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기도 2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양식’이란 우리의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말합니다. 매일매일의 의식주를 해결해 주시기를 ‘아빠’에게 청하는 기도입니다. 이는 먹을 것뿐만 아니라 살아가면서 ‘필요한 모든 것’을 구체적으로 청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기도의 핵심은 바로 ‘오늘’에 있습니다. 왜 하필이면 예수님께서는 ‘내일’, 혹은 더 먼 미래의 양식까지 한꺼번에 주실 수 있는 분께 ‘오늘’ 필요한 것을 주시기를 청하라고 말씀하신 걸까요? 그것은 하루하루의 삶 속에서 매일 그분께 의지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청하라는 뜻입니다. ‘만나’와 ‘메추라기’의 교훈을 상기해야 할 것입니다(민수 11장). 배부르면 딴 생각하는 것이 인간입니다.
우리는 그때 그때 하느님께 필요한 것을 청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일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필요한 것을 하느님께 기도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는 이 기도를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우리가 용서하겠으니, 하느님께서도 우리의 죄를 용서하기를 청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웃을 용서하는 것’은 ‘조건’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형제에게 몇 번이나 용서해야 하느냐고 묻는 베드로에게 예수님께서는 “일곱 번뿐 아니라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여라”(마태 18,21-22)고 말씀하시며 ‘무자비한 종의 비유’(마태 18,23-35)를 들어 말씀해 주십니다. 이 무자비한 종처럼 우리는 ‘하느님의 용서’를 먼저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 용서는 우리 죄의 많고 적음을 따지지 않으신 무조건적인 용서였습니다.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우리는 삶 속에서 크고 작은 ‘유혹’들에 노출(露出)되어 있습니다. 미움, 욕심, 미신, 교만 등 수많은 유혹에 노출되어 있지만, 이 유혹은 사람의 힘으로는 빠져 나올 수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주님께 의지할 때에만 빠져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악에서 구하소서: “악에서 구하소서”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와 연결지어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하시고”는 유혹 근처(1m 근방)에도 가지 말게 해 달라는 것을 뜻하고, ‘악에서 구하소서’는 만일 유혹에 빠지게 되거든 그 악을 물리치고 빠져 나가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이 기도는 ‘악의 세력’과의 싸움에서 속아 넘어가거나, 굴복하지 않고 승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하는 기도입니다. 이는 또한 궁극적으로 마지막 때에 있을 악의 세력에 대한 그리스도의 승리를 기도하는 것입니다.
- 차동엽 신부 저 「여기에 물이 있다」 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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