이 하류로 내려가면서 낙영폭포, 만물상, 구룡폭포, 무릉계로 이어지는데
이름하여 청학동소금강(靑鶴洞小金剛)이다.
가보고 싶었던 코스라 많이 기대를 하면서 출발을 하였다.
장마철이라 비가 언제 올지 모르지만 그래도 마음먹고 가는데 비가 온다고 큰 문제없이
산행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가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날씨가 맑아서 풍광을 볼 수 있기를
고대하면서 마음은 이미 진고개로 달려가고 있다.
오대산이 가까워지면서 하늘에 낮게 깔린 먹구름이 그냥 지나가진 않을 것이라 느끼면서
진고개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니 산이 안개에 어스름한 실루엣으로 보이고 가늘게 휘날리는
바람에 같이 휩싸여 오는 작은 빗방울이 우릴 긴장 시킨다.
단단히 준비를 하고 겉옷을 입고 출발을 하는데 시간은 대략 8시 30분이다.
오르는 길이 험한 것은 아니지만 비가 많이 내려서 땅이 많이 질퍽거린다.
시작부터 신발과 바지에 달라붙는 진흙에 조금씩 감각이 무디어 질 때는 이미 신발과 옷이
전부 흙투성이다.
망초 꽃들이 이슬 머금은 모습마냥 우릴 반긴다.
활짝 피었을 때는 야생화들의 한 마당이 되었으리라 생각이 든다.
험한 길은 아니지만 아기자기한 등산로가 널리 보이는 산 아래 그림들과 어우러지면서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비는 오지 않고 바람이 좀 세게 불지만 산행하기에는 오히려 시원해서 처음에 입은 겉옷들을
여기저기서 벗는다.
약간 땀이 나려는 정도에서 벗어 버리니 그 시원함이란 ㅎㅎㅎ
모두 모여서 가볍게 목을 축이고 다시금 노인봉을 향하여 가는데, 노인봉은 정상에 기묘하게
생긴 화강암 봉우리가 우뚝 솟아, 그 모습이 사계절을 두고 멀리서 바라보면 백발노인과 같이 보인다
하여 노인봉이라 불렀다 한다.
노인봉에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가슴을 탁 트여주는데 시야는 안개비에 가려서 아쉬움을 주지만
그래도 가까이서 보는 노인봉은 많은 바위에 싸여서 정감이 든다.
사진을 몇 장 찍고는 다시금 내려서는데 역시 길은 미끄럽다.
싱그러운 숲의 내음이 우릴 행복하게 만든다.
비가 내린 후라서 그 신록의 빛이 가슴 아리게 내 맘을 적셔준다.
한참 내려가니 무인 대피소가 있고 가끔은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우릴 반기어 준다. 한참 내려가니
낙영폭포가 가까워지는지 계곡물 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온다.
이제부터 이곳 소금강이 자랑하는 계곡이 끝까지 이어져 있다.
시간을 보니 11시가 조금 넘었다. 폭포를 지나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내려오는데 우람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폭포물이 시원하다기 보다는 무섭다는 표현을 옆에서 한다.
비가 내린 뒤라서 수량이 풍부해 아름답게 보인다.
몇 장의 사진으로 폭포를 아우르고 우리는 내려오다가 점심 식사 장소를 찾아서 자리를 깔았다.
가지고 온 막걸리 한 잔으로 목을 추기며 물소리를 안주 삼아서 가득 찬 잔을 들며 너무 행복해
하는 것은 나만의 만족이 아닐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내려오는데 온 사방이 물에 의한 잔치가 벌어져 있다. 자그마한 폭포가 만들어지고
여기저기 구비처 흘러내리는 계곡물은 그 위용이 대단하다.
점점 올라오는 등산객과 내려가는 등산객의 인파가 조금씩 많아진다. 비는 오지만 진정 깨끗하고
아름다운 경치를 볼 지 아는 사람들이 이런 날 산행을 한다.
어느 곳이 명소라고 말 할 것이 없이 온 계곡이 전부 아름답게 수 놓여 있다.
한 구비 지나면 다른 풍경이 또 한 구비 지나면 다시금 카메라의 랜즈를 덮어두지 못하게 만든다.
모두들 산행 정말 잘 왔다고 여기저기서 감탄사를 늘어놓는다.
내려오면서 모두가 한마디 “꼭 설악산 계곡에 온 것 갔다고”
오히려 설악의 계곡보다 훨씬 아기자기 하고 오밀조밀하면서도 갖출 것은 다 갖춘 계곡이 아닌가 생각한다.
소금강이라는 말이 명불허전이 아니다. 바쁜 걸음에도 한 순간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바삐 움직인다.
같이 간 동행이 실수로 잠깐 다리를 다치지만 다행이 큰 상처는 아니다.
