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1기 66. 기다림
그 번호는 김 실장의 전화였다.
예전 직장에서 함께 근무할 때, 행정실장이었던 그녀는 업무 면에서도 능력이 탁월했고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던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다.
또 다른 근무지에서 만났던 직원들, 네 명이 이곳에 온다는 것이다.
그들도 모두 명예퇴직을 하여 지금은 매 달 모임에서 만나는데 의기투합해서 우리집을 오기로 했단다.
정말 그들 모두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고 내가 아끼고 좋아하던 동료들이다.
"야호!" 전화를 끊고서 내가 애들처럼 좋아하니까 남편이 웃는다. 우리 집에 손님이 온다는데 걱정은 커녕 이렇게 들뜨고 행복할 수 있을까?
정말 그렇다. 오기만 하시오. 내가 최고로 모시겠소. 그런 기분을 누가 알까?
날을 잡아서 마닐라에 간다. 박씨부부도 함께 동행한다. 한국인 선물센터 주인을 박씨가 잘 안다고 하기에 함께 그곳에 들리기로 한다.
그 분은 20년이 넘게 마닐라에서 선물센터를 운영했는데 그동안 장사가 잘 되어서 아이들을 모두 잘 가르치고 잘 살았다는 이야기를 실감나게 들려준다.
친절하게도 그는 자신이 멤버쉽을 가지고 있는 수산나하이츠 골프클럽의 게스트 카드를 우리에게 여덟장이나 건네 준다. 사인이 된 그 카드가 있으면 멤버쉽 없이도 반 값에 플레이를 할 수 있다.
가게 안에는 정말 갖고 싶은 물건들이 많다. 인상적인 것은 16밀리 남양진주 한 알에 무려 3500달러가 넘는 것도 구경한다.
우리는 파파야로 만들어진 각질 비누를 한 박스씩 산다.
그린힐에도 들린다. 박씨가 그곳에서 얼마간 진주에 대한 공부를 했던 경험이 있다고 해서 그의 도움을 받아 9밀리, 7밀리의 진주 목걸이와 귀걸이를 몇 개씩 산다. 양식진주라 비교적 값이 싸다.
내친 김에 마카티의 제일 큰 한국마트에도 들린다.
매주마다 전화로 주문을 해서 배달되는 물건들을 받기만 하다가 오래간 만에 많은 한국 물건들을 직접 보게 되니 사고 싶은 것도 너무나 많다.
또한 한국에서 손님들이 온다니까 당연히 준비해야 하는 것들도 더 많아진다.
모처럼의 나들이가 이토록 즐거운 것은 기다리는 기쁨이 있어서 훨씬 배가 된다.
남편이 내 얼굴을 보며 "요즈음은 살 맛이 난다"고 쓰여 있다고 농을 한다. 그리도 좋으냐고 장난스레 묻는다.
뭘 잘 해줄까? 어떻게 잘 해 줄까?
밤 늦도록 계획표를 짜 본다. 계획표는 바꿔지고 또 바꿔진다. 내 예쁜 동료들을 생각하며 마냥 기쁘고 행복하다.
첫댓글 이국에 나가
고향에서 오는 손님을 맞이 하는 ............
많이 기대려 지고 흥분도 되고.........................
남편
김선석
이야기는
한마디 없으니
근황이라도 가끔 전해주렴
외국에서
그것도 수십년 만에 오는 친지, 친구들 인데….
사람이라면 가슴이 설레게 반갑고
기쁜 일이지라…