내가 같이 가자고 했는데 다치면 큰일이지 ㅎ ㅎ
내려오면서 이름 없는 폭포와 소, 담들이 우리 시야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광폭포를 지나서 삼폭포를 거쳐 백운대를 둘러보고 소금강에서 바위가 가장 아름다운 만물상에 도착하였다.
밑으로는 선녀탕이 우릴 유혹하고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는 수 만 가지 형상의 바위들이
우리의 시선을 붙들어 맨다.
가을에는 절묘한 단풍의 조화가 너무 아름다운 곳이다. 늘 이곳까지는 사계절 구별 없이
수차례 왔다 갔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바라보는 정경이 더욱 친숙하게 느껴진다.
만물상의 그림자를 등에 지고 우리는 다시 내려온다.
한참 내려오니 입산 통제소가 있고 곧 바로 옆에 구룡폭포가 그 웅장한 모습을 자랑한다.
일반 사람들도 이곳까지는 구경하러 오는 코스라 사람들이 무척 많다.
다리에서 바라보는 폭포는 비가 오지 않으면 볼 수 없는 또 하나의 폭포를 머금고 우릴 반긴다.
구룡폭포는 위로 올라가서 보는데 늘 그 많은 물은 밑으로는 그냥 흐르기만 했는데 오늘은 밑으로
새로운 폭포를 하나 더 만들어 놓았다. 이것도 비가 온 뒤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힘차게 떨어지는 몇 구비의 폭포를 바라보면서 행복을 느낀다.
물론 아주 규모가 엄청난 폭포는 아니지만 이곳의 명소로 자태를 자랑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폭포다.
이제 내려가는 길은 멀지 않다.
비가 오지 않았을 때는 내려가는 계곡이 크게 볼 만한 것이 없었는데 오늘은 골골이 전부 진풍경이다.
너무 아름답고 너무 신비로울 정도로 온 계곡이 비경으로 바뀌었다.
카메라가 쉴 틈을 달라고 아우성친다.
내려올수록 물은 점점 맑아지고 흰색으로 빛나는 바위들이 한층 아름다움을 부추긴다.
긴 거리지만 지루하거나 다른 곳에 한 눈을 팔 겨를이 없는 산행 코스다. 사계절 전부 이곳에 왔지만
비가 많아서 입장 불가일 때는 이런 비경을 볼 수 없었고 겨울의 얼음폭포를 연상하면서 보니
그 느낌이 또 남다르다.
이렇게 우린 힘이 들면서도 힘 드는 줄 모르고 한걸음 한걸음을 걷다보니 삼선암을 지나고
식당암과 연화담을 뒤로하고 금강사에 도착하였다.
절은 크지 않지만 주변의 경관과 잘 조화가 되면서 시선을 잡아 당긴다.
물을 마시면서 계곡으로 내려가서 나무 사이로 바라보는 절이 또 다른 멋을 풍긴다.
카메라에 담아보니 너무 아름답다.
우연히 정말 좋은 사진 한 장을 남겼다는 기쁨에 옆 일행에게 보여주면 자랑하였다.
이제 청학대피소를 지나서 산행의 마지막 자락을 휘감는다.
아쉬우면서도 마지막 무릉계의 넓은 계곡과 아름다운 풍경을 마지막으로 사진에 옮기면서 폭우로
못 들어가고 여기서 엄청난 수량을 바라보던 몇 년 전의 모습이 지금의 모습과 어우러지면서
아련히 떠오른다.
시계를 보니 2시 30분정도
꼭 6시간의 산행이 이렇게 행복하고 이렇게 즐거움을 주었다는 생각과 꼭 다녀오고 싶었던 그 코스를
이렇게 기분 좋은 산행으로 간직 할 수 있다는 기쁨에 요사이의 산행 중에서 최고의 백미가 아닌가
생각하면서 행복한 산행을 하산주와 더불어 가슴에 차곡차곡 접어서 저장하였다.
첫댓글 그 순간 느꼈던 감동이 아직까지도 느끼고 계신가봐요글 잘 보고 갑니다 ^^
너무 좋은(늘 좋지마눈...) 산행이었던거 같아요...ㅎㅎ 잘 보고 가여~
그날 그 느낌이 다시 다가오네요,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산행기를 접하자면 마치 한편의 시 한수를 감상하는 기분이 드내요..
요즘엔 산행후에도 좀처럼 산행기가 올려지지않더니만 역시 김영규 선생님에 진정 기쁘고 행복해하신 모습이 선합니다 담에같이 산행해요 잘보고갑니다 건강하세요 ~~~~~
미달이아빠 영규샘~ 정말 오랫만에 산행기가 올라왔네요 글을통해서 정말 그날의산행이 느껴지네요 같이 산행은 할수없었지만...산행을해서 느끼는게아니라 글을통해 이렇게 가본것처럼 느껴지는건 뭘까~요 ^^담에보 부탁드리고 더위조심하시고 담에 뵈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